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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군수 판공비 9326만 원 물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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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서천군수 판공비 9326만 원 물어내라"

서천군민 681명 주민소송 제기…서천군 '유감'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4일 충남 서천군 주민 681명이 "서천군은 나소열 군수의 업무추진비 중 지난 2년 동안 잘못 집행하거나 사용 내역이 불분명한 9326만 원을 군에 배상토록 청구하라"며 손해배상에 관한 주민소송을 지난 달 28일 대전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천군민 681명 "군수 판공비 사용 엉터리" 주민소송
  
  이들은 소장에서 "2004~2005년 사이에 집행된 나 군수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보면 12명에게 2년간 73회에 걸쳐 5200만 원을 집행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 사용 내역이 전혀 첨부되지 않았고, 외부 선물은 8만 원 이하로 해야하는데 1필에 최소 34만 원 하는 한산모시 34필을 구입해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지역특산물을 홍보한다는 명목으로 구입한 '한산소곡주'는 특정 1개 업체에서만 52회에 걸쳐 4660병, 합계 4102만 원 어치를 구입해 '특정인에게 특혜를 줘서는 안된다'는 서천군 공무원행동강령을 위반했고, 구입한 한산소곡주를 누구에게 나눠줬는지도 기록도 남겨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업무추진비 중 현금 사용비율이 30% 미만으로 제한돼 있지만, 2004년도의 경우 업무추진비 예산 1억6800만 원 중 30.14%(5064만 원)를 현금으로 지출해 규정을 어기고 24만 원의 현금을 초과로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나 군수는 업무추진비 사용에 있어서 지방재정법 및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기본지침, 부패방지법, 서천군 공무원행동강령 등에 따라 집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의 또는 과실로 위반했다"며 "서천군민들의 혈세로 공무를 수행하는 서천군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금 초과지출 24만 원, 한산소곡주 구입 비용 4102만 원, 사용내역이 불분명한 현금 지출분 5200만 원을 합쳐 모두 9326만 원의 손해배상액을 산출했다. 이들의 주민소송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서천군은 나 군수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
  
  주민감사청구→감사→주민소송
  
  이번 주민소송이 제기되기까지는 주민감사청구가 큰 역할을 했다. 서천군민 680여 명은 지난 2월 나 군수의 업무추진비 등에 대해 주민감사청구를 했고, 같은해 6월 충청남도는 서천군에 대한 감사를 통해 위와 같은 지적사항을 적발해내고 관련 공무원 2명을 징계토록 했다.
  
  하지만 당시 주민감사청구를 냈던 주민들은 "하위직 공무원 몇 명에 대한 징계권고뿐 잘못 집행된 업무추진비 환수 및 군수에 대한 문책 등 본질적 시정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솜 방망이' 감사 결과에 실망한 서천군민들은 소송을 해서라도 예산을 자기 용돈 쓰듯 사용한 군수의 잘못을 징계하고 엉터리로 쓰인 예산을 환수하고자 한다"고 주민소송을 제기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 관계자는 "우리보다 먼저 주민소송제를 시행 중인 일본에서는 공식접대 후 내부 공무원들끼리 한 '뒤풀이'성 회식의 비용을 예산에서 지출한 것은 위법이라며 반환하도록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며 "우리나라도 주민소송제가 도입된 만큼 국민 세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일부 공직자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국민과 법의 심판에 가능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천군 "감사 지적사항 시정중인데…"
  
  반면 서천군 측은 이번 주민소송이 제기된 데 대해 원인을 제공한 것은 인정하지만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한산모시 선물'과 관련해 군 관계자는 "외부 선물 8만 원 이하 규정에 대한 인식 없이 서천 지역 특산품인 한산모시를 홍보하기 위해 선물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며 "한 필에 최소 32만 원 하는 물품을 4등분해서 줄 수 없어 도의 감사 지적 이후에는 한산모시 선물을 중단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산소곡주 특혜 구입' 의혹에 대해서도 "군 내에 소곡주 공장이 1곳뿐인데, 여러 소매점을 통해 구입하는 것보다 공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것이 더 싸기 때문에 예산 절감 차원에서 1곳뿐인 공장에서만 구입한 것"이라며 "선물 제공 내역을 일일이 기입하지 않은 것도 각종 행사에서 쓰다보니 모두 챙기지 못한 실수"라고 말했다.
  
  쟁점이 되고 있는 '현금 5200만 원 집행 내역 누락'에 대해서는 "군수, 총무과장 등 12명의 군청 간부들이 '품위 유지비' 등으로 2년간 집행한 현금인데, 현금 사용 내역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것은 업무추진비 관리 책임자의 책임"이라며 "이 돈들이 사적으로 유용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서천군은 2003년 9월부터 군청 홈페이지(www.seocheon.go.kr)를 통해 업무추진비를 공개해고 있다. 서천군 관계자는 "매주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는 등 업무추진비 사용을 투명하게 해 오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며 "그래도 미흡한 점이 있어 도의 감사를 받아 관련 공무원이 징계를 받았고, 지적 사항을 시정 중"이라며 이번 주민소송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주민 소송, 1월 1일 시행 후 계속 증가
  
  주민소송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재무회계 행위에 대해 지역 주민이 자신의 개인적 권리 및 이익의 침해와 관계없이 그 위법한 행위의 시정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제도로, 올해 1월1일부터 시행이 됐다. 단, 무분별한 소송을 막기 위해 주민소송에 앞서 반드시 주민감사청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서천군민의 '판공비 주민소송'은 전국에서 3번째로 이에 앞서 성남시와 광명시에서 주민소송 제기가 있었다.
  
  성남에서는 시가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 인근 탄천변에 도로를 개설하려 했으나 일부 구간이 비행안전구역을 침범해 왕복 4개 차로 중 3개 차로가 폐쇄됐다. 이에 성남참여자치연대 등은 "시가 잘못된 공사로 시민혈세 180억 원을 낭비했다"며 지난 2월 경기도에 주민감사청구를 했고, 5월에는 성남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을 요구하는 주민소송을 수원지법에 제기했다.
  
  광명에서도 시가 음식물쓰레기처리장을 지었으나 부실공사로 인해 음식물 처리가 예상치의 30%를 밑돌고 이로 인해 수억 원의 예산이 추가투입되자 지역시민단체들이 주민감사청구에 이어 주민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이밖에 인천 부평구청장의 업무추진비 위법사용, 부평과 서울 성북구의회의 의정운영 경비 위법사용, 대우 아시아복지재단 특혜비리 의혹, 충북 괴산군 골프장 건설 문제 등에 대해서도 주민감사청구 및 주민소송이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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