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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바른 정치'를 기대한다

<데스크칼럼> '사정한파설' 속 송광수 총장 취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란 표현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정치와 무관하다', '아예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중립적 정치를 한다', '바른 정치를 한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정확한 여론조사를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다수 국민들은 전자 쪽일 것으로 보인다. 단순화시켜 본다면 '검찰은 정치적 판단과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국민들이 다수일 듯 하다는 말이다.

정말 검찰은 정치를 해선 안 되는가? 과연 검찰이 정치를 하지 않을 수 있는가?

***'4월 사정 한파설'에 떠는 정치권**

동아건설과 나라종금 비리사건의 수사가 급진전되면서 정치권에 '4월 사정 한파설'이 나돌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초마다 되풀이되어 온 정치권 사정의 시작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정치개혁, 정치권 물갈이를 강조해 왔기에 정치권의 '한파설'은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다. 여당과 야당의 구별도 없다. 과거처럼 야당에만 집중된 사정이 아니라 여야를 막론하고 '누구든 걸리면 친다'는 식의 사정이 올 것이란 집단적 공포감이 정치권을 떠돈다.

지난 1일 검찰이 발표한 동아건설 공적자금 비리수사 결과에 따르면 수십 명의 정치인이 관련되어 있다. 만약 공적자금 수사가 확대될 경우 연루 정치인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나라종금 사건은 노 대통령의 핵심측근들과의 관계 때문에 대선 전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하지만 나라종금 관련자들이 퇴출을 막기 위해 엄청난 로비를 했었다는 풍문에 따르자면 수사가 실제 진행될 경우 또 얼마나 많은 정치인들이 관련될지 예측불허다.

이뿐이 아니다. 이미 마무리된 SK글로벌 사건 수사에서도 수많은 정치자금 리스트를 확보했다는 설이 떠돌고 있다. 또 이석희씨 송환을 계기로 세풍사건 수사 역시 본궤도에 올랐다. 국정원 도.감청 사건도 수사중이다. 설훈 의원의 '20만불 수수설' 수사도 있다.

한마디로 정치인들과 직접 관련된 수사가 전방위에 걸쳐 동시진행되고 있다. '4월 사정 한파설'이 떠돌만 하다.

이러한 정치인 관련 수사에 있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란 무엇일까? 과연 검찰이 모든 면에서 완전히 비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검찰이란 존재 자체가 정치적 기구**

결론을 미리 밝히자면 검찰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란 존재 자체가 정치적 기구이며,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모든 것이 고도의 정치행위다.

검찰은 법의 잣대와 공권력의 힘으로 부정과 비리, 범죄를 색출.척결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기구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거쳐야 하지만 일단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구속했다, 법정에 피의자를 기소했다는 행위 자체가 강력한 처벌과 경고의 힘을 갖는다.

그런데 오늘도 이 사회에선 수도 없이 많은 범죄와 부정 비리가 저질러진다. 그 가운데 드러나는 것도 있고, 드러나지 않는 것도 있다. 또 윤락가의 경우처럼 누구나 아는 범법행위 현장을 버젓이 놓고도 처벌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검찰의 정치적 판단이 시작된다. 지금 이 시기 어느 쪽에 검찰력을 집중시킬 것인가, 어느 분야를 단죄할 것인가의 선택 자체가 정치적 행위인 것이다. 피해당사자의 고소 고발이 있다면 경우는 다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소위 검찰의 '인지수사'는 거의 전부 정치적 판단에 의해 수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변화와 현상들을 지켜보면서 "지금은 여기에 손을 대야 할 때다"라는 판단과 함께 검찰력이 움직이게 된다는 말이다. 또 일단 특정 분야, 특정 사건에 수사가 시작되었다 해도 관련된 범법자 모두가 처벌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적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적발했다 해도 덮어두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진 분야에서 몇몇이라도 처벌받게 되면 관련된 모두가 자제하고 자숙하게 되는 '사회적 경고'의 효과를 통해 질서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검찰의 작동법칙이다.

***정치인 관련 사건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 필수적**

정치인이 직접 관련된 사건, 언론에 이미 불거진 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이 경우는 고소.고발이 있는 경우라 해도 마찬가지다. 언제쯤, 어느 정도로 수사를 진행할 것인지, 어디까지 처벌할 것인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게재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검찰이 모든 일의 진상을 다 알고, 그 가운데 일부를 취사선택한다는 말은 아니다. 검찰도 진상을 파악하고 증거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그러다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꼭 잡아넣어야 한다는 심증은 있지만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이전에 어떤 사건을 먼저, 또 언제부터 어느 정도로, 누구를 타겟으로 수사를 진행하느냐는 판단 자체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란 말이다.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수사', 지난 해 김대업씨 '병풍사건', 설훈 의원의 '20만불 수수설 폭로', 세풍사건, 공적자금 수사, 도.감청 수사 등의 경우를 보자. 검찰이 당시와 다른 판단을 하고 다른 수사를 했더라면 그 하나하나는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이다.

'김대중 비자금' 수사가 실제 진행됐다면, 김대업씨가 선거 이전에 구속됐다면 97대선, 2002대선의 승자는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검찰은 항상 선택한다. 이보다 더한 정치적 행위가 어디 있는가? 또 그 동안의 일은 모두 정치적 중립이 없었기 때문이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결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앞으로도 항상 필연적으로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대의 요구와 국가적 정의에 기초한 '바른 정치'**

결국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란 검찰이 '바른 정치'를 해달라는 말이다.

권력이나 특정 정치세력, 특정 기업, 검사 개개인의 친소관계에 이끌려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처벌하고 식의 구태를 벗어던지고 사회정의에 입각한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는 말이다. 정치권력의 개입을 차단하는 장치를 만들고, 동시에 검찰이 검찰만의 자의적 판단으로 내달리지 못하도록 정부 차원의 견제, 또한 사회적 감시장치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호 긴장관계 속에 균형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정치권에 떠도는 '4월 사정 한파설'은 근거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21세기의 문을 열면서 새 정부가 출범한 현재 우리사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시대적 아젠다'를 바르게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 모두 '투명한 경제', '깨끗한 정치'를 원한다. 이러한 민심, 시대의 요구, 국가적 정의에 입각한 '바른 정치'를 해 나갈 수 있는지, 검찰의 실력은 여기에 달린 것이다.

3일 송광수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식을 했다. 취임사에서 송 총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정의를 우리의 잣대가 아닌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하자"고 말했다. 송 총장과 검찰 모두의 '바른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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