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북미 극장가에서 가벼운 여름영화들이 물러가고 아카데미상을 겨냥한 진지한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시기다. 셋째 주말에 개봉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블랙 다알리아>와 넷째 주말 극장가에 선보인 스티븐 자일리안 감독의 <왕의 남자들 All the King's Men>이 평론가들과 영화팬들의 기대를 모아온 대표적인 작품들. 특히 남부 부패정치를 소재로 한 <왕의 남자들>은 1946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로버트 펜 워렌의 동명소설을 토대로 한 것인데다가, 1949년 이미 한차례 만들어져 아카데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던 작품의 리메이크란 점, 그리고 무엇보다 숀 펜과 쥬드 로, 케이트 윈슬렛 등 쟁쟁한 캐스팅으로 제작단계에서부터 주목을 끌어왔다.
|
|
왕의 남자들 ⓒ프레시안무비 |
그러나 박스오피스 성적은 영 예상 밖이다. <블랙 다알리아>가 비행 청소년들로 구성된 미식축구단 영화 <그리디론 갱>에 밀려 개봉 첫주 2위를 차지했다가 한주만에 두계단 내려앉아 6위로 떨어졌다. 빠른 하락세다. <왕의 남자들>은 넷째 주말(22일~24일) 3일동안 38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쳐 7위에 머물렀다. 9월 넷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는 MTV 시리즈를 토대로 만든 <잭애스: 넘버 투>. 전편인 <잭애스>와 마찬가지로 스턴트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말 그대로 각종 스턴트 묘기들을 선보이는 영화다.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이고 음란한 행위부터 재미삼아 사람들을 놀리는 몰래카메라 형식까지 다양하다. <잭애스: 넘버투>는 주말 3일동안 2810만 달러를 벌어들여, 전편의 개봉 첫주말 성적인 2280만 달러 기록을 갱신했다. 배급사인 파라마운트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전체 관객들 중 2/3이 남성이며 71%가 25세 이하로 집계돼 젊은 관객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젊은 관객들이 골치 아픈 엽기살인 스릴러(<블랙 다알리아>)나 정치 드라마(<왕의 남자들>) 대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여기나 거기나 젊은 관객들의 관심거리는 매한가지다.
이연걸이 마지막 무술영화로 선언한 <무인 곽원갑>이 1056만 달러를 벌어들여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으며, 1차 세계대전 때 유럽전선에 투입됐던 미국 전투기 조종사들을 그린 <플라이보이>는 601만 달러를 벌어 4위를 차지했다. 박스오피스 상위 12편의 주말 수입은 819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꿈과 현실이 겹쳐지는 혼란 속에 놓인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미셸 공드리 감독의 신작 <수면의 과학>은 14개 스크린에서만 개봉돼 박스오피스 상위에 랭크되지는 못했지만 이번 주말 약 200개 스크린으로 확대 개봉될 예정이어서 공드리 골수팬들의 호응이 예상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