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회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가 30일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블랙 다알리아>의 상영을 시작으로 오는 9월 10일까지 12일 동안의 대장정을 출발했다. 개막식에는 드 팔마 감독을 비롯해 원작자인 제임스 엘로이, 주연배우 스칼렛 요한슨과 조시 하트넷, 애런 엑커트, 미아 커쉬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블랙 다알리아>에서 사건의 비밀을 쥐고 있는 매들린 역을 연기한 힐러리 스웽크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밖에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프랑스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를 비롯해 미국의 캐머런 크로 감독, 그리고 우리나라의 박찬욱 감독 등 심사위원단 전원도 개막 행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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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이 열린 리도섬의 살라 그랑데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
한편, 개막작 <블랙 다알리아>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1947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실제 발생한 엘리자베스 쇼트(일명 블랙 다알리아) 살인사건을 통해 욕망과 부패로 얼룩진 미국사회의 모습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답게 누아르풍 스릴러로 고발했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대작이 되려다 그저 잘 만든 작품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로이터 통신은 "첫 한 시간 동안 드 팔마가 진짜 위대한 무엇인가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에 차 있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꽤 잘 만든 동시에 문제도 많은 작품에 머물러 버리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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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을 맡은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이탈리아판 메트로의 1면을 장식했다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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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드 팔마 감독은 "사라진 정통 범죄영화 장르를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동석한 원작자 제임스 엘로이는 "1958년 어머니의 비참한 죽음을 경험한 것을 계기로 '블랙 다알리아'는 내게 강박적인 대상이 돼왔다"면서 "27년 동안 소설을 써오면서 두 차례 내 작품이 영화화되는 행운을 누렸는데 첫번째가〈LA 컨피덴셜>이고 두번째가 <블랙 다알리아>다"란 말로 드 팔마 감독에게 큰 신뢰를 나타냈다. 그런가하면 영화 속에서 조시 하트넷과 뜨거운 정사연기를 펼쳐 눈길을 끈 스칼렛 요한슨은 지난 60여 년 동안 미국사회, 특히 할리우드가 '블랙 다알리아' 신드롬에 사로잡혀온 원인에 대해 "10년 만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존베넷 램지 살인사건에서 보듯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문제에 잠시나마 신경쓰지 않기 위해 이런 종류의 뉴스에 열광하는 것 같다"고 나름의 해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올해 경쟁부문 출품작은 모두 21편. 모두 처음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인 것이 특징이다. 개막작을 포함해 애드리언 브로디, 벤 애플렉이 주연한 앨런 쿨터 감독의 <할리우드랜드>, 클라이브 오언, 줄리안 무어, 마이클 케인이 주연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남자들의 아이들>, 샤론 스톤, 앤서니 홉킨스, 데미 무어 등이 주연한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감독의 <바비> 등 미국의 화제작 5편이 포함돼 있다. 때문에 유럽과 아시아 예술영화 발굴에 주력해온 베니스 영화제가 올해는 할리우드에 러브콜을 보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13일 열리는 제1회 로마시네마페스트와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게 된 베니스영화제 집행부로서는 가능한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앞으로도 할리우드의 유명스타 및 화제작들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된 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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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다알리아 ⓒ프레시안무비 |
이밖에 일본 사토시 곤 감독의 애니메이션 <파프리카>, 폴 버호벤 감독이 모처럼 고국 네덜란드로 돌아가 만든 신작 <블랙 북>, 대만 차이밍량 감독의 <혼자 잠들고 싶지 않아>, 태국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신드롬과 한 세기 Syndromes and A Century>, 다이애너 왕세자비의 죽음 이후 영국왕실을 그린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의 <퀸> 등도 관심을 끄는 경쟁작들로 꼽힌다.
한국영화는 경쟁부문에 한 작품도 진출하지 못했고, 류승완 감독의 <짝패>가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섹션'에 초청된 것이 유일하다.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은 9월 1일부터 4일까지 현지에서 한국의 스크린쿼터 사수운동에 관한 기자회견 및 시위 등을 가질 예정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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