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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와 팔레스타인의 '필연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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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와 팔레스타인의 '필연적 관계'?

[인권오름] '스타벅스 보이콧' 선언한 평화활동가 이야기

어느새 한국의 도시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커피숍이 된 스타벅스 커피전문점.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우수한 커피맛을 자랑하는 스타벅스는 두터운 매니아층을 확보하며 한국 사회 내의 대표적인 소비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이름이 언급된 기사나 신조어 하나도 세간의 화제가 될 정도다.

그런데 스타벅스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이도 있다. 커피맛이 맘에 안 들어서가 아니다. 값이 비싸 주머니 사정에 맞지 않기 때문도 아니다. 평화활동가인 그에게 스타벅스는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그는 "스타벅스 로고에 새겨진 별이 곳곳에서 밝게 빛날수록 팔레스타인인들의 평화와 인권은 명멸해 간다"고 못박는다. 스타벅스와 팔레스타인은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국제연대 평화단체 '경계를 넘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은 씨는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행하는 <인권오름> 최근호에서 한때 스타벅스의 단골이었던 자신이 왜 '스타벅스 보이콧'을 선언하고 발길을 돌리게 됐는지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은 그 글의 전문이다. <편집자>


나는 스타벅스에 가지 않는다

하루는 함께 활동하는 이들과 명동에서 캠페인을 열기로 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스타벅스 커피매장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날 우리는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만날 수밖에 없었는데 이유는 서로 다른 스타벅스 매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명동에만 스타벅스가 세 곳이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심 속에서 스타벅스는 공공기관만큼이나 주요한 위치에서 흔히 눈에 띄곤 한다. 커피가격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리만치 매장 안은 늘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으며, 그들이 푹신한 의자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수다를 떨거나 여유롭게 책을 읽는 모습들은 밖을 지나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휴식의 공간'으로 들어가고픈 유혹에 빠져들도록 한다.

나 역시 그곳을 자주 드나들었던 적이 있다. 진한 커피가 기호에 맞기도 했고 지인들과 만나는 장소로도 적당했기 때문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유난히 커피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스타벅스 커피나 가게 안에 진열된 제품들을 선물해 주기도 했다. 그런 경험 탓에 스타벅스는 어느덧 한국사회에서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로 성장했고 사람들의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음을 절감할 수 있었다.

스타벅스와 시오니즘
▲ 스타벅스 보이콧 ⓒ georeport.co.kr

하지만 이제 나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물론 사람들을 만나는 약속장소로도 그 곳을 잡지 않는다. 일종의 보이콧을 선언한 셈이다. 그렇다고 나의 스타벅스 보이콧은 마치 담배를 끊는 행위처럼 지나치게 의식적이거나 단계적이지는 않았다. 매우 자연스럽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언제부터 발길을 끊고 그 곳 커피를 거부하게 되었는지 정확한 시일이나 동기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짐작컨대 작년 말 즈음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을 자세히 접하고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목도하게 되면서부터 스타벅스를 악마와도 같은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 같다.

스타벅스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공시킨 신화의 주인공인 하워드 슐츠 회장은 오늘날 과격 시오니스트 중 대표적인 인물로 대두되고 있다. 그는 공공연히 아랍인들을 비하하거나 테러리스트라고 매도하는 발언을 공식석상에서 내뱉었고, 실제로 스타벅스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이스라엘의 군수산업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정보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아랍 언론인 알바와바닷컴은 스타벅스가 이스라엘 군인단체인 '볼 포 이스라엘(bowl 4 Israel)'을 후원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한 슐츠 회장이 수상한 '이스라엘 건국 50주년 공로상'은 바로 팔레스타인에서의 제닌 학살을 주도한 모파즈가 회장으로 있는 재단에서 수여하는 상이었으며, 결국 그는 이 상금을 받아 이스라엘과 미국, 유럽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이스라엘의 무기박람회를 후원하는 데 썼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들은 내가 무심코 지불하는 커피 값이 축적될수록 팔레스타인인들의 억압과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 관계를 각성하게 만들었다. 무심코 커피를 사 마시는 한국인들의 소비활동이 결국에는 중동지역으로 가서는 극단적인 희비를 낳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 내게는 경악스럽게 보였다. 또 그마저도 심각한 '이미지의 오류'를 겪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더욱 놀랐다.

그 이미지의 오류란 이런 것이다. '스타벅스'는 도시적이면서도 개방적이고 아늑한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며 사람들의 감성을 휘어잡고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실체에 기반하고 있는 진실된 이미지란 시오니즘 부흥과 동시에 한 세기가 넘도록 팔레스타인에서 학살과 착취를 자행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아닌가?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인권을 짓밟는 이스라엘의 식민주의
▲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해맑은 표정. 누가 저들을 죽이는가? ⓒ www.palestine-forum.org

이스라엘의 식민주의는 갈수록 끔찍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인 고립장벽에 가두어 놓고 이동의 자유를 빼앗는 것은 기본이고, 오랜 세월 지속돼 온 불법 점령과 무자비한 파괴도 모자라 매일같이 비대칭적 군사공격을 가해 '살아 있을 권리'마저 박탈하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인권유린 행위들을 스타벅스에 그대로 투영시키고 난 다음에 그곳에서 편안히 커피를 마시는 일은 웬만해선 힘들어졌다. 더욱이 하루를 멀다하고 들려오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범죄 소식들이, 내게는 하루 1달러가 없어 굶주리는 어느 나라의 어린이들이나 혹은 1달러를 더 벌기 위해 커피 농장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들 문제보다도 더 참혹하게 느껴졌다.

오늘날 부와 현대 도시생활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스타벅스는 내겐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상징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난 더 이상 스타벅스에 가지 않으며, 갈 수도 없게 되었다. 스타벅스 로고에 새겨진 별이 곳곳에서 밝게 빛날수록 팔레스타인인들의 평화와 인권은 명멸해 가는 듯하다.

이 글은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발행하는 <인권오름> 제23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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