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지하갱도에 핵을 터뜨렸다.' 이건 부산국제영화제와 같은 문화행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번 핵실험에 대해 미국과 일본, 우리 정부의 대응 수위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일단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날 영향은 해외 게스트들의 국내 방한 일정 취소사태. '한반도 위기상황'의 경우 우리 국민들의 '국내 체감온도'와 외국인들의 '해외 체감온도'는 큰 폭으로 차이가 나는 수준이어서 자칫 많은 수의 해외 유명 게스트들이 영화제 방문을 취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정치적 상황이 부산영화제에 영향을 미쳤던 때는 지난 2001년의 9.11 사태.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게스트들의 방한 취소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9.11 사태 당시에는 체코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만이 불참을 통보하는 등 해외 게스트들의 방한 일정은 예정대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얼마나 많은 게스트들이 못올 것인 가가 아니라 어떤 게스트가 못오게 되는가에 있다. 심사위원에 해당하는 영화인 혹은 주요 작품의 감독이나 배우들 가운데 한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영화계 전체 일정은 큰 차질을 빚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제가 전체 게스트들의 일정을 다시 한번 체크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 특히 올해는 가장 많은 수의 국내외 게스트들이 영화제를 찾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영화제는 남포동보다는 주로 해운대 일대에서 치러지게 되며 이에 따라 이곳 주변의 모든 숙박시설의 예약이 일찍부터 마감된 상태다. 올 부산영화제 시즌에 맞춰 새로 개장될 S호텔의 경우에만도 400개의 룸이 개막식 당일 모두 영화제 게스트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북한, 영화제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영화제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부분은 바로 홍보마케팅 부분.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특히 미국측의 군사적 제재까지 예상될 수 있는 수준이어서 긴장된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다. 따라서 전국의 모든 방송과 신문, 인터넷 등 각종 미디어들이 이를 주된 이슈로 다룰 것이며 그 여파 역시 2, 3일내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현 사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국내외 미디어는 미국과 일본을 포함, 중국과 러시아까지 합세하는 치열한 외교전은 물론 북한을 제재하는 방법을 놓고 갖가지 로 벌어지는 논쟁들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산국제영화제와 관련된 소식은 매우 '작은 뉴스'로 취급될 수밖에 없고 행사 기간중 이미 미디어의 초점에서 크게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11년만에 처음으로 비교적 대규모의 '필름 마켓'을 꾸밀 예정이며 이 '마켓'의 성공을 위해서는 프레스의 적극적인 지원이 유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영화제의 산업적 효과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폭넓게 홍보할 필요성이 높은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북핵 상황'이 계속되는 한 '부산필름마켓'이 언론의 주목을 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국내외 정치외교 상황이 급박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의미있는 행사라 할지언정 영화제에 대한 얘기는 다소 '한가한' 소리로 들릴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부산영화제와 같은 문화행사 주최 측이 어렵고도 공들여 만들어 놓은 축제분위기에 결과적으로는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한 영화전문가는 "개막을 코앞에 놔두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이 영화제를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며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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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부산국제영화제는 북한 유일의 국제영화제인 평양국제영화제와의 교류를 위해 오랜 시간 정지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영화제가 <천리마 축구단>과 <어떤 나라>, <안녕 평양> 등처럼 북한을 소재로 꾸준히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 온 영국 대니얼 고든이나 일본의 재일교포 양영희와 같은 감독의 작품을 상영해 온 것도 그 같은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돼 왔다. 영화제는 올해도 고든 감독의 '북한 신작' <푸른 눈의 평양시민>을 상영할 계획으로 있다. 부산영화제의 그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핵실험 파동으로 북한 영화계와의 접촉은 어떤 형태로든 불가능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원인과 결과가 어찌 됐든 영화를 통해서나마 남북한 교류를 확대하려 했던 영화제의 그간의 노력은 이번 일로 물거품이 됐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오고 있다. 올해로 열한번째인 부산국제영화제는 12일부터 20일까지 9일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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