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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접근방안'의 실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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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포괄적 접근방안'의 실체는 무엇인가?

[기고] "대북특사 또는 밀사가 필요한 단계"

여전히 안개 속의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
  
  지난 9월 14일 한미정상회담은 북한 문제에 대해 "더 이상의 자세한 제안은 없음"에 의견을 같이 했고 단지 "기본정신의 유사함과 건설적임을 재확인했다."(9월 15일자 워싱턴포스트)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의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한다.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마련키로 했다는 것이다.(9월 25일 외교통상부 한미정상회담 결과)
  
  하지만 오늘 이 시간까지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고,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방안'을 이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유일한 대답일 뿐이다. '외교적 민감성' 때문이란다.
  
  하지만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등의 발언을 통해 그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느낌이다. 결론적으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법'은 '양날의 칼'이다. 우리가 베일지도 모른다. 이 용어는 때로 '당근과 채찍'을 의미한다. 때로는 '제재의 시한폭탄'이 된다.
  
  11월 7일, 인내 끝, 제재 시작?
  
  한미 양국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들고 마냥 기다릴 수 만은 없다. 최후통첩의 '데드라인'이 있다. 11월 초다. 11월 7일 미국의 중간선거일이 바로 기준점이 될 것이다. 9월 26일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려는 노력의 시한이 거의 소진되어 가고 있다"고 압박했다. 공동의 방안을 갖고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기를 기다리겠지만, 그 이후에는 제재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물론 그 제재 속에 '군사적 옵션'은 포함되지는 않는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포기하고 있다는 증거는 분명하다.
  
  미국으로서는 굳이 군사적 제재방안이 아니더라도 북한을 압박하고 북한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이식시킬 수 있는 충분한 효과를 얻을만한 수많은 제재방안을 가지고 있다. 금융제재, 인권문제에 대한 개입, 개성공단에 대한 근로조건 제기, 대북송금의 투명화, 마약문제, 위폐문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확산방지구상(PSI) 등이 그것이다.
  
  한미간의 공동방안에 의한 공동의 노력이 끝나는 순간 북한에 대해서는 제재만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포괄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했을 뿐이다. 그래서 '내용' 자체는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목표와 개념만 담았다고 평가하면 된다. 현실은 이렇지만 '방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새겨볼 필요가 있다.
  
  '포괄'은 단어 그 자체로 대단히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유화책이 있을 수 있고 강경책이 있을 수 있으며, 협상책이 있을 수 있고 제재책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포괄'은 또 '단계적 의미'도 갖는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의 9월 26일 국회간담회 발언에 따르면 두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단계로는 북한의 6자회담의 복귀를 의미한다.
  
  2단계로는 지난해 9.19공동성명을 실천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공동성명의 핵심 자체가 '포괄적'이다.
  
  사실 2단계는 6자회담 당사국 사이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8월 26일 발표한 담화에서 "9.19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핵 계획 포기를, 미국은 평화공존을 약속했다"며 "우리는 평등한 원칙에서 합의를 이행하자는 입장이고, 이 합의가 이행되면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므로 6자회담을 더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북한도 6자회담의 실천에 따른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만큼, 2단계의 실천방안은 더 이상 논란이 될 수 없다. 문제는 1단계다.
  
  북한의 최수헌 외무성 부상은 9월 27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아무런 근거도 없는 미국의 제재 아래서 북한이 자신의 핵 포기를 논의하는 회담에 참여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금융제재의 '모자'를 쓰고는 6자회담에 나올 수 없다는 북한의 일관된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BDA 문제 해결이 '포괄적 접근방안'의 핵심
  
  문제는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에 대한 금융제재의 문제다. 과연 한미 양국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이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는 중요한 시사점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MBC> '100분토론'에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BDA에 대한 조속한 수사 종료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에 앞서 노 대통령이 이같은 요청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한 이태식 주미대사와 청와대 사이의 혼선이 있긴 했지만 노 대통령이 전말을 공개함으로써 이 문제가 한미 양국 사이의 '포괄적 방안'에서 가장 핵심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북한의 요구도 그렇고, 한국의 입장도 그러하며, 미국도 이 문제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들이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9월 20일 베이징 기자회견장에서 "이는 법집행 문제이며, 적절하게 해결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중대한 시사점이다.
  
  9월 26일 통일외교통상위원회(통외통위) 회의록이다.
  
  최재천 : BDA 계좌가 약 50개 정도 되는데 이 중에서 조사가 끝난 합법계좌에 대해서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일시해제를 요청했다든가, 아니면 전체에 대한 일시적인 계좌동결을 해제하는 절충안, 이런 것들 제시된 적 없습니까?
  
  이규형 외교통상부 제2차관 :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고, 그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이러쿵저러쿵 해야 할 그런 입장은 아닌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현재는 여기까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유엔 결의안 1695호에 따른 대북결의를 미국은 유관국들과의 협의를 거쳐 시행하려 하고 있다. 8월 말경부터 일부 언론은 제재의 임박을 말했고,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일시적으로 연기되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현재까지 그 제재가 지금 당장 시작한다는 흐름은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도 '포괄적 접근방안'의 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
  
  '제재수단'으로서의 '포괄적 접근방안'
  
  북한이 주로 한국정부의 요구를 담고 있는 온건하고 유화적 측면의 방안을 거부할 때는 어떻게 될 것인가?
  
  당연히 그때의 '포괄'은 부정적 의미를 갖는다.
  
  '포괄적 접근방안'에 새로운 내용이 담겨 있으리라는 기대는 할 수도 없다. 이미 한국과 북한, 미국 사이에는 과거부터 '대담한 해결방안(북한, 미국)', '일괄타결방식(북한)', '중대한 제안(한국)', '광범위하고 새로운 대북접근방법(5월 19일 <뉴욕타임스>)' 등의 이름으로 여러 가지 포괄적 의미를 내포하는 제안이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결국은 그러한 포괄적 범위 내에서의 제안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미국의 북한 인권단체들이 주장하는 '헬싱키 프로세스'에 준하는 접근방안이 '포괄적 대북 전략'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는 있다. 지난 2004년 북한인권법 제정을 주도한 샘 브라운백 미 연방상원의원은 9월 26일 다시 한번 동북아판 '헬싱키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만일 '온건한 측면에서의 포괄적 접근방안'이 실패하고 나면 이제 남아 있는 포괄적 방안은 '제재' 뿐이다.
  
  역시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의 필자의 주장이다.
  
  "미국 조야에 대해서는 미국의 정책을 승인해 준 데 불과하다." (9월 26일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의 발언 중)
  
  포괄적 접근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하고 공동으로 합의하고 공동으로 실천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는다. 사실 북핵문제 해결의 마지막 절차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면 이 방법이 실패했을 때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으로서는 당연히 비군사적 옵션에 따른 대북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게 된다. 동참의 수준이 어디인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라이스 장관의 발언에 비추어볼 때 그 동참에 대한 압박의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인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포괄적 접근방안의 '반쪽'이 될 대북제재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합의하고 어디까지 동의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다만 '포괄'의 의미에는 절차적인 뜻이 있고, 종합판단의 의미가 있고, 강온 양면을 모두 포함한다는 뜻이 있는 이상, 그 방안 속에 '제재'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방안에 동의했다는 것은 '조건부'로 제재에 동의했다는 것을 당연히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현 상황은 참으로 엄중하고 두렵기만 하다.
  
  무엇을 할 것인가?
  
  오늘도 해상에서는 북한발 선박에 대한 예외 없는 해상검색 등 북한의 밀수담배, 위조지폐, 대량살상무기 밀수출 등에 대한 범법행위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
  
  남북 간의 대화가 진전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 쌀과 비료를 미사일과 연계시킨 것이 사실상의 제재에 해당한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있었다. 북중 관계도 예전과는 다르다. 북일관계는 완전 경색상태이고, 아베 정권 하에서의 북일관계는 대북수교를 통한 정상화를 꾀했던 고이즈미 정권 때보다 더 악화될 것이다.
  
  결국은 '신뢰의 문제'다. 누가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이다. 북한 스스로도 6자회담에 나아가면 얻을 게 더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이상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 남이 아닌 우리 정부의 일이다.
  
  결국은 '대북특사' 내지는 '대북밀사'가 필요하다. 북한 정부는 예전만큼 남한정부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참여정부는 좀 더 솔직하고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설은 이미 물 건너갔다. 김 전 대통령 스스로가 개인 자격임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단계로 김 전 대통령을 개인 자격으로 보내 북한 최고지도자와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게 해야 한다. 2단계로는 김 전 대통령의 대화를 바탕으로 남북한 간에 특사를 교환해야 한다. 금강산에서건, 제3국에서건 당장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3단계로는 역시 남북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북한은 막연하게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에 섣부른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중간선거 결과만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이즈미 정권의 퇴진과 아베 정권의 수립으로 일본의 보통국가화 경향을 되돌릴 수 없는 것과 한 맥락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의 국가적 아젠다이고, 이 아젠다를 하루아침에 뒤바꿔놓을 만한 정치적 지형은 생성될 수 없다. 그러는 사이 북한의 고립과 식량난은 계속된다. 북한의 고위 지도자들은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북한의 시민들은 다시금 고난의 행군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외교력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결단도 필요하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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