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노동자들로 이뤄진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지회장 김영성)가 19일 사내하청 노조 중 처음으로 원청업체인 기아자동차와 교섭을 통해 잠정합의를 도출했다.
기아차 비정규직지회는 '불법파견 관련 특별위원회 회의록'이라는 형식으로 기아자동차, 기아차노조와 함께 3자가 합의하는 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사는 이 회의록에서 "기아자동차는 불법파견 판정 공정에 대해 신규인원을 채용해 정규직 공정으로 전환하는 경우 해당 공정에 근무 중인 협력사 종업원을 우선 채용한다"고 합의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단계적인 정규직화의 길을 열었다.
또 노사는 "공정변화에 따른 여유인력 발생 시 다른 공정으로 전환배치 또는 타 협력업체에 고용 승계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해 불안정한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사측이 노력할 것을 합의했다.
그밖에도 노조는 하청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시급 308원 인상 △성과급 300% △타결일시금 120만 원의 임금협상안에 합의했다.
사내하청 노조 중 처음으로 원청과 합의…사내하청 문제 해결에 전기
기아차 비정규직지회는 지난 7월 20일 파업 출정식을 갖고 보름 넘게 독자적인 파업을 벌여 기아차 생산라인을 몇 차례 멈추게 했다. 결국 노조는 사내하청 노조 중 처음으로 원청을 교섭 테이블로 끌어냈다. 이는 사측이 스스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셈이다.
더욱이 원청이 교섭에 나온 것뿐 아니라 노조와 합의안을 마련한 것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번 합의를 통해 기아차 비정규직지회가 향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해결하는 데 큰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어떤 기업도 비정규직 노조와 교섭을 통해 합의 내용을 만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노사 합의는 '회의록'의 형태를 띠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노사가 합의한 회의록도 단체협약에 준하는 법적 효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사실상 원청과 단협을 체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비정규직지회는 기아차 정규직 노조를 합의 주체로 함께 넣어 사측이 합의록을 이행해야 하는 근거를 만들었다.
기아차 비정규직지회가 이같은 '놀라운 승리'를 얻어낸 것은 2000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 중 1300여 명을 조합원으로 갖고 있는 비정규직지회의 조직력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기아차 사례'는 1만 여 명에 달하는 현대차 불법파견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9300여 명이 불법파견된 노동자라고 판정받은 현대차에게도 이번 사례는 엄청난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지회는 오는 22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가결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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