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민들의 남다른 '교육열'을 원동력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부모는 아무리 배를 곯아도 자식들에게 초등학교 졸업장은 기본이고, 고등학교 졸업장까지는 반드시 따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가들에게 '교육'은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전세계적으로 1억400만 명의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고, 이 중 94%가 이들 나라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다.
"여자라 중학교 못 가는 나라 수두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Save the children Korea),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 등 21개 시민단체 및 구호단체로 구성된 '지구촌빈곤퇴치 시민네트워크'는 1일 서울 효자동 유니세프 소강당에서 '아동과 개발'이라는 주제로 제3회 지구촌 포럼을 열었다.
이들은 이 포럼에서 아직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해외원조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개발도상국가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아동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아에서 벗어나게 하는 절대적 빈곤의 퇴치이지만, 그 다음 단계에서의 '교육' 문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개발도상국가에서 '교육'의 힘은 무엇일까? 이야기의 초점은 '초등교육'과 '여성교육'에 모아진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이현우 차장은 "여성 교육에 대한 투자로 인한 성과로 20세기 중반 이후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한국과 일본, 80년대 중남미의 발전을 꼽힌다"며 "여성 교육은 경제발전의 결과이기 이전에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아직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은 이에 대한 인식과 투자 능력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 차장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초등학교 졸업률이 남자는 85%인데 비해 여자는 76%에 그치고 있고, 여성의 중학교 진학률이 25% 미만인 나라도 36개 국에 이를 정도로 특히 저개발 국가에서의 여성 교육률이 매우 낮은 형편이다.
여자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빈곤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노동을 하거나 가사일에 매달리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수업료가 부담스러운 것은 물론이고, 학교에 여교사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며 여성을 위한 화장실 등의 시설이 없고,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아 여자 어린이들에게 학교가 '안전하지 못한 곳'인 경우가 많은 것도 큰 원인이다.
게다가 그동안의 발전 전략도 경제성장에만 치우쳐 여성 교육 등의 인간적 가치 개발에 소홀했고, 전통적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도 여성을 교육에서 소외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여자가 학교에 가야 경제성장"
그렇다면 여성 교육이 갖고 오는 효과는 무엇일까? 첫째, 장기적으로 봤을 때의 가정 소득증대 효과를 불러온다. 교육을 많이 받을 수록 노동의 기대효과가 높아지고 이는 곧 노동력 증대 및 가치 향상 효과를 가져온다.
둘째, 여성이 교육을 받게 되면 일단 유아사망률 감소 등 가족의 건강증진 효과를 얻게 된다. 일단 학교에 다니면 15세 이전에 결혼하게 되는 조혼률이 감소한다. 조혼이 감소하면 산모 및 영아 사망률도 낮출 수 있다. 학교에 다니며 성교육 등을 받으면 보건에 대한 지식이 많아져 유아 사망률도 낮아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여성에 대한 교육률이 5% 높아지면 유아 사망률은 30%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여성의 보건 지식은 전체 가족의 건강 증진에도 도움을 주고, 아동 노동 및 에이즈 등의 질병으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는 등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대단하다는 설명이다.
이 차장은 "유니세프가 1985년부터 방글라데시에 농촌 어린이들을 위해 브락(BRAC) 학교라는 비공식 학교를 만들어 운영한 결과 지역 사회의 호응이 뛰어났고, 학교가 3만2000여 개로 늘어나 여자 어린이들의 초등학교 취학률이 39%에서 80% 이상으로 크게 향상됐다"고 소개했다.
브락 학교 학생의 3분의 2는 여자 어린이들이고 교사의 4분의 3이 여교사로 구성돼 있다. 처음에는 100% 선진국들의 재정 지원으로 설립·운영됐는데, 현재는 현지 정부가 재정의 4분의 3을 부담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정착돼 있다. 유니세프는 2002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도 여자 어린이를 위한 학교 700여 개를 지어 운영 중이다.
"단순 원조가 아니라 지역공동체 자생력 키워줘야"
'단순 경제원조'가 아니라 '교육 지원 및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유도하는 사례도 눈여겨 볼만 하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는 미얀마에서 '영유아 보호개발'(ECCD: Early Childhood Care Development)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미얀마 양곤에서 비행기로 1시간 가량 떨어진 니앙수위(Nyaungshwe)시 인레이 호수 지역 마을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 유아 사망률은 1세 전 6.1%, 5세 전 9.36%에 이르며, 영유아의 교육 접근율은 2%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곳에 보육센터를 지었다. 44명의 교사가 일하고 있으며, 3~5세 아동 938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학부모 교육도 병행하는데 1023명의 학부모가 부모교육을 수료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보육센터가 지역공동체를 조직하고 활성화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근 학부모들은 센터를 건설할 때 노동 봉사를 통해 참여했고, 센터에 아이들을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영양간식 공급 활동을 공동으로 하고 부모교육을 받는 등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자녀 교육과 지역공동체 활동 역량을 스스로 키운다는 점이다.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김인숙 부회장은 "센터를 지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센터를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력과 자금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아동 보호를 위한 활동은 지역 사회의 공감대를 얻어 자체적인 능력을 갖출 때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세이브더칠드런'은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들어와 아동 보호 등의 원조를 했던 단체로,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운 경험을 이제는 제3세계 국가에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ODA규모 본 외국인들 '오타 아니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외원조 실적은 너무나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성균관대 이양희 교수(아동학과. UN 아동권리위원)는 "UN에서는 ODA(공적개발원조)의 규모를 GNI(국민총소득)의 0.7%까지 올릴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0.06%에 그친다"며 "외국 구호단체 관계자에게 우리나라의 ODA 비율을 설명하면 '잘못 프린트된 것 아니냐'고 물을 정도로 경제규모에 비해 ODA가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0.25%), 네덜란드(0.74%), 그리고 우리와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한 포르투갈(0.63%), 그리스(0.23%)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 교수는 "국가 경제 규모별 상대적 원조 액수 비율이 아닌 양적인 절대적 원조 액수를 보면 미국이 ODA로 가장 많은 돈을 내고 있고, ODA 규모가 GNI의 0.219%인 일본이 그 다음"이라며 "일본의 민간기업이 전세계에 진출해 개발 사업을 맡고 있고, 이로 인해 일본이 국제기구 선거에 나오면 떨어지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즉 일본이 막강한 경제력과 해외 원조로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계속 키워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정부나 민간기업 모두 이런 측면에서의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는 뜻이다. 뒤늦게 이를 자각한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 ODA 규모를 0.25%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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