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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를 이해하는 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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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를 이해하는 힘, 영화

"영상기록 보존 및 700만 재외동포 소통의 장 열어야"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 수가 700만 명에 이르렀고, 그 이주의 역사도 100여 년이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이주한 재외동포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등 방대한 영상자료들이 있는데 모국의 무관심 속에 사라져가고 있고, 최근에 재외동포들이 만든 영화들도 교류와 지원이 없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강수 재외동포영화제 실행위원장은 23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재외동포 영화인 네트워크 구축과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재외동포들의 삶을 담은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발굴·수집·보존하고 학술적·교육적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 20~23일 서울에서 열린 '제2회 재외동포영화제'의 마무리 행사로 '지구촌동포연대'의 주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재외동포들에 의해 만들어진 영상기록을 보존하고, 현재 활동 중이고 미래에 활동하게 될 재외동포들의 영상 창작 활동을 위해 '재외동포 영상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외동포 영상센터'의 필요성은 '기록'과 '교류'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 2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재외동포영화제 심포지엄.ⓒ프레시안

김 위원장은 "하와이 첫 이민 이후 미주와 중남미 교민들의 삶이 기록된 필름, 제국주의 광풍이 몰아치던 시기에 중국에서 영화황제로 불리며 조국의 해방을 위해 노력한 김염, 재일조선인들이 학교를 만들고 지켜 온 역사를 담은 기록영화, 독일에서의 민주화 투쟁을 담은 영상, 구 소련의 고려인들이 민족성을 지키며 살아 오는 모습을 담은 필름자료 등이 있다"며 "그러나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고 있고, 보전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얼마 전 한국영상자료원에 이와 같은 문제제기를 했지만, 대답은 '예산부족'이었다"며 "정부가 재외동포 지원을 늘려가고 있다지만 영상자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현실이다"고 덧붙였다.

재외동포 영화를 이끄는 힘. '정체성'

과거 재외동포들의 영상자료들이 대부분 그들의 활동을 담은 '기록'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면, 최근 2세, 3세들이 만드는 영상자료들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두드러진다. 사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종교와 예술, 학문의 근본 테마다.

재독동포 2세 최선주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품 '세 명의 다른 2세교포'의 한 주인공은 "항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너는 동양 사람인데 어떻게 우리처럼 독일어를 잘 하느냐'고 묻는다"며 "그러나 나는 어릴 때 입양돼 독일인 부모 밑에 자라 다른 독일 아이들과 똑같이 자라 나는 그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피부색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이 '어떻게 독일어를 잘하느냐'고 물을 때마다, 자신의 성장 배경을 구구절절이 설명해야 하는데, 그 때마다 나는 내 삶의 절반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재독한국여성모임의 유정숙 씨는 이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입양된 아이나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외동포 2세, 3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유 씨는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정체성', '독일과의 관계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 일상생활에서 매일 도전받으며 살 수밖에 없다"며 "당사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항상 부딪히는 문제"라고 말했다.
▲ 지난 20일~23일 열린 제2회 재외동포영화제 포스터.

따라서 세계 전역에 퍼져 있는 재외동포들이 이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영상센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왜 '영상'인가?

한마디로 재외동포의 특수성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영상'이라는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최 감독은 발제를 '독일어'로 읽고, 다른 사람이 통역을 했다. 최 감독은 한국어 학교에 다녀 한국말 구사가 가능하지만 주최 측은 "재외동포의 현실이 이런 모습"이라며 두 언어로 동시에 발표를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참여연대 이태호 합동사무처장은 "재외동포들은 외국에서 피부와 얼굴 등 외모적 차이 및 각기 다른 문화 속에서의 환경적 차이에 따른 시각적 이질감, 언어가 다른데서 생기는 청각적 이질감 등을 공통적으로 느낀다"며 "이런 이질감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며 공감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영상"이라고 말했다.

즉 아르헨티나, 미국, 독일, 일본, 중앙아시아 등 세계의 수많은 나라에 퍼져 있는 재외동포들은 각기 다른 언어와 환경 속에 살고 있지만, 그 차이 속에서도 공통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영상만한 매체가 없다는 것이다.

김강수 위원장은 "700만 명에 이르는 재외동포가 시간적, 지역적 차이를 극복하고 모국과의 원활한 소통과 화합을 통한 네트워크가 이뤄진다면,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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