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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감독 송해성 | 출연 강동원, 이나영, 윤여정, 강신일 제작 LJ필름, 상상필름 | 배급 프라임엔터테인먼트 등급 15세 관람가 | 시간 120분 | 2006년 상영관 메가박스, CGV, 서울극장, 대한극장 구치소 면회실, 얇은 창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수갑을 차고 앉은 이는 사형수 정윤수(강동원). 그 맞은편엔 문유정(이나영)이 앉아 있다. 매주 목요일 10시에서 1시까지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둘은 지금, 천주교 만남의 방이 아닌 면회실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약속 없이 불쑥 찾아온 유정은 윤수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이 왜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는지, 왜 그토록 살고 싶지 않았던 건지 윤수에게 고백한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윤수의 얼굴 옆으로 창에 비친 유정의 얼굴이 겹쳐진다. 사형수 윤수와 세 번이나 자살에 실패한 유정은 '죽음' 앞에서 그렇게 다른 듯 서로 닮은꼴을 하고 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프레시안무비
공지영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세 명을 죽이고 사형수가 된 정윤수와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한 여교수 유정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원작 소설이 유정의 시선을 따라가며 둘의 사랑에 대해, 인간의 죄의식과 용서에 대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형제 반대에 대해 이야기들을 두루 펼친다면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에만 큰 방점을 찍는다. <파이란>에서 질기고 짙은 사랑을 그려낸 바 있는 송해성 감독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죽음' 앞에 놓인 비극적 사랑을 아프게, 그러나 아름답게 담아내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려 애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막 자살에 실패한 유정이 수녀인 고모를 따라 교도소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곳에서 사형수 윤수를 만난 유정은 이상하게 윤수에게서 낯선 이질감과 함께 동질감을 느낀다. 매일 아침을 맞는 것이 두렵다며 빨리 죽여달라 외치는 윤수가 왠지 자신과 닮아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온 유정은 그렇게 가난한 부모에게 버림받고 길에서 자란 윤수에게서 자신을 본다. 그리고 이는 윤수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상대를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쳐 간다. 하지만 이들이 사랑을 느끼게 되는 그 마음의 교감이 관객들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는다. 유정이 윤수에게 느끼는 동질감은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만 '설명'될 뿐 극적인 과정을 통해 감정적으로 전이되지 않는다. 때문에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에 눈떠가는 과정과 삶을 긍정하게 된 유정의 변화된 태도는 '머리'로 이해는 되지만 결코 '가슴'을 울리진 못한다. 원작 소설보다 '멜로'에 더욱 관심을 쏟은 송해성 감독은 원작처럼 '사형제 폐지'를 적극 옹호하고 나서는 대신, 사형을 둘의 사랑에 비극적 결말을 부여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영화는 죽어있는 것과 다름없었던 과거의 시간을 지나 유정과 윤수가 서로를 통해 '삶'의 기쁨에 눈 뜬 순간, 가차 없이 사형을 언도한다. 물리적 죽음을 넘어 사형이라는 제도가 희망과 삶의 찬란한 순간들을 얼마나 비참하게 짓밟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 대목은 영화에서 이들의 사랑을 가장 극적으로 만드는 순간인 동시에 사형의 참혹한 면모를 가장 날카롭게 보여주는 부분으로 작용한다. '배우' 이전에 '꽃미남'으로 불리던 강동원은 죽음 앞에 내몰린 자의 묵직한 감정 연기들을 잘 소화해내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통해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세웠다. 반면 <아는 여자> 이후 2년여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이나영은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아일랜드>에서 한발 나아간 새로운 연기를 선보이지 못하고 그 연기 톤에 그대로 머물러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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