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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역민방은 SBS의 지역중계소 아니다"

지역민방 노조 '종속화 기도 저지' 상경투쟁

SBS의 지배주주인 (주)태영이 잇달아 지역민영방송사(지역민방)들의 주식을 취득하고 있는데 대해 지역민방들이 SBS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BS의 지역민방 종속화 저지 등을 위한 부산방송(이하 PSB) 사원 특별위원회'는 26일 오후 서울 방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SBS가 지역민방의 종속화를 기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철규 PSB 노조위원장은 "SBS가 PSB의 주식 10.9%를 취득해 이미 2대주주가 된 상태고 제주방송과 강원민방, 울산방송의 주식도 보유하고 있고, 대구방송의 우호지분을 취득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SBS가) 각 지역민방의 편성권까지 장악하려는 음모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SBS의 지역민방 주식 취득은 결국 지역방송의 경영간섭을 거쳐 종속화를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미 SBS 최대주주인 태영측이 자신들 몫으로 이사 한명을 파견하겠다는 통보를 구두로 (부산방송) 경영진들에게 한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오상 PSB 노조 대외협력부장은 "SBS가 각 지역민방의 주식취득을 통해 편성권과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계열사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는 한편 방송위원회를 통해 경남민방 설립을 추진하는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며 "방송위원회는 스스로 천명한 (지역민방의) 1도1사 의지를 저버리고 오는 28일까지 부산방송과 울산방송이 통합하지 않으면 경남민방을 허가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방송의 광역화를 막아 지역언론의 쇠퇴나 말살을 가져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철규 PSB 위원장은 이어 "SBS는 지역민방 주식 매집을 중단하고 이미 소유하고 있는 지역민방 주식을 건실한 지역기업에 즉각 매각함과 동시에 경남민방 설립을 부추기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부산방송과 연대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민성 울산방송(UBC) 노조위원장 또한 "PBS 노조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경남지역 민방의 광역화를 위해 두 방송국이 협력하고 연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상윤 전국언론노조 부위원장은 "현재 SBS의 행태는 광역화를 통한 방송합리화를 탐색중인 방송위원회의 방송정책과도 맞지 않고 민방의 설립취지와도 맞지 않다"며 "새로운 정부의 국정과제라는 지방활성화 정책의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 부위원장은 "철저하게 사영방송이 된 SBS가 지역민방을 종속화시키고 나서 동아, 조선을 능가하고 미디어 재벌이 여론을 조작하는 이탈이라같은 나라를 만들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희섭 SBS 경영정책팀장은 27일 프레시안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럴 뜻이 없고 할 여력도 안된다. 태영은 SBS의 지분 30%를 가진 대주주일 뿐" 이라며 "태영이 건설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라 투자전략으로 단일업종의 위험을 피하려고 방송, 통신, 벤처에 투자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박 팀장은 "지금 논란의 배경은 도민들 뜻에 의한 '경남민방'을 부산방송이 사적 이익을 위해 막으려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SBS의 최대주주인 (주)태영과 태영인더스트리는 현재 부산방송 10.9%, 강원민방 4.9%, 울산방송 3.4%의 지분을 취득하고 있는 상태다. 또 대구방송의 지분 41%도 SBS의 2대주주인 '귀뚜라미보일러'가 소유하고 있고 제주민방의 경우도 SBS 주주인 신영균 한나라당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한주흥산'이 21%의 지분을 갖고 있다.

26일 방송회관에서 SBS의 지역민방 장악기도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중인 부산방송 곽병일 PD를 만나 지역민방의 고민과 입장을 들어봤다.

***"지역민방은 SBS의 지방중계소가 아니다"**

프레시안: 상경 투쟁까지 하게 된 이유는.
곽병일 PD: 지역민방의 설립 취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과거 서울에서 보는 방송의 질서는 서울의 키(Key)사가 지역에 있는 계열사 지국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지역에서는 약간의 방송을 하며 중앙방송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중계소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지역민방은 그런 '중계소'를 하기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역민들이 참여하고 그 지역의 문화와 경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렇게 때문에 중앙에서 받는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줄이고 자체제작을 확대할 것을 방송위원회도 원했다.

프레시안: 현재 지역민방의 자체제작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곽 PD: PSB의 경우 자체제작이 34% 정도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지역민방중 편성비중이 가장 적은 곳도 24% 정도는 자체제작을 한다. 참고로 말하자면 KBS(지역총국 등)는 5%, MBC(지방계열사)는 14% 선인 것으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 태영의 주식 매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곽 PD: 문제는 현재 SBS의 지배주주인 태영이 지역민방의 주식을 야금야금 취득하고 하는 것이 중앙의 입김을 지역에 증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미 구두로 우리 회사의 이사 중 한명을 자신들이 선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2대주주가 비토를 하는 인물은 최소한 대표이사나 간부로 선임하기가 힘들 것이다. 종속화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프레시안: SBS는 자신들과 무관하고 태영의 경영안정화를 위한 투자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곽 PD: 거짓말이다. 웃음밖에 안 나오는 변명이다.

프레시안: SBS가 왜 지역민방의 대주주가 되면 안 된다고 보는가.
곽 PD: 현업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느낀 것은 지역에서 지역민을 위한 방송이 되려면 소유, 경영, 편성면에서 독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유는 종속이 된 상태에서 경영만 독립이 될 수 있는가? 경영은 종속인 방송국이 과연 편성독립을 지킬 수 있다고 보는가? 말이 안 된다. 이런 것이다. SBS가 파견한 이사가 절대 지역을 위한 의사결정 안할 것이다. 자신이 속한 사주를 위한 결정을 할 뿐이다. 독립된 방송사가 있어야 지역을 지킨다.

프레시안: 피부로 느끼는 SBS의 간섭이 큰 편인가.
곽 PD: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지금 지역에 가면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경우 화면 우측상단에 SBS 로고를 반드시 넣게 한다. 보도 프로그램도 'SBS 뉴스'라고 해서 나간다. 일본의 지역민방은 별도의 고유한 뉴스이름을 쓰는 것으로 안다. 이는 '부산일보 조선일보' 라고 제호가 된 지역신문을 보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프레시안 오마이뉴스'라고 써 있는 뉴스사이트를 보는 것을 생각해 보라. 어느 한 쪽이 힘의 우위에 있는데 지분까지 더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는가?

프레시안: 인천방송(iTV)과의 연대를 이야기한 것으로 아는데 다른 대안이 있나.
곽 PD: 인천방송이 '제2의 SBS'를 꿈꾸지 않고 순수하게 수평적인 관계로 협업체제를 가져간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갑돌이 피하려고 을식이한테 당할 수는 없다. 사실 이론적으로는 10개 민방이 일치단결하여 프로그램을 서로 공급해 주는 것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힘들다. 지금도 자체제작이 너무 많다고 여기는 방송국도 있고 더 늘리는 것이 옳다는 쪽도 있다. 차라리 제2민방을 허가하고 기존의 지역민방들이 힘을 합쳐 수도권에 프로그램을 방영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영방송을 잡으려면 건전한 '민영'이 함께 경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일 것 같기도 하다.

프레시안: 끝으로 서울 지역의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곽 PD : 나도 서울에서 30년을 살다가 지역에서 일을 하며 느낀 것이 '서울에서는 지역이 없는 것처럼 산다'는 점이다. 우리의 주장이 서울의 역할에 반기를 들거나 중앙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인식되지 않기를 바란다. 서울이 지역의 정상적인 성장을 막고 그 이익을 취하는 식으로 거대화하면 나중에 큰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SBS가 '서울지역 민방'임을 인지해야 한다. 서울시민을 위한 보도나 정보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지 못하다면 방송국의 설립취지를 못 살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새로운 '서울지역 민방'이 필요한 지경이다. 그리고 우리의 주장이나 행동을 '지역 밥 그릇 싸움'으로 보지 말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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