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검찰, 성인오락실 수십조 흐름 밝힐 수 있을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검찰, 성인오락실 수십조 흐름 밝힐 수 있을까

[전망] '상품권' 둘러싼 로비 의혹 최대 관심사

검찰이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오락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21일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전면적인 수사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오락실 자체의 불법행위에 초점을 맞췄던 데 비해, 최근 불거지고 있는 '여권 실세 개입', '상품권 공급업체 선정 로비' 등의 의혹에 초점을 맞춰 수사한다는 방침이어서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성인오락실 등에 대한 대대적인 불법행위를 단속해 왔지만, 성인오락실이 번창하게 된 배경과 벌어들인 자금의 흐름까지 수사를 전면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게임기 불법 조작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게임기 제조사와 판매사 대표들을 구속기소한 상태다.

검찰의 수사 초점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첫 째는 노무현 대통령의 조카인 노지원 씨(전 우전시스텍 이사)의 '바다이야기' 개입과 관련된 의혹이고, 두 번째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게임기 심의 과정에서의 외압 여부다. 세 번째는 상품권 사업을 둘러싼 의혹으로 상품권 공급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로비 및 이익금의 정치권 유입 여부다.

상품권 업체 지정 로비가 최대 관심사
▲ ⓒ연합뉴스

이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는 상품권을 둘러싼 의혹이다. 성인오락실은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음성적으로 도심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경품 게임장'이라고 해서 당첨이 되면 경품 교환권을 통해 라디오나 시계와 같은 현물이 지급됐다.

그러다 2001년 성인오락실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며 오락실 숫자가 크게 늘었고, 일명 '딱지 상품권'이라는 현금 교환 수단이 불법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돈 놓고 돈 먹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04년부터 '공식 상품권' 제도를 도입했고, 상품권 업체들이 난립하자 상품권 지정제로 방식을 바꿨다.

보통 상품권 공급업체가 5000원 짜리 상품권 한 장을 팔아서 남는 이익은 20~30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상품권이 제도화된 2005년 8월 이후 올해 7월까지 1년 사이에 27조7000억 원 어치가 발행된 점을 감안할 때 평균 20개의 상품권 발행업체가 업체당 1년에 75억 원 씩 번 셈이다.

벌써부터 '상품권 업체 지정'을 두고 치열한 로비가 벌어졌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실제로 상품권 인증제 시절에 허위사실 제출, 자기자본비율 취약, 세무신고 불량 등의 기준 미달로 인증이 취소된 업체 11개가 다시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등위 심의 과정의 진실게임도 부각

'바다이야기' 등의 사행성 게임기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무사통과'한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다이야기'는 사행성이 높아 성인오락실계에서 이른바 '대박'이 난 게임기다.

심의 과정에 대해 벌써부터 문광부와 영등위 측이 책임을 떠넘기며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문광부 측은 "사행성 게임기에 대한 심의를 강화해 달라"고 영등위에 지속적으로 요청했다고 주장하지만, 영등위 측은 "문광부가 계속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권장희 전 영등위원은 22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문광부는 심지어 어린이들 게임에도 상품권 부착 규정을 만들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공문도 공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즉 사행성 게임기 산업에 대해 문광부가 '규제'는커녕 '방치'도 아니고 '조장'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영등위원 내부에서도 "나는 들러리였다"며 누군가에 의해 게임기 심의가 주도적으로 처리됐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한동안 논란이 일 전망이다.

오락실 수익금 다 어디로 갔나

성인오락실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의 흐름도 큰 관심사다. 일단 '바다이야기' 제조사 만해도 대당 550만~800만 원 하는 게임기를 4만5000여 대나 공급했다. 순이익만 해도 900억 원대에 이르고 이 중 400억 원 정도의 자금 흐름이 묘연하다는 게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인오락실 업주들이 벌어들인 돈은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경품으로 제공되는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꿀 때 업주는 10%를 떼는데, 연간 시장 규모가 30조 원이라면 3조 가량의 자금이 성인오락실 업주들에게 흘러들어간 셈이다. 게다가 게임기에 새 상품권을 넣지 않고 현금과 바꿔 준 헌 상품권을 다시 넣는 편법이 일반화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악되지 않는 자금 규모가 엄청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일단 의심이 가는 부분은 조직폭력 세력의 개입이다. 실제 부산 등지에서는 성인오락실의 영업권을 두고 조폭들이 싸움을 벌이는 등 성인오락실업계에 조폭들이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산업 보호'를 위해 정치권에 로비가 벌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검찰, 어디까지 밝힐 수 있나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의 마약조직범죄 수사부를 주축으로 특수부 검사를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지난해 말부터 성인오락실에 대한 단속을 벌여 온 만큼 오락실 자체에 대한 수사 자료는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 유전 의혹', '행담도 의혹' 등에 대해 감사원의 정책적 감사가 실시된 이후 고발 형태로 검찰 수사가 이뤄졌던 데 비하면, 수사 착수 시점도 한 발 빨랐다는 관측이다. 조만간 상품권 업체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도 전망된다.

검찰이 이미 오락기 제조, 판매업자들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어 '이들이 과연 입을 열까' 하는 대목도 주목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