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일본 우익인사, 총련에 손가락 잘라 보내…'天誅'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일본 우익인사, 총련에 손가락 잘라 보내…'天誅'

핵실험 후 재일조선인에 대한 협박 '위험' 수준

'일본인 납치문제', '북 미사일 실험' 문제로 가뜩이나 위축돼 있던 재일조선인 동포사회가 북한의 핵실험으로 최악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일본 언론과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핵 실험 이후 일본 내 재일조선인의 상징인 '조선학교'의 기물이 파손되거나 협박 전화가 걸려오는 일이 빈번해졌고, 총련 지부 건물에는 협박용으로 의심되는 방화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심지어는 총련 본부에 손가락을 잘라 우편으로 보낸 일본인도 있었다.

'지구촌동포연대'의 주최로 개최되는 '재외동포 NGO대회'에 특별 강연을 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재일조선인역사연구소의 오규상 연구부장(58. 재일조선인 2세)은 25일 "일본 우익들로부터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로부터도 탄압을 받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남측 동포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오 부장은 "과거 중도적인 인사들은 그들의 정치적 입장이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좌익'으로 내몰릴 정도로 일본의 우경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일본은 현재 북한을 상대로 새로운 냉전을 준비 중이며, 재무장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부장은 이어 "일본의 반북 여론이 재일조선인에게까지 심각한 압박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총련 건물에 대한 테러는 물론이고, 특히 재일동포들의 민족성을 지켜 온 민족학교에 대한 탄압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조선신보에 보도된 '단지 우편' 사건.ⓒ프레시안

일본 우익 인사, 단지 협박 "하늘 대신해 벌 내리겠다"

오 부장에 따르면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 중앙본부로 편지가 한 통 배달됐다. 수신자는 총련 중앙상임위원회 서만술 의장이었다. 그런데 뭔가 수상한 우편물임을 직감한 총련 관계자가 편지를 개봉하지 않고 경찰을 불러 경찰이 개봉토록 했고, 편지 안에는 충격적이게도 잘려진 손가락이 들어 있었다.

손가락과 함께 '天誅'(텐추: 하늘을 대신해 벌을 내리다)라는 글이 적힌 종이가 들어 있었고, 편지 겉봉에는 발신자도 실명으로 표시돼 있었다. 경찰은 발신자를 추적해 체포했으며, 발신자가 실제로 손가락을 잘라 편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지난 17일 새벽 5시께 이바라키(茨城)현 미토(水戸)시 센나미(千波)에 위치한 총련 현 본부 북측 경사면의 대나무 숲에서 불이나 약 50평방미터가 탔다. 당시 건물 안에 사람이 없어 부상자는 없었지만, 인근에서 옮겨온 불이 아님을 감안할 때 방화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현지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이동제 현 본부 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단순한 악질적 방화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해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협박성 방화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을 피력했다. 특히 방화 사건 이전에도 현 본부에는 협박성 전화가 걸려오거나 페인트가 담긴 병이 날아오는 등 위협행위가 계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16일엔 도쿄도의 쿠라시키(倉敷)시는 북한의 해외 예술 단체인 '금강산 가극단'의 시민회관 사용 허가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시 측에서는 "북핵실험 이후 해당 공연에 대해 시민들이 항의 전화를 하거나 투서, 이메일 등을 보내 항의하고 있어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취한 조치"라고 해명했으나, 공연을 추진하는 재일조선인 단체들은 "이전에 실시했던 공연들도 각종 협박을 받았으나 경찰의 경비 등에 의해 마찰은 없었다"며 법원에 '시민회관 사용허가 취소 철회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며 맞대응하고 있다.
▲ 오상규 재일조선인역사연구소 연구부장.ⓒ프레시안

조선학교 어린이들도 협박에 노출

더 심각한 문제는 '조선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도 각종 협박과 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북 핵실험 이후에 학교로 협박성 전화가 걸려오고 각종 학교 기물이 파손되는 사례가 보고돼 각 학교 별로 교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등하교토록 하거나, 학교 버스를 통해 학생 전원이 일괄 등하교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오 부장에 따르면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실험 이후 조선학교 관련사건만 폭행 4건, 협박전화 30건 등 120건에 달했고, 잠시 주춤해지다가 10월 핵실험 이후에는 급격히 증가해 기물파손 1건, 협박전화 35건을 포함해 49건의 위협 사건이 일어났다.

오 부장은 "우경화와 재일조선인 탄압 분위기 때문에 조선학교를 도와주던 선량한 일본인들마저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라며 "이런 우경화 움직임은 '혐한류'라는 만화책이 6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갈 정도로 일본 사회를 잠식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오 부장은 또 "일본이 과거사 청산에 미온적이다 보니, 일부 일본인들은 드러내지 못하던 조선인에 대한 멸시의 감정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며 "수십 년의 역사 속에서 익숙해져 온 동포들은 여전히 꿋꿋이 살고 있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동포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