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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본심은 무엇이었나, 그 진상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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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기덕의 본심은 무엇이었나, 그 진상에 대해

[이슈 인 시네마] <시간> 기자회견, 김기덕 발언 녹취록 전문 공개돼

지난 7일 <시간>의 기자간담회에서 있었던 김기덕 감독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간담회 녹취록 전문이 공개됐다. 녹취록을 전해온 곳은 <시간>의 배급과 마케팅을 맡고 있는 영화사 '스폰지'. 이번 공개는 언론 보도 과정에서 생겨난 오해를 없애고 대중들에게 간담회 현장의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스폰지 측의 설명이다. 과연 이번 녹취록 전문 공개를 계기로 김기덕 감독의 발언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찬반양론이 일단락 될 것인지 혹은 더 큰 또 논란을 불러올 것인지, 영화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음은 김기덕 감독의 발언 전문이다.
지난 7일 있었던 <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기덕 감독 / 사진제공:스폰지
조성규(스폰지 대표): 먼저 영화에 대해 간단히 한 말씀 해달라. 감독: (웃음) 특별히 할 말은 없다. 질문을 바로 받겠다. 기자: 영화를 소개한다면. 감독: 열두 시에서 시작해서 열두 시에서 끝나는 영화다. 기자: '시간'이라는 단출한 제목을 정한 이유를 듣고 싶다. 한동안 언론에 노출을 꺼린 이유는 무엇인가. 감독: '시간'은 단출한 제목이 아니라 광범위한 제목이다. 언론에 일부러 그런 건 없다. 다만 이미지 복사가 반복되는 게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아서, 영화로만 표현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한 거다. 기자: 개봉할 뜻이 없었는데 하게 된 소감은 어떤가. 개봉을 꺼린 이유는 뭔가. 감독: 제 영화들 <빈 집><사마리아><활><시간> 등이 다 20개국 이상에 수출 됐다. 대한민국도 수출한 나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자: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특별한 메시지가 있었는지. 감독: 그건 보는 이가 찾아야 할 것이다. (모두 웃음) 기자: 지금까지 작품에 대사량이 많지 않았는데, <시간>에서는 대사량이 늘어난 이유가 무엇인가. 감독: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좀 많아졌다. (모두 웃음) 기자:<사마리아><활><시간>을 보면서 작품이 부드러워지고 있다고 느꼈고, 전에 인터뷰에서도 나이가 드니 좀 부드럽게 만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시간>은 특별히 더 서정적인 느낌이 든다. 이번 작품 하면서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낀 부분이 있었는가. 감독: (마이크를 들고 한참 고민. 놓았다가 다시 들고 한동안 생각한 후) 대답하기 힘들겠다. 다음 질문을 부탁한다. 기자: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천만 시대가 슬프다고 한 발언에 반향이 있었는데 <괴물>의 흥행은 어떻게 보고 있나. 감독: 어제부터 내내 생각하면서 이게 제일 무서운 질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대답을 준비했는데, 어쨌든 가장 피 흘리는 감독으로서, 한국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잘 만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다. 기자: 이번 영화에서는 '시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영화로 반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가. 그리고 성현아씨가 이 영화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데, 캐스팅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 감독: 지금 말을 아끼는 게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에 대한 정의는 조금 더 살아봐야 알 것 같다. 그리고 성현아씨는 PD가 캐스팅 했다. (감독, 배우 모두 웃음)
<시간> 기자간담회 / 사진제공:스폰지
기자: 스크린쿼터 이후 걱정이 많았는데 8월 한국영화가 호재를 누리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감독:<괴물> 질문 때 간단하게 말한 것 같다. 기자: 질문하고 싶은 게 몇 가지 있었는데 말을 아끼는 것 같으니 이 질문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오늘 말을 아끼는 이유가 있나. 감독: (웃음) 헤이리에 지금 중국예술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굉장히 좋은 작품들이 많이 와있고, 여러분들이 기회가 돼서 보면, 굉장히 많은 새로운 현대미술에 대해서 좋은 경험을 할 것이다. 기자: 이번 영화 <시간>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감독: 작년 산세바스찬영화제에 갔을 때 영화를 보다가, 두 여배우 얼굴을 계속 헷갈린 적이 있다. 그 때 이 영화를 생각했다. 끝으로 한 마디만 하고 싶다. 일단 내 태도를 너무 무례하게 보지 말아달라. 그런 뜻은 전혀 없다. 작년 <활>을 개봉했을 때, 또 거슬러 올라가면 <빈 집>을 개봉했을 때부터 마음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내 마음이 가장 다른 방향으로 전환된 시기가 <빈 집> 개봉 이후였다. 그 때 <빈 집>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그래서 그 때 각오한 것이, <활>은 개봉하지 않는 게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음해 결국 <활>을 단관 개봉 했지만 극장에서 어려움이 많았는지 일주일이 안돼서 순회상영도 스스로 중단했다. 그 후에 <시간>은 개봉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까 부산영화제 이야기가 나온 대로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마음을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절대 뒤로 돌아가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에, 어떤 좋은 조건이 다시 주어진다고 해도, 이미 늦은 거다. 그래서 이미 늦었다고 말을 하고 싶다. 내가 이 한국 사회, 한국 영화계에서 한국 관객들에게 어떤 가치가 있든 없든, 이미 늦었다,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그것이 내 철학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시간>을 개봉했느냐, 아까 말했던 것처럼 한국은 <시간>을 판매한 30개국 중에 한 나라일 뿐이다. 지금 이 자리는, 내가 미국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개봉했을 때 프로모션으로 기자회견 한 것과 똑같은 자리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시간>이 내 영화 중에서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지도 모르겠다. <시간>의 결과에 따라서 판매를 하는 것조차도 마지막일 수 있다는 거다. 협박으로 들어도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불만, 불평으로 들어도 어쩔 수 없다. 하소연으로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매체에 따라서 하소연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불만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다양하게 표현이 될 거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부산영화제에 영화를 출품하지 않을 생각이다. 한국의 어떤 영화제에도 내 영화를 출품하지 않을 거다. 그럼 다음 영화를 어떻게 찍느냐, 나는 지금 스스로 장애물을 만들고 있다. 아주 엄청난 장애물을 만드는 것이고, 그것을 스스로 통과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영화감독으로서 존재하지 않을 거다. 다른 직업을 찾아야 될 거다. 왜 내가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 이것이 내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인지, 수없이 자문자답을 반복할 거다. 내가 안경을 쓰고 인터뷰를, 기자회견을 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내가 안경을 벗고 아는 사람들을 똑똑히 보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한국 영화계는 아까 내가 짧게 대답하기도 했지만, 한국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만난 최고점에 도달해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해석이기도 하고 부정적인 해석이기도 한데, 듣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열세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그 영화들 대부분에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그것은 관객 숫자의 부가가치가 아니라 한국 영화관객들이 제 영화를 받아들이는 이해의 부분에서 제가 부가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이 자리가 '김기덕의 제사'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난 돌아가지 않을 거다. 이미 늦었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배우들이 참 많다. 그러나 앞으로 같이 못할 수도 있다. 이번 영화가 스폰지에서 수입을 해서 개봉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 내 마음으로는 이 영화에 참여했던 배우들에 대한 마음 때문에 스폰지에 수출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앞으로 장애물을 극복하고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면 내 다음 영화들이 국내에 개봉되지 않는데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문제는, 그 배우들이 내게 많은 것을 양보해야 되기 때문에 과연 가능하게 될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다. 지금 다음 영화를 준비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그리고 아까 <시간>이란 영화의 의미에 대해서 어떤 분의 질문에 답변을 못 드렸는데, 속으로 많이 미안하다. 왜냐하면 제 영화는 충분히 설명됐고, 수없이 인터뷰 했고, 수없이 해석을 반복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 어떤 대답을 해야 할 지 찾지 못했기 때문에 답을 못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수입해주신 스폰지 대표님에게 너무 감사 드리고, 그래도 희망하는 것은 이 영화가 한 20만 명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32만 명 들었고, 프랑스에서도 <빈 집>이 20만 명이 들었고 이태리에서도 15만 이상이 들었고, 독일에서도 20만 이상이 제 영화를 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20만은 넘어주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내 생각이 조금 바뀔 수도 있다. 어쨌든, 호기심에서든 관심에서든 애정에서든 그냥이든 이 자리에 와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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