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UN사무총장의 나라, UN인권권고 계속 무시할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UN사무총장의 나라, UN인권권고 계속 무시할까?

민변, UN자유권규약 위원회에 정부 반박보고서 제출

최근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배출하며 UN 안에서 우리나라의 위상과 책임이 한 층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1999년 UN 자유권규약 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가 우리나라에 권고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이행 여부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이달 말 심의를 받게 돼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정부의 보고와는 별도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이 UN 자유권규약 위원회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에 직접 찾아가 위원들을 면담하고 한국의 인권 사항을 알리는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어서 이들의 보고서가 위원회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민변, 민주노총,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은 19일 서울 안국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UN 자유권규약 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규약이 위반되고 있는 사건들에 관한 정보들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지 않거나, 혹은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민변 등이 올해 2월부터 준비한 정부 보고서에 대한 '반박 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 한택근 사무총장은 "정부 보고서는 법조문이나 판례를 기술하는 데 그쳐 정확하고 구체적인 한국의 자유권 보호 상황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반해 반박 보고서에는 남녀동등권리 보장, 양심적 병역거부, 표현·집회의 자유, 이주노동자 보호 등 한국의 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도 기륭전자, KTX 여승무원 등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국제자유노련(ICFTU) 등의 조사결과 보고서 및 공무원 노조 탄압 등 노동현안을 중심으로 반박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오는 23일 위원회 위원들과 비공식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UN 자유권규약 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란?

기존의 UN 산하 인권관련 기구로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에 인권위원회(Commission on Human Rights)가 있었고, '시민적 정치적 권리(자유권)에 관한 국제규약'에 의해 '자유권규약 위원회'가 설치돼 있었다. 이 자유권규약 위원회를 이전에는 '인권이사회'라고 불렀으나, 경제사회이사회 산하에 있던 '인권위원회'가 2005년 안전보장이사회(Security Council) 등과 동격인 'Human Rights Council'로 격상되면서 이를 '인권이사회'라고 부르게 됐고, 기존의 Human Rigths Committee는 '자유권규약 위원회'로 바꿔 부른다.


UN 자유권규약위원회 개선 권고, 7년간의 성적표는?
▲ 민변, 민주노총,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UN 자유권규약 위원회에 제출할 반박 보고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프레시안

이들은 위원들과의 만남에서 1999년 UN 자유권규약 위원회가 우리 정부에 권고한 내용 중 아직까지 상당한 부분에서 개선이 되지 않고 있음을 설명할 예정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것이다. 당시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따르면 국가보안법은 분단상황이 야기하는 법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 사용된다고는 하나, 위원회는 국가보안법이 구금, 조사, 그리고 실체법상의 책임에 관한 특별법규를 마련하는 데 이용된다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단계적으로 폐지해나갈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었다.

위원회는 특히 국가보안법 7조에 대해 "'반국가단체'를 고무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행위의 범위가 불합리하게 광범위하다"며 "국가보안법의 여러 적용 사례들을 검토해본 결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며 긴급히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위원회는 "자유권규약은 단지 사상의 표현이 적성(enemy)단체의 주장과 일치하거나 그 실체에 대해 동조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이유만으로 사상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연석회의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는 연평균 인원을 보면 김영삼 정부 때 300여 명, 김대중 정부 때 100여 명,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30여 명으로 구속자가 수치상으로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UN이 긴급한 개정 및 단계적 폐지를 권고한 국가보안법 법조문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비판했다.

박 씨는 이어 "이에 우리나라가 UN 사무총장을 배출했기 때문에 UN의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기소 전 구금일수 많다"고 지적해도 우리나라 '요지부동'

국가보안법처럼 정치적으로 보·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 아닌 권고사항 중에서도 이행되지 않은 것이 많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기소 전 구금일수 축소' 권고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일반 형사사건의 경우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에 구속해 감금할 수 있는 기간이 30일로 제한돼 있다. UN 자유권규약 위원회는 UN 규약에 비춰볼 때 과도하다고 판단해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국보법 위반 피의자의 경우 기소 전 구금일수가 50일로 더 길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 이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개선 권고사항으로 제시한 의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권고 후 7년이 지나도록 우리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밖에 위원회는 "주요 도로에서의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너무 광범위하다"고 지적했지만, 경찰은 지금도 공공연히 주요도로 집회 불가 원칙을 얘기하고 있다. 또한 전교조 및 공무원 노조와 관련해 위원회는 "교사와 기타 공무원의 결사의 자유에 관해 남아 있는 제약들이 자유권규약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지적했으며, 국제노동기구(ILO)는 제한적인 단체행동권을 허용할 것을 제안했으나,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당시 위원회가 권고했던 '호주제 폐지'가 이행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UN 자유권규약위원회, '비정규직·외국인 노동자 차별'과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심

한편 이번 UN 자유권규약 위원회의 한국에 대한 심의에서는 1999년에 지적되지 않은 새로운 문제제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안법, 공무원노조, 호주제 문제 등의 권고 이행 상황과 더불어 위원회는 '비정규직 및 외국인, 장애인 노동자 차별'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위원회는 지난 3월 한국정부에 보낸 질의서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을 포함해 차별에 대한 보호를 보장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라고 묻는 한편, "양심을 근거로 병역 의무를 면제받지 못함으로 인해 교도소에 수감된 많은 수에 대해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따라서 이번 심의에서는 여전히 꿈쩍 않는 국보법 문제와 더불어 비정규직, 외국인, 장애인 노동자 차별 문제 및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권고가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밖에 위원회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이행 상황에 대해 보고하라"고 요구한 대목도 흥미롭다.

제네바에 직접 반박 보고서를 들고 위원회 위원들을 만나게 되는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정부도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상당히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중요한 심의에 대해 정부는 정작 국민들에게는 정보를 알리는 데 게을리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