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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동자 자살…"일방통행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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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동자 자살…"일방통행은 안된다"

"내 고통 대물림 막으려면 막내 꼭 대학 보내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규직노조 조합원 남문수 씨(54)가 1일 새벽 현대차 울산 5공장에서 전선으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전환배치와 공정폐쇄 등으로 '불안감' 느껴온 듯

현대차 울산 5공장의 의장52부 공정기술과에서 일하던 남문수 씨는 최근 전환배치와 공정 폐쇄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남 씨는 어머니와 부인 등 가족 8명 앞으로 남긴 유서에 5공장 내의 52부 관리자 3명을 지목해 "각성하소서 관리자님들. 일방 통행은 아니됩니다"라고 비판하는 내용을 담아 관리자들과 갈등을 빚어 온 듯한 정황을 기술했다.
▲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정규직 조합원 한 명이 1일 새벽 목을 매 자살했다. 사진은 지난 7월 '2006 총력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의 모습. ⓒ현대자동차노동조합

유서에 따르면 남 씨는 2000년 11월부터 수출차 불량 수정작업자로 근무해 오다 도장공장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작업장이 철거돼 업무를 재배치 받았다. 그는 최근 며칠 간 선적부 외곽에서 정비반 작업을 수행했으나 지난달 31일 오전 관리자들로부터 다시 작업 공정의 폐쇄 통보를 받게 됐다. 남 씨는 이같은 사실을 유서로 전하며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보시오. 누가 잘못되고 잘 된 것인가를"이라고 적었다.

유서를 토대로 추정해 보면 6년간 손에 익은 작업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진 뒤 다시 그 공정의 폐쇄를 통보받아 사실상 '대기발령'과 같은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불안감과 위기감이 남 씨를 자살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

남 씨는 유서에서 "1987년도 아니고 민주사회에서 노조가 생기고 19년이 지난 지금도 구시대적 발상에 젖은 못된 3인(관리자들)을 철저히 규탄해야 하지 않을까요"라며 "나 하나만 희생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후배를 위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감히 글을 적는다"고 밝혔다.

남 씨는 또 "피를 토하는 아픔을 딛고 사측에 당당히 임하다 한줌의 재가 되지만 과정과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삶을 마감하면서 글로써 남기려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 5공장, 생산라인 중단…노조, 자체 진상조사 진행 중

아내에게 남긴 유서에서 남 씨는 "못난 남편, 무슨 할 말이 있겠소"라며 "미안할 뿐이오. 못 배워서 이뤄진 일, 우리 막둥이 꼭 4년제 대학 보내야 하오. 그래야 애비의 고통이 대물림은 아니될 게 아니겠소"라고 말했다. 또 그는 "미안하오. 많은 짐을 남겨주고 떠나서"라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1남 2녀의 자녀들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는 "엄마를 위로해주렴. 사랑한다. 사랑했다(너무)"라고 적었다.

현재 현대차 울산 5공장은 생산라인이 전면 중단된 상태이며 5공장 노조는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남문수 조합원이 자살에까지 이른 정확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자세히 조사한 뒤 회사측에 대한 항의 등 향후 해결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남문수 조합원의 자살은 비정규직뿐 아니라 정규직도 노동조합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일방적인 전환배치 등으로 불안감을 느껴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 남문수 씨는 현대자동차 노조 내의 현장조직인 '실천노동자회(실노회)'의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시신은 울산 시티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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