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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은 美 국방부 앵무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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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은 美 국방부 앵무새인가?

<김창룡의 미디어비평> <1> 미국 전쟁논리와 여론 조작

전쟁개시 이틀 만에 우려했던 미국의 여론조작이 국내 신문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보도되고 있다. 이런 보도방식은 전쟁이 심화될수록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돼 미국편향의 왜곡보도는 이번에도 심각한 사실왜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 국방부가 모집한 종군기자 프로그램 '임베드(embed)'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신문사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대한매일, 문화일보, 한겨레 등이며 방송사로는 KBS MBC SBS 등 공중파 3사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 국내 언론사들은 이 '임베드' 프로그램을 통해 이라크나 쿠웨이트 등 중동 현지에 기자를 파견했다고 한다. 미 국방부 프로그램에 의해 우리나라 기자가 움직인다는 것은 취재제한과 보도제한 등의 극심한 통제를 받게 되며 미국 편향된 보도 외는 서비스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20일 전쟁개시와 함께 국내 신문과 방송이 보도하는 내용들은 이미 중립적이지도 않고 공정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쿠웨이트에 미사일을 쏜 적이 없다'는 이라크 주장은 들릴 듯 말 듯 하고 반면에 미국이 주장하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미사일 포격설'은 현장 화면까지 제시하며 사실인 양 보도된다. 20일 국내언론이 전하는 '이라크 유정 방화' 기사를 보면 미국 NBC 방송 주장을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NBC 방송 보도내용은 '미 국방부 관리'라는 소식통을 인용한 것이다. 이 보도가 진실인지 여부는 현재로는 확인할 수 없다. 전쟁에서 전쟁당사자의 말을 믿고 전한다는 것은 공정보도 차원에서 금기사항이다. 그래서 전쟁에서 첫 번째 희생물은 '진실'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이미 이런 류의 미국에 편향된 일방적인 보도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국내언론을 통해 지나칠 정도로 소개됐다. 조선일보는 '미군 개전과 동시에 진격 바그다드서 귀국길 오를 것'(3월 8일자), '말라빠진 햄버거도 눈물나게 맛있었다'(3월 12일자), "한치 앞도 안 보이는 모래바람 생수 2병으로 목욕까지 해결'(3월 14일자) 등 마치 한국군의 진격을 찬양하는 듯한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중앙일보는 '미군 준비 끝…명령만 남았다'(3월 3일자), '후세인 없애는 전쟁 당연'(3월 6일자), '아파치 헬기 130대 최전방 대기'(3월 17일자) 등 미군 입장을 대변했다. 동아일보 또한 '국경초병 후세인은 끝, 일부 시민 보복우려 탈출도' 등 미국 편향적인 기사가 대부분이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SBS 8시 뉴스에서 보도한 '사기를 올려라'는 미군들이 파티를 하는 장면과 휴식을 즐기는 모습을, 14일 '모래폭풍과 전쟁'에서는 모래폭풍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미국과 영국 군인들을 필요 이상으로 부각시켰다. 현장기자의 입장에서는 왜곡보도 사실을 부인하겠지만 이미 미군당국의 제한된 취재범위 내에서만 취재가 이뤄진다는 사실 자체가 왜곡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후검열'로 공정한 보도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기도 하다. KBS와 MBC는 미국의 CNN 방송사 동시통역을 부분적으로 서비스하기도 한다. 전쟁 가해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여과 없이 전달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이 전쟁의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유엔헌장 위반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너무나 미약하다. 유엔헌장의 기본이자 핵심은 지구상 '평화의 이름으로' 치러지는 전쟁을 막자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경제적 봉쇄나 외교단절 등의 행태로 국제사회가 응징하도록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언론자유의 나라로 공정한 보도를 하는 것 같지만 전시상황에서는 철저한 언론통제전략을 펼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7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국내 여론의 악화로 첫 패전의 아픔을 경험한 미국은 이후 80년대 그라나다 침공이나 파나마 침공 같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군사적 침공을 앞두고 철저하게 언론을 통제했다. 91년 걸프전쟁 때는 이런 언론통제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그 통제전략은 3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가능한 범위 내에서 언론을 전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취재하도록 격리시킨다. 둘째 장기간 취재ㆍ보도를 할 수 없도록 한다. 셋째 최대한의 보도통제를 가한다. 이 세 가지 통제지침은 추상적인 것 같지만 현장보도기자들에게는 아주 구체적으로 행사된다.

우선 미군 당국은 기자풀제를 적용해서 한정된 수의 기자들을 전선으로 안내한다. 걸프전쟁 때는 미국과 세계에서 특파된 192명의 신문, 방송, 통신사 기자들을 몇 그룹으로 나눠 각각 다른 미군기지에 주둔시켰다. 선발된 기자들조차 분할통치(divide and rule system) 전략으로 우호적인 기자에게는 현장취재를 협조하는가 하면 비협조적인 기자들에게는 위험이 수반되는 독자적인 취재를 하도록 했다.

이번 바그다드 침공에 앞서서도 미 국방부는 세계의 언론을 그룹화하여 미 국방부가 정한 미군기지내에 한정시켜 보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걸프전쟁 후 국제기자연맹은 이에 대해 "명백한 언론자유침해이다. 중요한 정보는 차단되고 있으며 비영국, 비미국 기자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항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언론통제방식은 이번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걸프전 당시 세계 방송사에 방영된 미군의 바그다드 군사시설 정조준 폭격장면이 미군 당국에 의해 선택된 방영물이란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라크의 인구밀집지역인 바스라 지역에 대한 미군의 융단포격과 타깃을 빗나간 오폭이 이라크의 무고한 국민을 얼마나 살상했는지는 지금까지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국내언론이 과연 이라크의 민간인 피해나 미군의 오폭을 얼마나 보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만든 국제기구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며 전쟁에 나선 미국. 부시의 '미치광이 전쟁놀음'에 끌려들어간 한국의 파병결정에 문제제기조차 거부하는 다수 국내 언론의 여론무시와 전쟁논리 확산. 전쟁 당사국이 정교하게 만든 언론통제전략에 따라 쏟아내는 왜곡된 뉴스와 정보를 걸프전에서처럼 이번에도 '절절한 진실인양' 그대로 접해야 하는 국민은 도대체 어디에 '정보주권'과 '공정보도'를 하소연할 수 있을까.

전쟁을 찬양하는 그 입으로는 진실을 말하지 말라. 한 개인을 한 가족을 한 나라를 한순간에 박살내는 전쟁은 비참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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