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요정', 장쯔이가 또 한편의 거대 무협사극 <야연>의 국내 추석개봉에 맞춰 내한했다. <와호장룡>, <영웅>, <연인>에 이어 다시 한번 중국 무협사극의 뮤즈가 되어 돌아온 것. <야연>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줄거리를 5대10국 시절의 중원으로 가져가 무협사극의 옷을 입힌 영화. 장쯔이는 <햄릿>에서 '거트루드'에 해당하는 황후 '완'을 연기했다. <야연>은 200억 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을 자랑하는 영화답게 중국 개봉에서만 개봉 첫 주에만 극장 수입 700만 달러라는 오프닝 신기록을 세우며 현재 중국 본토에서 한창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작품. 장쯔이의 이번 내한에는 펑 샤오강 감독과 <야연>에서 황태자 '우 루안'을 역을 맡은 다니엘 우도 동행했다. <야연>이 <햄릿>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장쯔이가 맡은 '완' 역은 <햄릿>의 '거트루드'보다 훨씬 복잡한 인물이다. '완'은 '거트루드'처럼 권력을 쫓아 자신의 형을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리'의 청혼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선황제의 태자인 '우 루안'과의 슬픈 사연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완'이 황후로 간택되기 전, '완'과 '우 루안'은 연인 사이였던 것으로 설정돼 있다. <야연>의 '완'은 남편을 죽인 자와 결혼을 할 만큼 권력욕에 불타면서도 수시로 옛 사랑의 기억에 흔들리는 '여린 여인'인 셈이다.
| |
|
장쯔이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
펑 샤오강 감독은 19일 서울 광장동의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각고의 노력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한 장쯔이가 복잡한 내면을 가진 황후 '완' 역을 훌륭히 소화해내리라 확신했고 또 그 결과에 대해 절대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쯔이는 1999년 장예모 감독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로 데뷔한 이후 <와호장룡>과 <러시아워2>, <영웅>, <연인>, <2046>, <게이샤의 추억>과 같은 영화를 거쳐 중국과 아시아의 테두리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해왔다. 함께 작업한 감독만 해도 <집으로 가는 길>, <영웅>, <연인>의 장예모를 비롯해 <와호장룡>의 이안, <2046>의 왕가위,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의 스즈키 세이준, <게이샤의 추억>의 롭 마셜 등 그 이름들이 모두 쟁쟁하다. 중국과 할리우드, 한국과 일본 등 활동영역 또한 '세계적'이다. 중국 본토 태생으로 어렸을 때부터 익힌 무용과 '중국희극학원'에서 받은 엄격한 교육을 바탕으로 고난이도 액션 연기나 가무 등 기술적인 부분을 필요로 하는 역할에서도 완벽한 프로정신을 발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와호장룡>과 <게이샤의 추억> 이후, 할리우드에서는 공리와 장만옥을 잇는 아시아의 월드 스타로 대접받고 있다. 다음은 기자회견에서 가진 장쯔이와의 일문일답.
- <야연>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펑 샤오강 감독과 꼭 한번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 감독에 대한 신뢰가 컸다. 함께 작업하면서 굉장히 총명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더욱이 황후 '완'은 그 내면에 굉장히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배우로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 데뷔작 <집으로 가는 길>의 '쟈오 디'는 순박한 시골처녀였고 <무사>의 '부용공주'는 가녀리고 청순한 이미지였던데 비해 근래에 들어서는 강인하면서도 남성을 매혹시키는 이미지가 강해졌는데. "어떤 캐릭터를 맡느냐 하는 문제는 한 명의 배우가 성장하면서 단계적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데뷔 초에는 나이도 어렸을 뿐 아니라 캐릭터에 나를 맞추는 연기를 했다면 지금은 캐릭터에 어떤 풍부한 감정을 담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연기하려고 한다."
| |
|
장쯔이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
- <와호장룡>, <영웅>, <연인>에 이어 이번 영화 <야연>까지 계속해서 중국 무협사극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데뷔작 <집으로 가는 길>과 같은 예술영화에 다시 출연할 의향은 있는가. "중국영화에도 여러 장르가 있지만 중국 이외의 나라에서 보기에는 아무래도 중국영화 하면 무협사극에 대한 인상이 제일 큰 것 같다. 중국 무협영화하면 다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영화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것은 다 다르다. 잘 소개되지 않아서 그렇지 무협사극에 출연하는 중간에 <2046>이나 <모리화>와 같은 예술영화나 문예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해왔다. 앞으로도 계속 블록버스터에 출연하는 한편 작은 규모의 영화에도 출연할 계획이다."
- 중국 무협사극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니다. 기회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웃음) 물론 나는 배역을 맡기 위해 소극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편이 아니다.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이건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데 나는 늘 지금 당장의 일에 몰두하지 그 후의 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와호장룡> 때만 해도 이안 감독을 만나고 출연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을 때 영화 출연을 확정 받기 전까지 감독에게 내 장점을 부각시키려고 부단히 애쓰고 노력했다. 그만큼 하고 싶지 않은 역할에 대해서는 냉정히 돌아선다. 지금까지 많은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서는 감사히 생각한다."
- 여러 편의 중국 무협사극은 물론이고 최근 <게이샤의 추억>에서는 일본인으로 출연하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가 되었다. 할리우드를 비롯한 서구사회에 본인의 동양적인 매력이 어떻게 어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동양을 대표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거나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난 그저 그때그때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해서 탐구하고 집중하는데 신경을 써왔을 뿐이다. 지금 막 생각한 걸 얘기하자면 동양인의 매력은 의지력에 있는 것 같다. 어떤 일에 집중해 그것을 꾸준히 추진해나가는 능력이 동양인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엔 말이 통하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다. 주위에서 무슨 말이 오고 가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으니까 마음이 자꾸 조급해졌다. 중국에서 먹던 국수 생각도 나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고 솔직하기 때문에 쉽게 극복했다. 이제는 의사소통 문제도 많이 해결됐기 때문에 할리우드에서의 작업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래도 집만큼 편한 곳은 없는 것 같다.(웃음) 할리우드는 또 하나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
|
장쯔이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배우로서 할리우드가 원하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반복 재생산할 위험이 있을 것 같은데. "아시아를 배경으로 만들어지는 대다수의 블록버스터 영화가 그런 위험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늘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선택하려고 애쓴다."
- 아시아 배우의 세계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먼저 헐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입장에서 다른 아시아 배우들에게 충고를 한다면.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할 때 그것이 어디까지나 과정이 되어야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의 배우든 다른 세계에 나가서 다른 경험을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것을 늘 잊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 세계적인 배우로서 자신의 스타파워를 인식하고 있는가. "물론 나같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가 영화에 줄 수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오는 영화는 분명 해외 수출 면에서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이다. 아무리 유명 배우가 나온다고 해도 영화가 좋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할리우드의 경우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영화가 좋을 때 유명 배우가 출연한다는 점이 더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
|
야연 ⓒ프레시안무비 |
- <게이샤의 추억>에서 일본 게이샤를 연기한 것을 비롯해서 중국 매스컴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그런 점에 있어서는 한국 배우들이 부럽긴 하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김윤진씨의 경우 한국 배우가 세계적으로 성장하면 매스컴들이 호의적인 방향으로 보도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김윤진씨의 경우와 내 경우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나는 일찍이 그런 상황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에 더 강인해질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격려하기도 한다.(웃음)
- 국내영화 <조폭 마누라 3> 출연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조폭 마누라 2>에는 친구를 도와주자는 생각으로 카메오로 출연한 거다. <조폭 마누라 3>의 배역은 지금 내가 추구하는 캐릭터 성격과 맞지 않는 것 같아 포기했다. 하지만 한국영화에 출연할 계획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좋은 감독과 좋은 영화를 꼭 같이 하고 싶다. 이 얘기 좀 꼭 써 달라.(웃음) 내가 한국말을 못해서 고민하는 감독이 있다면 벙어리라도 좋으니 배역을 달라고 말하고 싶다.(웃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