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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영화축제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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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영화축제를 향하여

[뉴스메이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조성우 집행위원장

좀 두렵긴 하지만, 지금쯤 조성우 집행위원장에게 전화를 해야 할 것이다. 이 말을 하기 위해. 나, 오늘 개막식에 못가. 조성우는 나에게 꽥 소리를 지를 것이다. 무슨 말이야. 왜 안온다는 거야. 조성우가 신경질을 낸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난 지금 그와의 인터뷰를 정리해야 하니까. 마감을 치러야 하니까. 아마도 지금쯤 조성우는 삼복더위에 비지땀을 잔뜩 흘리고 있을 것이다. 집행위원장인만큼 턱시도우를 입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아무리, 갖가지 형식에서 자유로운 영화제라 한들 넥타이 정도는 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요즘 조금 더 살이 오른 조성우는 목을 죄는 이 더위의 고통에 숨을 헐떡거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다 한들, 그는 마냥 싱글벙글하고 있을 것이다. 무대위에서 올해로 두번째인 영화제의 개막식을 선포하면서, 무대 아래 잔뜩 모여있는 국내의 내로라 하는 영화인, 음악인들의 얼굴들을 보면서, 만면에 웃음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조성우 집행위원장ⓒ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 가운데 가장 잘 어울리는 집행위원장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은 주저없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조성우 집행위원장을 얘기할 것이다. 이만한 하모니가 없다. 국내 최고의 영화음악가 가운데 한사람인 그가 국내에서, 아니 아시아에서 유일한 음악영화영화제의 수장이니까. 제천영화제가 국내의 각종 영화행사에서 비교적 조기에 연착륙하게 된 것은 그렇게, 적합한 인물을 리더로 뽑았기 때문일 수 있다. 물론 그가 첫해 영화제부터 집행위원장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2회부터 그는 위원장을 맡았으며 1회때는 지근 거리에서, 음악적이고 영화적인 충고를 해주는 사람으로 역할을 했었다. 그러다가 아예 이번부터 영화제를 차고 앉았다. 그가 영화제를 맡은 만큼 제천에는 영화와 음악이 정말로 정말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행사로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그건 음악회일까, 영화상영회일까. 까짓, 뭐가 어떠면 어떤가. 음악이든 영화든, 두가지 모두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과 사람을 소통시키는 것이다. 제천은 지금 사람들의 마음을 확, 열어놓고 있을 것이다. . 전통과 진보의 경계에 울려퍼지는 주옥같은 선율의 영화들
조성우 집행위원장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조금 있으면 개막작인 <프란시스코의 두 아들>이 상영될 것이다. 음악영화제인만큼 보통의 영화상영 공간, 기성의 영화제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작품들이 즐비하다. 섹션들 이름에도 음악적 운율이 느껴진다. '뮤직 인 사이트' '주제와 변주' '영화음악 회고전' '씨네 심포니' '패밀리 페스트' 등등. 영화들마다 오래된 것과 새로움이 교차하고 전통과 진보가 엇갈린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래퍼의 이야기를 그린 <분노의 채널>같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지금의 레바논 사태를 연상하고, 우리가 이루어야 할 세계평화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니노 로타의 음악을 듣기 위해 <태양은 가득히>나 <8과 1/2>같은 영화를 다시 보려 애쓸 것이다. 하지만 정작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되는 것은, <하바나 블루스>나 <이것이 보사노바>같은 영화를 통해 탱고와 삼바, 보사노바의 음악을 들으면서 깔깔거리고, 소리치고, 같이 몸을 흔들어 대는 관객들을 상상하는 일이다. 제천영화제에서는 바로 그런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물론 제천영화제에서만이 가능한 모습이다. 조금 있다가, 개막식이 끝나면 조성우에게 다시 전화를 해야 할 것이다. 내일 영화제 현장에 가서, 기자로서 할 일을 다 하고 나면 청풍호반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다는 (조성우가 그렇게 자랑하는) 포장마차에서 그와 또 질펀하게 술을 마셔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상컨대 아마도 그는 내일 이맘 때쯤, 한 손에 술잔을 쥐고 약간은 흐릿하지만, 특유의 사람좋은 웃음을 흘리며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인생 뭐 있냐고. 음악 뭐 대단한 거냐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진짜 중요한 것은 이렇게 같이 있다는 것, 함께 한다는 것 아니냐고. 조성우는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의 음악은 절대 외면할 수 없는, 마술적 선율을 갖고 있다. 제천영화제가 그렇다. 결코 미워할 수도 없고, 결코 외면할 수도 없는, 언제나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은 진정한 축제다. 폐막은 14일. 주말엔 전국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다. 나도 그중에 한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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