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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영문자료 3일간 의원들만 열람하라"고?

[한미FTA 뜯어보기 91] 한미 FTA 정보공개, 정부의 '속보이는 무성의'

정부가 드디어 '한미 FTA의 협정문과 양허안 초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9월 4~6일 단 3일에 한해 한미 FTA 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과 보좌관에게만 메모가 불가능한 '열람' 형식으로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공개된 자료의 대부분은 국문 번역본도 없는 영문자료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의 이 같은 공개 방침은 그간 시민사회단체 및 국회가 한미 FTA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성의한 공개 방식 및 국문 자료가 없는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정보 공개'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문본 협상안 마련한다는 약속은 어디로?

참여연대가 5일 발표한 성명에 의하면 현재 한미 FTA 특위 소속 의원들에게 공개된 자료는 협정문 초안, 관세 양허안, 서비스투자 유보안, 금융서비스 유보안이다. 이 중 우리측 협정문 초안과 '서비스투자 유보안'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자료열람을 시도한 의원이 전한 말에 따르면 공개한 자료의 대부분이 국문자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영문원본에 대한 번역본도 갖추어 놓지 않았다"며 "또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영문자료의 상당수는 국회에 공개하기에 앞서 이미 미국에게 전달된 자료들"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런 방식으로는 특위의 목적인 '협상 체결에 대한 보완 및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참여연대는 "국문본으로 협상안을 마련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인지, 국문본이 없다는 것은 대통령이나 국무위원들이 협상안의 원문을 모두 영어로 보았다는 것인지, 영문으로 된 원본으로 부처간 의견조율이나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것인지 정말 한심한 일"이라며 "국회의원들 또한 자료를 국문으로 작성하라는 자신의 요구가 정부에 의해 이토록 무시당하고 있는데도 자신의 권한도 포기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개 기간동안 특위 의원들은 멕시코에 출장 중

한편 참여연대는 "현재 특위 소속 의원으로 유일하게 원안을 열람할 수 있는 이들의 상당수는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멕시코 현지조사활동을 떠나 있는 상태여서 정작 자료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일을 제대로 할 의사가 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멕시코로 외교활동을 떠난 이들은 한미 FTA 특위의 홍재형 위원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송영길, 김태년 의원, 한나라당 윤건영, 안홍준 의원 등 특위소속 의원들이다.

참여연대는 "우리는 전 국민의 현재와 미래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국가적 사안인 한미 FTA에 관해 국문자료 조차 만들지 않는 정부의 협상을 민주적 대표성을 갖춘 협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7달이 채 안돼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한미 FTA 3차 협상을 하루 앞둔 5일, 한미 FTA 반대 및 정부의 '정보공개'를 촉구하는 사회 각계의 선언 및 기자회견이 잇따랐다.

'한미 FTA저지 시청각·미디어분야 공동대책위원회'는 5일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FTA의 서비스, 투자분과 개방요구 목록 정보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방송과 통신, 전자상거래가 본격적인 협상 의제로 등장할 3차 협상이 코앞에 다가 왔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협상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철저하게 막고 있으며 개방요구 목록 교환 여부에 대한 거짓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지난 8월 27일 언론 보도에 의하면 미국은 한국정부에 대해 '방송과 기간 통신분야에 대한 외국투자 제한을 완화해줄 것'까지 주장하고 있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미국의 개방요구 목록조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녕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정부라면 국민들과 더불어 '유보안'을 짜고, '미국의 요구안'에 대해 국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을 것이지만 정부는 현재 이 모든 것을 밀실에서 주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의 전규찬 소장은 "정부는 당초 방송 개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채 7개월이 안돼서 방송이 개방의 요구대상으로 떠올랐다"며 "공동대책위원회가 미국의 요구사항을 밝히라고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3차 협상이 이뤄지는 지금도 정부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우리만화연대, 문화다양성포럼,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문화예술단체 소속인을 비롯한 문화예술인 1400여 명은 선언문을 발표하고 "문화예술을 수익 창출을 위한 상품으로만 취급하고 문화정체성과 다양성을 심각하게 파괴할 한미 FTA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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