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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주의자 강한섭, 사회주의자 민노당과 손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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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주의자 강한섭, 사회주의자 민노당과 손잡다

[이슈 인 시네마] 스크린독과점 해법 놓고 영화계 좌우합작

영화계에 좌우 코아비타숑의 기묘한 결합이 진행중이다. 좌파 이데올로기의 정강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영화계 내 최고의 시장주의자로 분류됐던 서울예술대학 영화학과의 강한섭 교수가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두고 손을 잡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계 내에서는 양측의 이 같은 접근을 두고 '新 國共합작'이라고 부르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강한섭 교수 측은 오는 26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공동으로 '한국 영화산업 이대로 좋은가,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외견상으로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주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이 입법발의 중인 영화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강한섭 교수 측의 지원 사격용 행사로 마련된 것이다.
강한섭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천영세 의원의 영화진흥법 개정안의 골자는 '5개 이상의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에서 한 영화가 점유할 수 있는 스크린 수를 30% 이하로 제한한다'는 것으로 스크린 독점에 대한 강력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예컨대 16개의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메가박스에서 영화 <괴물>을 상영할 경우 4.5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할 수 없도록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괴물>은 지난 7,8월 메가박스에서 스크린 수를 7개까지 가져간 바 있다. 민주노동당의 이 같은 발의안은 강한섭 교수와 동국대 영화학과의 정재형 교수 등에 의해 적극 옹호,홍보되고 있다. 두 교수는 지난 8월 30일 비슷한 주제였던 '<괴물>과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대안'이란 제목으로 일부 언론사 영화담당기자들을 초청, 세미나를 연 바 있다. 강 교수 등은 최근 일부 메이저 영화사의 배급 독점, 스크린 독점 문제를 집중적으로 이슈화하며 이를 법적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여론몰이' 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강한섭의 변신인가 민노당의 궤도수정인가 특이한 것은 강한섭 교수 등은 지금까지 경제철학자인 하이에크 추종자로 불릴 만큼 철저한 자유시장경제주의자로 분류돼 왔다는 점이다. 강한섭 교수는 스크린쿼터 반대투쟁에 대해서도 "신념 때문에 관련된 집회에 한번도 나가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시장주의자였다. 이른바 '큰 정부' 혹은 정부의 '큰 손' 역할에 대해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한다며 반대 입장을 보여 온 강 교수가 자신과 반대의 이념을 지향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손을 잡은 것. 민주노동당쪽의 시각으로 보더라도 이번 결합은 '초록이 동색'이라는 말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연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영화계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스크린 독점 문제에 대한 해법에 있어 양측이 '규제론'이라는 공통분모를 놓고 손쉽게 한 테이블에 동석을 하게 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양측의 규제론이 궁극적으로는 '다른' 발상, '다른' 이데올로기에서 나온 것이어서 이 규제정책이 구체적으로 시행되기까지 발생되는 각종의 반대와 저항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양측의 색깔이 워낙 다른 만큼 법안 발의에만 그칠 뿐, 구체적인 시행령까지는 마련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강한섭 교수는 얼마 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크린쿼터 집회에도 나가지 않을 만큼 시장주의자였던 내가 규제론을 펼치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나의 시장주의론에 있어 시장은 건전한 자본주의 시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금처럼 독과점이 횡행하는 왜곡된 시장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강한섭 교수는 보다 '건전한' 자본주의적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작금의 규제론을 주장하는 것으로 그렇다면 강 교수의 '규제'는 일시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민주노동당의 영화정책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궁극적으로 큰 정부 역할론을 지향하고 있으며 따라서 영화산업을 보다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 들이는 차원에서 이번 규제론을 발의하고 있는 셈이다. 규제론 Vs 지원론
강한섭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어울리지 않는 한쌍의 왈츠라는 일부의 평가 한편으로 민주노동당의 새 영화법과 강한섭 교수 등의 주장 자체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다소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비판의 핵심은 ▲국내 영화산업의 독과점 문제가 비단 이번 <괴물>로 특화된 것이 아니라는 점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스크린쿼터 문제, 부율 조정 문제, 부가판권 시장의 붕괴 문제 등 각종의 현안과 깊이 연결돼 있는 구조 전반의 문제라는 점 ▲따라서 독과점 방지 법안만으로는 영화산업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보다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 등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들 비판론자들은 강 교수 등의 '규제론'에 맞서 '지원론'을 내세우고 있다. 규제라는 네가티브 정책보다는 현실적으로 그에 의해 피해를 보고 있는 저예산 비주류 영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이른바 포지티브한 정책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원론'의 핵심에는 국내 영화산업을 바라보는 점에 있어 '규제론'과는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곧 지금의 스크린 독점 현상이 일어나게 된데는 대기업 영화사 혹은 메이저 영화사들의 지나친 자본확장 욕구때문이라기보다는 그 같은 욕구를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 내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영화산업 구조는, 영화 한편을 만들면 극장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이 전체 매출의 85~90%를 차지하게끔 돼있다. 비디오,DVD 등 부가판권 시장에서의 수익은 전체 매출의 10~15%에 불과한 것. 이러다 보니 영화사들마다 모두 극장수익에 목을 걸게 되고, 또 그러다 보니 모두 다 극장상영에 '올인'하게 됨으로써 자연발생적으로 와이드 릴리즈 방식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해결한다며 스크린 수를 제한하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10~15%에 불과한 부가판권 시장, 곧 非극장 시장을 적극 육성해서 결과적으로 독과점 현상을 줄여 가야 한다는 것이 '지원론'의 핵심이다. 한편의 영화가 5,600개의 스크린을 한꺼번에 가져가는 독점 행태는 충분히 비판받아 마땅하고 또 반드시 견제돼야 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의 해결이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차원에서 진행되서도 안된다는 것이 영화계 대다수의 지적이기도 하다. 강한섭 교수와 민주노동당의 좌우 코아비타숑은 성공할 것인가. 영화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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