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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시간

감독,각본 김기덕 | 출연 하정우, 성현아, 박지연 제작 김기덕 필름 | 배급 스폰지 | 등급 18세 관람가 시간 98분 | 2006년 | 상영관 스폰지하우스 종로, 압구정, 씨네큐브, 메가박스, CGV 오랜 연인 사이인 세희(박지연)와 지우(하정우). 세희는 요즘, 둘의 사랑이 점점 식어가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신경증에 가까워진 세희의 이런 불안감은 자신이 연인인 지우에게 더 이상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데까지 확장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세희가 홀연히 종적을 감추고 사라진다. 홀로 남겨진 지우는 세희를 잊으려 애쓰지만 그녀를 지워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반면, 사라진 세희는 전면적인 성형수술을 감행한다. 성형수술의 목적은 아름다워지기 위함이 아니라 '달라지기 위함'이다.
시간 ⓒ프레시안무비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지우는 단골 카페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새희(성현아)'. 지우는 묘한 기운을 내뿜는 새희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고 둘은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한다. 문제는 새희가 성형수술로 달라진 세희였다는 것. 지우와의 만남이 계속되면서 새희는 지우가 세희를 잊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과거의 자신인 세희를 질투하기에 이른다. 김기덕은 13번째 연출작인 <시간>에서 더욱더 '실존'의 문제에 몰두한다. 하지만 방식은 매우 직설적이다. 어떤 가면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존재가 규정되는 가면무도회처럼 <시간>의 세희는 성형수술을 통해 얼굴을 바꿔 쓰고 새로운 존재가 되길 꿈꾼다. 그러나 '얼굴'을 바꿔 쓴다고 해서 존재 자체가 달라질 수 있을까? 영화 후반부, 새희가 사실은 세희였음을 깨달은 지우는 충격을 받고 돌연 사라진다. 그리고 세희가 그랬던 것처럼 지우 역시 자신의 얼굴을 지우고 새로운 얼굴로 바꾼다. 6개월 후 다시 만나러 오겠다는 말만 남긴 지우. 새희는 새로운 얼굴로 자신에게 다시 돌아올 지우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증명사진'처럼 얼굴이 더 이상 한 존재를 규정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새희는 촉감과 느낌 등을 총동원해 앞에 서 있는 존재를 증명하려 애쓴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점점 변해가는 연인과의 관계를 견딜 수 없어 얼굴을 바꾼 <시간>의 주인공들은 실존의 문제와 더불어 '시간'을 얘기한다. 변하는 시간의 힘을 거스르기 위해 얼굴을 바꾸지만 지우와의 관계 속에서 새희는 과거의 자신인 세희를 이기지 못한다. 시간을 붙잡기 위해 변화를 감행한 새희는 결국, 과거 자신의 얼굴 가면(세희의 모습)을 쓰고 지우 앞에 나타나기에 이른다. 시간의 흐름을 끊고 새롭게 태어나길 꿈꾼 세희는 연인과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내지도, 그렇다고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시간의 고리 안에 갇혀 버리고 만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성형외과를 걸어 나오던 새희는 거리에서 한 여인과 부딪힌다. 그녀는 다름 아닌 세희다. 이 장면은 <시간>의 첫 장면과 동일하다. 김기덕은 <시간>에서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똑같은 장면으로 연출함으로써 등장인물들을 시간의 고리 안에 가둔다. 이는 순환하는 시간성에 대한 직설적인 비유인 동시에, 시간 안에 던져진 인간들이 시간의 고리를 끊고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하는 또 다른 실존의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진지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시간>은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함께 갖고 있다는 것이 김기덕 전작들과의 차이라면 차이다. 비교적 편안하게 전개되는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시간>은 김기덕 감독의 전작들 중 그 어떤 작품보다 대중적인 어법을 따른다. 시간과 인간관계, 실존의 문제 등을 여전히 다루지만 <시간>은 김기덕 전작들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진 '얼굴'로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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