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근태-손학규 연대설은 '이제 그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근태-손학규 연대설은 '이제 그만!'

북핵 계기로 뚜렷한 분화…돌이키면 야합될 듯

지금은 여당과 야당에 몸을 담고 있지만,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닮은 점이 많다. 두 사람은 경기고(62년 입학)-서울대(65학번) 동기동창인 친구 사이다. 대학 재학 당시엔 한일회담 반대시위, 사카린 밀수사건 규탄, 학원자유화 투쟁 등을 이끈 주역으로서 제적과 옥고를 밥 먹듯이 했다.
  
  두 사람 모두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이력, 서민복지와 민생에 정치철학의 뿌리를 두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야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선 꼴찌를 다투는 반면,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하면 1~2위를 다툰다. 신중함, 합리성, 개혁성을 갖추었으나 결단력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얻는 것도 엇비슷하다.
  
  이런 공통점과 함께 현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대권경쟁 구도에선 활로가 많지 않다는 점이 추가돼 정치권 일각에선 김근태-손학규 연대 시나리오를 점치는 시각이 있다. 이미 양측의 물밑 접촉이 시작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 두 사람의 접근법을 따져보면 '공존'하기엔 너무 먼 곳으로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양측이 여야 대선주자들 가운데 가장 뚜렷한 자기 입장을 냈다는 외형적인 조건 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식차이가 너무 크다. 북핵 문제가 내년 대선의 핫이슈가 될 것이란 전망에 비춰볼 때 두 사람은 한 배를 탈 수 없는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만에 하나 손을 잡는다면 그에 대한 복잡한 설명과정이 수반돼야 함은 물론이다.
  
  김근태 "남북경협 유지" vs 손학규 "질질 끌려다녀선 안돼"
  
  김근태 의장은 17일 조만간 개성공단을 방문할 의사를 공식 확인했다. 전날에는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을 만나 금강산 관광 초청을 받고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미국의 개성공단 사업 등에 대한 중단 압력이 가시화되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보수세력의 사업 중단 요구가 거센 가운데 이뤄지는 일종의 모험이다.
  
  특히 김 의장은 그동안 진보진영의 숱한 비판을 무릅쓰고 뉴딜을 추진하는 등 '좌파 이미지'를 벗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는 점에서, 한반도 문제를 계기로 구구한 색깔론에 신경쓰지 않겠다는 듯한 김 의장의 태도는 정치적 승부수로까지 주목받고 있다.
  
  손 전 지사는 경기도지사 재임 때이던 2004년 12월 개성공단을 직접 방문했었다. 이듬해 연두회견에선 "남쪽의 기술과 자본, 북쪽의 토지와 노동력이 결합해 생산된 제품이 서울 한복판에서 팔리는 모습은 남북이 하나된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개성공단 사업을 평가했다. 파주 남북교류협력단지 조성, 자유로 확장 등 남북교류를 위한 물류 인프라 확충에도 심혈을 기울였었다.
  
  그랬던 손학규 전 지사는 17일 개성공단, 금강산 사업의 중단을 촉구했다. 손 전 지사는 KBS 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사업은 남쪽도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 아쉬운 면도 있지만 조금 아쉬운 것에 얽매여서 질질 끌려 다녀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근태 "PSI 확대참여 안돼" vs 손학규 "PSI에 동참해야"
  
  민감한 논란이 되고 있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구상) 문제에선 양측의 차이가 더욱 확연하다.
  
  김 의장은 "국지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만큼 절대로 PSI에 확대 참여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유엔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김 의장은 "안보리 결의는 유엔헌장 7장41조의 비군사적 제재로 이뤄졌고, 이 결의에 의해 핵무기와 직접 관련이 없는 평화적 남북교류협력은 계속 추진한다는 원칙이 정해진 만큼 정부도 그걸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PSI 참여는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손 전 지사는 "유엔 결의가 나온 만큼 그에 부합되는 선에서 PSI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PSI에 참여하면 마치 당장 전쟁이 일어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북한을 너무 무서워 할 것이 없다. PSI는 어디까지나 북한 핵무기 보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견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또한 PSI가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개연성에 대해선 "북한이 전쟁을 도발한다면 북한이 망한다는 생각은 왜 안하느냐"고 반박했다.
  
  김근태 "포용정책 유지" vs 손학규 "어물쩍 넘어가면 좌파적 사고방식"
  
  당연히 이 같은 현안을 포괄하는 총론인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양측의 시각도 완전히 상반된다.
  
  김 의장은 요즘 "햇볕정책, 대북 포용정책 전도사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포용정책 수정 발언이 나오자 노 대통령 면전에서 "대북 포용정책 포기는 잘못된 것"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전남 해남진도 재보선 지원유세에선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우리 국민들의 걱정이 많지만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국민들이 안정돼 있고 전쟁의 위협이 없다"며 'DJ 햇볕정책'의 분명한 계승을 선언했다.
  
  반면 손 전 지사는 "나는 당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포용정책, 햇볕정책을 공식적으로 지지해 왔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북한 동포를 굶기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있을 수 없는 일에 대해 잘못된 것은 분명히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용정책 그 자체를 폐기해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 북한은 우리의 호의를 무시하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포용정책이 장기적으로 남북간의 관계의 기본틀이 된다고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의 궁극적 목적은 북한이 핵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개혁적인 자세가 뭐냐. 그것은 북핵 저지다. 북한을 용인하고 어물쩍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북한 핵을 용인하고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길로 갈 수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비판하는 무능하고 시대착오적인 좌파적 사고방식이다"라고 맹공했다.
  
  돌이킬 수 없는 줄달음질
  
  북한 핵실험 이후 가장 두드러진 두 사람의 행보는 아무래도 정치적 의미와 분리시키기 어렵다.
  
  김 의장의 경우 'DJ노선'과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을 결합시킴으로써 '탈(脫)노무현-반(反)한나라당'이라는 두 마리 토끼몰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손 전 지사는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도 감히 입밖에 꺼내지 못하는 PSI 문제 등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보수안정층의 지지기반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두 사람의 이런 적극성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나름의 철학에 기반한 것이건, 마이너급 대선 주자들의 반전의 용틀임이건, 중요한 것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정치권 내에서 '합리적 개혁세력'으로 인정받아 온 두 집단이 대선을 앞두고 완전히 상극이라고 할 수 있을 방향으로 줄달음질 쳐 나갔다는 점이다. 돌이키기엔 너무 먼 길을 불과 며칠 사이에 달려나간 셈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