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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무현 후계구상' 어디까지 왔나?

[정치, 막전막후] 최근 '김병준 역할론'의 진위를 중심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만나 '외부선장론'을 거론하면서부터다. 추측으로만 떠돌던 '노무현-이명박 연대'가 이 무렵부터 정치권 안팎에서 몇 가지 정황과 사실을 바탕으로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한나라당 내에서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A 의원은 최근 한 지인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측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의 연대를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제안까지 해 온 적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이 아니라 야권 인사의 입을 통해 '연대 시도'의 흔적이 확인된 것이다.
  
  물론 그는 "지금처럼 지지율이 낮은 노 대통령과 제휴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일 뿐"이라며 그같은 제안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은 듯한 자세를 보였다.
  
  이같은 A 의원의 전언이 아니어도 이 전 시장이 노 대통령과 손을 잡을 리 만무하다는 게 현재까지의 객관적인 평가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오는 '무모한 결단'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노 대통령의 후계구도 구상 중에 '이명박 카드'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은 여러 군데서 발견된다. 특히 A 의원은 이런 이야기를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직접 나눈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천정배 당권+이명박 대권' 구도의 실현성은?
  
  A 의원과 김 전 실장이 나눈 대화의 골자는 열린우리당이 호남 지역에서 기반을 유지하고 여기에 포항 출신의 이 전 시장이 결합하면 열린우리당이 명실상부하게 전국정당으로 발돋움 하는 동시에 집권 가능성도 가시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미련, 대연정 제안 등으로 이어진 노 대통령의 '지역구도 타파' 노력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같은 구상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한 가지 큰 결함이 있다. 지금의 열린우리당이 호남 정치세력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5.31 지방선거에서 호남 지역을 민주당이 석권하다시피 하고, 열린우리당이 김근태 의장 체제로 가면서 우리당의 호남대표성은 상당히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카드로 나온 것이 '천정배 당 대표 방안'이라고 한다. 목포 출신의 천 의원이 '차세대 주자'를 명분으로 당 대표를 맡고 이 전 시장이 결합하는 계획인 것이다. 천 의원이 법무부 장관 직에서 물러나 당으로 복귀한 것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 대통령이 8.15 사면에서 김 의장이 요청한 재계 인사들을 배제하는가 하면, 김 의장의 의욕적 사업인 뉴딜정책을 외면하고 '비전 2030' 플랜을 내놓아 결과적으로 '물타기'가 된 점도 내심 '천정배 체제'를 바라는 노 대통령의 의중이 녹아 있다는 해석이다.
  
  다른 한편으로 노 대통령은 이명박 전 시장의 동향도 면밀히 관측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7.11 전당대회는 사실상 '박근혜 기득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 이후 이 전 시장이 이 같은 당내 구조로 대선까지 갈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구상이 이 전 시장에게도 매력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음직한 대목이다.
  
  영호남의 대표주자 격으로 인식될 수 있는 두 인물을 축으로 한 양 지역의 결합, 민주화 세력과 근대화 세력의 대타협으로 의미부여할 수 있는 이같은 그림이 지금도 노 대통령의 심중에 크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김병준 전 실장의 전언이라는 것이다.
  
  노무현-이명박 가교는 김병준?
  
  그러나 이 같은 얼개를 갖춘 A 의원과 김병준 전 실장의 대화는 정확히 얘기하자면 '구상과 타진'의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 온당할 것 같다. 이를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직접적인 '제안'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 구도에 거론된 인물들도 한결 같이 "시나리오"라고 일축했다.
  
  우선 천정배 의원 측은 "노무현-이명박 연대설은 가설 차원에서 들어봤지만 천 의원을 그런 구도의 한 축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부인했다. 천 의원 측의 한 관계자는 특히 "노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자유겠지만, 천 의원의 당 복귀는 오래 전부터 스스로 생각해 온 의지의 결과"라며 작위적 정당개편 및 대권구도와의 관련성을 일축했다.
  
  열린우리당의 기획통으로 꼽히는 민병두 의원도 "당청 분리를 스스로 천명한 노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이같은 논의의 전제"라며 "이것이야말로 그것이 시나리오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김근태 의장 쪽의 반응은 조금 더 완강했다. 한 관계자는 "항간에 떠도는 시나리오 수준의 이야기로서 일말의 가능성도, 일고의 고려 가치도 없는 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김 의장과 노 대통령의 갈등설은 늘 언론이 만들어낸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명박 전 시장 쪽의 반응도 비슷했다. 한 측근은 "A 의원이 김병준 전 실장을 접촉했다는 말도 처음 듣고, 청와대로부터 그런 제안을 공식적으로 받은 일은 더더욱 없다"며 펄쩍 뛰었다.
  
  아직은 '구상과 타진' 단계…그러나 가파른 정국변화 예고
  
  그러나 이 전 시장의 측근인 A 의원이 '노무현 구상'을 두고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 전 실장과 대화를 나눈 것 자체는 사실로 보인다. 그런 접촉과 대화 자체를 '청와대 측의 타진'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나아가 그 내용이 어떻게 구성되든 노 대통령이 후계 구상을 구체화하는 단계에 돌입한 것도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 정국 전체가 대선 국면으로 급류를 타고 가파르게 진행될 수도 있음을 예감케 하는 대목이다.
  
  다만, 이 '노무현 구상'에 거명된 거의 모든 인사들이 거부반응을 보인 데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섣부른 정치구도의 변화 기도는 제대로 실현도 되기 전에 여권의 파탄과 노 대통령의 입지 축소만 낳고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어 보인다. 오히려 이 대목이 의미심장하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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