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내달 1일 귀국한다. "시대정신을 찾아 열린우리당은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했던 그가 2개월 여의 독일 체류를 마치고 제시한 시대정신은 "신중도(新中道)"다. 이와 함께 통일과 경제를 키워드로 내걸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담론 수준이다. '평화와 통일' 담론은 한반도 현안 속에서, '개방과 복지'는 한미 FTA 등 경제 현안 속에서 각각 구체화돼야만 '정동영의 재기'가 담보될 듯하다.
"좌파는 탈급진, 보수는 자기개혁해야"
정 전 의장은 2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장문의 귀국 메시지를 "오늘 우리의 시대정신은 양극단의 논쟁에서 벗어나 가운데로 모아지는 힘을 키우는 일"이라며 이를 '새로운 중도(신중도)'라고 표현했다.
그는 "신중도는 좌파는 탈급진하고 보수는 자기개혁을 통해 가운데로 모아지는 힘을 키우는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시대에 정치가들이 자신의 이념과 정략을 고집하며 다투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호사이며 사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의 중도지향의 바람이 확대되고 있다"며 "갈등의 정치, 대결의 정치에 넌더리를 내는 국민적 요구에 대한 대답은 포용과 통합의 정치"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선 새로운 중도의 길을 가는 것이 우리에게 국가이익을 극대화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9.19 합의 어떻게든 되살려야"
독일의 통일 경험과 경제 발전을 한국 상황에 접목시킨 '베를린 구상'도 밝혔다. '통일과 경제'는 그가 향후 브랜드화 할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의장은 "우리 국민이 보다 윤택한 삶의 질을 누리기 위해서 경제의 성장과 발전이 필요하고 이것을 흔들림 없이 뒷받침하기 위해 평화가 필요하다"며 "평화를 위한 경제, 경제를 위한 평화가 우리가 공통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이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우선 정 전 의장은 70년대 빌리브란트 전 서독 총리의 '동방정책'을 거론하며 "통일은 밖에서 주어진 상황의 산물이 아니라 상황에 앞서 분단을 주체적으로 극복하려는 치열한 노력과 국민적 노력의 뒷받침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경험에서 확인한 '접근을 통한 변화'와 함께 아직도 냉전의식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우리 내부의 동의기반을 확대함으로써 '변화를 통한 접근'이라는 두개의 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한 "통일을 위해 지속적인 긴장완화와 인적-물적 교류의 확대를 통한 남북경제공동체를 지향해가는 길"이라며 "평화의 제도화는 곧 통일을 준비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 전 의장은 "개성공단을 성공시켜 확대발전시키는 것이 평화를 공고화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이 통일부장관시절 이끌어낸 9.19 공동성명 합의를 거론하며 "이는 어떻게 해서라도 되살려내야 할 한반도의 예비 평화장전 같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한국이 구경꾼이 아니라 한반도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로 북한 핵의 폐기와 북의 체제 보장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한국의 평화외교가 일궈낸 역사적 성취"라고 강조했다.
"두려움 버리고 대외개방 밀고 가야"
이어 정 전 의장은 경제 발전과 관련해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것이 사회통합의 핵심 요소이며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중산층의 재창출에 있고 이를 위해 중소기업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 문제는 나중에 다시 한 번 본격적으로 짚어보겠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장은 또한 "우리가 원하든 아니든 우리는 세계화의 시대에 적응하며 살 수밖에 없다"면서 "19세기 말 개방의 물결을 활용하지 못했던 역사와 20세기 후반 적극적 대외개방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것을 거울로 삼아 이제 세 번째 역사의 기로에 서서 두려움을 버리고 진취적인 자세로 대외개방을 밀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외 개방과 함께 대내 복지를 같이 밀고가야 한다"며 "개방으로 생기는 희생자와 열패자에 대해선 국민적 동의 위에 확실한 보상 체계와 대내 복지의 강화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한국의 국가발전 과정은 산업화라는 1단계 추진로켓 및 민주화의 2단계 추진로켓을 거쳐 이제 3단계 로켓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3단계 로켓은 내부동력의 통합"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의장은 귀국 직후 고향을 방문한 뒤 지역 방문에 나설 계획이다. 그의 측근에 따르면 지역 방문과 관련해선 가급적 언론접촉을 피할 방침이지만, 현안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할 것이라고 한다. 연말 께 독일 구상을 다듬은 에세이도 출판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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