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머리길이 제한은 5㎝, 제 머리는 4㎝ 인데 잘렸습니다. 자신의 눈은 정확하다고 말하는 학주(학생주임교사)한테 무참히 잘렸습니다. 제가 무슨 황비홍인가요? 머리를 이렇게 해놓으시다니요."
"엄마가 내 몸을 보더니 깡패들한테 끌려가서 맞았느냐고 걱정하신다. 참 난감하다. 담임선생님보고 깡패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담임이 날 사랑해서 때린 것 같지는 않은데…."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와 최순영 의원이 주최한 '학생 체벌, 두발 규제 사진전'에서는 이처럼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들이 소개됐다.
이번 사진전은 최근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5분 지각'했고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교사가 학생에게 매 200대를 때린 사건으로 과잉체벌 논란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열려 더욱 눈길을 끈다. 28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열린 이번 사진전은 30일까지 계속된다.
이날 사진전 개회식에 참석한 최순영 의원은 "학생 체벌 문제를 공론화하고 국회의원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누구든지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학생 체벌 금지법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머리 좀 기르게 냅두면 안되나?"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가 청소년 인터넷 뉴스 사이트인 '바이러스', 청소년 웹사이트인 '아이두' 등에서 수집한 각종 체벌 및 두발 규제의 사례들도 소개됐다. 쓰레기통에 얼굴을 댄 채 머리카락을 잘리는 장면, 단체기합 도중에 매를 맞는 장면 등을 담은 '몰카 사진'부터 심하게 매를 맞아 자국이 남은 다리와 엉덩이를 찍은 '기록 사진'까지 생생한 현장 사진들이 전시됐다. 또 야구방망이, 빗자루, 단소, 당구채 등 각종 체벌도구가 '위험도' 및 '충격효과'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됐다.
이날 개회식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의 김종민 씨는 "과잉체벌을 하는 교사는 사실 극히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교사들이 문제의식 없이 일상적으로 가하는 체벌은 분명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의원은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듯이 작은 매가 큰 매가 되고, 그것은 결국 감정이 실린 폭력으로 확산되게 돼 있다"며 체벌 금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생 인권법안, 올해 안 국회통과 목표"
최순영 의원은 지난 3월 '체벌 금지, 두발 규제 철폐' 등을 골자로 하는 '학생 인권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상정되지 않고 있다. 최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준비하고 있으며, 현재 민노당 소속 의원 9명을 비롯해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 등 16명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장혜옥 위원장은 "두발 규제 등 학생인권 문제가 불거지고 논의된 지난 10년 간 교사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노력을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학생들은 주관을 가진 독립된 주체로 인정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학생 인권법안의 내용들이 수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영 의원실의 김인아 보좌관은 "지금도 최순영 의원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학생 인권법을 지지하는 많은 청소년들의 글과 피해사례가 올라오고 있다"며 "앞으로 전화로 상담할 수 있는 '체벌 센터'를 개설해 더욱 많은 사례를 수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의원은 이처럼 신고된 사례들을 토대로 국정감사 기간에 해당 교육청을 상대로 질의할 예정이다.
민노당 청소년위원회와 최순영 의원은 8월 28일부터 9월 9일까지를 '학생 체벌 추방, 두발 자유화를 위한 행동주간'으로 선포했으며,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 1일에는 '체벌 금지, 두발 자유화 법제화를 위한 D-100일' 선언식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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