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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외에는 방법이 없었느냐고요?"

서울 동성고교생, '학생인권에 관심 촉구' 교육청 앞 시위

교육청 : "그건 우리의 책임이 아니란다. 절차를 거쳐 학교에 이야기 하렴."
학교 : "밖에 나가서 그런 이야기 하고 다니지 마."


지난 5월 학생 인권 보장을 요구하며 교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다 학교 측으로부터 징계를 당했던 서울 동성고 3학년 오병헌 군이 이번에는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오 군의 문제제기에 공감하는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소속 활동가들도 수원, 전주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7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세금 먹고 뭐 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들어간 오 군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느끼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통로가 없다"는 말로 자신이 시위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교육청과 학교, 학생의 문제제기에는 관심 없어
▲ ⓒ프레시안

오 군은 "지난 5월 8일 학교 앞에서 진행한 1인 시위가 언론에 보도된 후 교육청 관계자가 학교에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정작 문제제기의 당사자인 내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았다. 심지어 내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라며 교육청의 관료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교육청은 학생이 문제제기한 내용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으며 단지 사태가 시끄러워지는 것을 막는 데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오 군은 고교 1학년 때 불우이웃돕기 등의 학내 모금활동이 반강제로 진행되는 것에 문제제기하면서 학교 운영의 민주화와 학생의 권리 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공론화할지를 놓고 오래 고민해 왔다는 오 군은 "학교의 문제점을 교육청에 알렸다가 오히려 학생의 신상정보가 학교에 알려져 곤욕을 치른 사례가 수두룩하다"며 교육당국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오 군은 "교육청에 문제제기할 경우 담당자는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거나 '절차를 제대로 갖춰서 문제제기하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또 학교에 직접 이야기할 경우에는 '왜 나서느냐'라거나 '밖에 나가서 그런 이야기 하지 말라'는 반응이 돌아온다"며 "그렇다면 학생들이 겪는 문제는 어디에 호소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군은 "청소년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주장에는 아무도 관심을 안 갖는다"며 "이렇게 피켓을 들고 직접 교육청 앞에 나서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누구나 학교에서 겪었음직한 문제들 "하지만 어른들은 관심이 없어요"

대학 입시 준비로 한창 바쁠 시기의 오 군이 언론에 실명을 공개하는 부담을 드러내면서까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들은 어떤 것들일까? 깜짝 놀랄 만큼 충격적인 비리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누구나 학교에 다니면서 경험해 봤음직한 것들이다. 교사의 비인격적인 체벌과 폭언, 학생을 배려하지 않은 우열반 편성, 아침 식사를 거르게 만드는 0교시 수업, 획일적인 머리 모양을 강제하는 것, 학생 자치 활동에 대한 방해 등이다.

그가 '시위'라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정말 이런 문제들에 대해 귀 기울이는 어른들을 만날 수 없었을까? 뜨거운 햇살 아래 땀에 젖은 오 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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