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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계, 공리의 매력에 눈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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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계, 공리의 매력에 눈뜨다

[핫피플] 〈마이애미 바이스〉로 눈길 모으는 중국 여배우 공리

"국수 이래 중국으로부터 온 최고의 수입품!"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출연한 중국의 국민배우 공리(41)를 최근 이렇게 격찬했다. 뒤늦게 공리를 발견한 미국 영화계가 그의 탁월한 연기력에 매료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말 '연기를 살아있는 예술로 승화시킨 배우 6명'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유일한 동양배우로 공리를 꼽기도 했다. 타임지의 영화평론가 리처드 콜리스는 <게이샤의 추억>에서 공리가 보여준 하츠모모 연기를 "베티 데이비스 이후 최고의 악녀"로 극찬했다. .
마이애미 바이스 ⓒ프레시안무비
지난 96년 싱가폴 담배재벌과 결혼한 이후 전성기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공리가 최근 들어 할리우드 화제작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마흔에 접어들면서 그의 연기는 <붉은 수수밭>(88), <국두>(90), <홍등>(91), <귀주이야기>(92), <패왕별희>(93) 때보다도 오히려 더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선이 살아나는 연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LA타임스는 "얼굴에 복잡한 감정을 드러낼 줄 안다는 점에서 공리는 메릴 스트립을 연상케 하는 배우"라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80년대 후반 <붉은 수수밭> 이후, 중국 여성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공리였다. 아름다우면서도 거칠고, 연약한 듯하면서도 질기디 질긴 생명력을 지닌 공리는 수천년 거대한 땅덩어리를 지켜온 중국여성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당나귀 한 마리에 양조장 노인에게 팔려가다가 수수밭에서 가마꾼과 사랑을 나누던 공리의 현기증나던 얼굴 표정은 영화 팬들의 기억에 잊기 힘든 명연기로 각인됐다. <국두>에서 염색공장 주인인 남편 몰래 시조카와 파멸적인 사랑을 나누거나, <홍등>에서 부호집에 팔려간 여대생이 성의 노예로 점점 전락해버렸을 때에도 언제나 그녀는 시대의 비극과 한계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중국의 에너지였으며, 거대한 물줄기를 이루며 흘러가는 양쯔강이었다. . 자신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다 확실히 배우란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감독의 손길에 따라 새로운 꽃으로 피어나는 존재이다. <샹하이 트라이어드>(95)의 대실패 이후 자신의 멘토(스승)이자 오랜 연인이었던 장이모우와 결별한 공리는 배우로서 한때 침체기를 맞는 듯했으나, 2000년대 들어 왕자웨이 감독과의 만남을 계기로 연기자로서 더욱 풍부한 색깔을 갖게 된다. <2046>(2004)과 <에로스 - 그녀의 손길>(2004)에서 공리는 마흔넘은 여자의 '농염'을 드러내는 동시에 상실과 고통을 가슴깊이 품은 섬세한 연기로 관객들의 가슴과 눈물샘을 자극했다. 마치 밤이면 더욱 짙은 향기를 뿜어내는 자스민꽃처럼 세월은 그녀를 퇴색하게 만들기는커녕 한층 더 완숙한 배우로 다듬어 놓았다.
<게이샤의 추억>(2005)에서 아름다운 일본 게이샤 인형 같았던 장쯔이보다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배우는 역시 하츠모모를 열연한 공리였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하츠모모는 가장 아름답고 유명한 게이샤이지만 사유리처럼 어린시절 모진 고난을 겪으며 그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나는 하츠모모가 불 같은 여자라고 생각했다. 태우고 태워, 그녀 자신까지 태워버리는." 배우 공리도 하츠모모처럼 그렇게 '태우고 태워' 자신까지 태워버리는 고통스런 과정을 통해 지금의 연기자로서 우뚝서게 됐을 것이다. . 자유로운 영어 연기로 세계적 배우로 등극 공리의 영어 연기는 웨인 왕 감독의 <차이니즈 박스>(97)이후 <마이애미 바이스>가 세 번째다. <차이니즈 박스>에서는 언어의 한계 때문에 제대로 된 영어대사가 거의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마이애미 바이스>에서 그녀는 쿠바 액센트가 은근히 섞여들어간 영어를 자유롭게 구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되기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았었던 모양이다. 공리는 매일 두세 시간씩 영어 특별수업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완벽주의자로 소문난 마이클 만 감독은 LA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공리에게 제대로 된 쿠바식 영어를 구사하게 만드는 게 매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마이애미 바이스 ⓒ프레시안무비
<붉은 수수밭>과 <홍등>을 통해 공리에게 매료당했던 마이클 만 감독은 90년대 중반 <히트>에서 로버트 드 니로의 아내 역을 그에게 제안했었다. 공리는 드 니로, 알 파치노와 연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영어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정중히 거절했다. 10여 년 만에 공리와 함께 일하는 꿈을 이룬 만 감독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여자배우 다섯 명 중 한 명"으로 아낌없이 극찬하면서 "강함과 연약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흔치않은 재능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공리의 할리우드 행보는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올해 안에 개봉될 <영한니발>에서 젊은 시절 한니발 렉터를 탐미와 악의 세계로 이끄는 '레이디 무라사키'를 연기했고, <옐로우 M>과 2009년 개봉될 팀 버튼 감독의 <믿거나 말거나>의 출연도 예정돼 있다. 더구나 공리는 옛 연인 장이모우와 10년 만에 다시 손잡고 20세기초 중국의 불륜으로 뒤얽힌 두 가문의 비극을 그린 <만성진대황금갑>을 찍고 있어 두 사람의 팬들을 벌써부터 흥분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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