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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정보는 선생님 머리속에 있어야"

17개 정당ㆍ사회단체 'NEIS' 인권위 에 진정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해온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대한 시민단체와 정당의 구체적인 반대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동안 이 시스템이 개인정보에 대한 유출과 정부의 국민에 대한 감시·통제수단으로의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던 민주노동당과 전교조 등 17개 정당·사회단체는 18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이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19일 오전 11시 인권위원회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고합동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회견문을 통해 “개개인의 교육에 대한 정보는 알아야 할 사람만이 알아야 하며, 적재적소에 있어야 하며 교육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시간만큼만 보존되어야 한다”며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입력하도록 되어 있는 학생, 학부모, 졸업생들의 개개인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들은 해당 담임선생님의 머리 속이나 수첩 속에 있어야 할 정보이지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있어서는 안 되는 정보들”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국민의 개인정보를 근거도 없이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점 ▲교사에 대한 노동 통제와 교사와 학생 간의 불신을 조장하는 점 ▲기존에 진행 중이던 학교종합정보시스템(C/S)과 중복된 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 ▲교육을 표준화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통계화, 계량화 하려는 발상 등을 NEIS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송원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이 제도의 문제점은 첫번째로 개인의 신상정보를 분명한 목적도 없이 국가가 수집·관리한다는 점이며, 두번째는 인터넷이라는 공유와 공개를 기본으로 하는 곳에 저장할 경우에 생기는 유출의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이상현 대변인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반인권적 면모를 낱낱이 밝혀줄 것을 기대하며, 이제라도 교육인적자원부는 NEIS 시행을 중단하고 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우리 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교육행정정보화를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 추진하길 빈다”고 당부했다.

송 대변인은 앞으로의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한 기본입장을 말하지 않고 ‘보안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만 말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국민의 정보를 수집하는 범위와 한계는 공개된 토론과 합의를 통해 정해져야 한다고 본다”며 “이런 우리의 요구가 지켜지지 않으면 이에 대한 대대적인 불복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기자 회견문**

N.E.I.S.를 철폐하는 것은 정보인권의 새 역사를 여는 일입니다

오늘날 고도로 발달한 정보 통신기술은 종래 인간의 삶을 규정해 왔던 공간적 시간적 제약을 빠른 속도로 무력화하고 있으며, 첨단 기술을 독점한 거대 권력과 자본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사생활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적 편의와 효율을 앞세워 인간적 가치와 존엄을 위협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거대한 정보권력에 의한 통제 시스템의 완성을 꾀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던 인간의 보편적 권리는 지금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과거의 인권이 권력의 부당한 폭력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했다면, 미래의 인권은 거기 덧붙여 기술의 감시와 통제로부터의 해방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인간적 가치와 존엄을 위협하는 기술의 개발과 적용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기술적 편의와 효율성은 인간적 가치와 존엄을 확대하는 데에 기여할 때에만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기술의 발달이 진정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권을 위협하는 기술적 요소에 맞서 대항해야 합니다. 그것은 인권의 역사에 새 장을 여는 일입니다.

지금 교육인적자원부가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하고 있는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은 정부가 개인의 신상정보를 불법으로 수집·관리하려는 것으로, 프라이버시 침해, 교원의 업무증가와 교원 통제 등 근본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시책입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합당한 법률적 근거나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1981년 이후 졸업생의 방대한 정보를 이미 축적해 놓았을 뿐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도 학교에서 교육 목적으로 수집해 놓은 온갖 정보를 이관하고 있습니다.

학생 개인의 성적과 교내·외 활동, 행동 발달상황, 건강기록, 병력(病歷) 등 은밀한 정보가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교육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평생을 통하여 십 수년의 오랜 기간 학교에서 교육을 받게 되며, 이 과정에서는 방대한 양의 개인에 대한 정보가 담임교사나 학교에 수집되게 됩니다. 이 정보들은 대부분이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신뢰관계를 전제로 수집되는 정보들이며, 교육자가 교육의 관점에서 행하는 평가정보들이며, 개인의 가치관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들로서 향후 변화될 가능성이 큰 정보들이며, 교육을 목적으로 수집되는 매우 민감한 정보들입니다.

그 중의 대부분은 담임교사만이 알고 있어야 할 정보들이고, 단위학교에서 축적해야할 정보들도 대부분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폐기해야 할 정보들이고, 오랜 기간 보존해야 할 학적에 관한 정보들도 오로지 교육의 목적으로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이용되어야 합니다. 개개인의 교육에 관련된 정보는 원칙적으로 교육청이나 교육인적자원부, 국가기관이나 다른 제3자가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되는 정보들입니다. 이것은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신뢰관계가 깨지지 않고, 올바른 교육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개개인의 교육에 대한 정보는 알아야 할 사람만이 알아야 하며, 적재적소에 있어야 하며, 교육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시간만큼만 보존되어야 합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입력하도록 되어 있는 학생, 학부모, 졸업생들의 개개인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들은 해당 담임선생님의 머리 속이나 수첩 속에 있어야 할 정보이지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있어서는 안 되는 정보들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교육정보의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여 학생이나 학부모의 서면동의가 없으면 교육정보를 국가기관이나 제3자에게 공개하지 못하도록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그나마 미비한 우리나라의 실정법마저 위반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공공기관은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현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수집해서는 안 되고, 소관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최소한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직업이나 학력, 개개 학생들의 신상정보와 상세한 질병기록을 포함한 건강기록, 학생생활지도기록, 졸업생들의 학적기록은 시도교육청, 교육인적자원부의 소관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결코 필요한 정보가 아닙니다.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도 교육청과 교육인적자원부는 얼마든지 훌륭한 교육정책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방대한 개인정보 수집은 OECD의 가이드라인이 제시하고 있는 ‘정보수집 제한의 원칙’과 ‘목적 명확화의 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방대한 정보를 입력하고 관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교원들은 수업과 상담활동을 뒷전에 미뤄두어야 할 형편입니다. 교원들에게 전가될 업무 증가와 통제 강화는 교원의 교육활동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며, 교원을 단순한 자료입력 사무원으로 전락시키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또 NEIS 시행령에서는 수집된 자료가 다른 기관에 제공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음으로써, 개인의 신상기록이 행정자치부나 병무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같은 교육과 관련이 없는 기관에 넘겨져 다른 목적에 이용될 소지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대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집중은 당사자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궁극적으로는 ‘빅 브러더’가 지배하는 통제사회로 가는 통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웜 바이러스에 의한 인터넷 대란, 카드 복제와 금융사고 등의 사례는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척박한 수준에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나아가 인터넷이 개인의 신상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NEIS에 집적된 방대한 개인정보는 누구나 탐을 낼만한 가치가 있는 정보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교육부를 비롯한 한국 정부는 거기에 걸맞는 정보 보호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월에 일어난 제주도교육청의 교사정보 유출사건은 NEIS가 모래성처럼 취약한 구조 위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결코 수집해서는 안될 신상 정보가 유출되었을 경우, 학생과 학부모가 입게 될 인권 침해는 거의 파멸적인 것입니다.

개인의 신상정보는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수집되고 한시적으로 이용되어야 합니다. NEIS가 수집하고 있는 개인정보의 상당수는 교사의 교무수첩에 들어있어야 할 정보이지, 교육청에 집중되어야 할 정보가 아닙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러한 구분을 고민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개인정보의 중앙 집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앞장서서 학생·학부모의 불필요한 신상정보를 상시적으로 수집·관리하려는 시도를 단호하게 반대합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논란과 이에 따른 대화 요구에도 교육부는 무성의한 자세로 일관했습니다. S/A, C/S에서 NEIS로 이어지는 교육행정정보화 사업의 파행에 대한 책임은 교육부에 있음을 우리는 명백하게 지적하고자 합니다.

뻔뻔스럽고 무책임하게 인권 침해를 저지르는 교육부에 대하여 우리는 끝까지 책임을 추궁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참여 정부를 표방한 새 정부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 볼 것입니다. 그것은 새 정부의 인권의식 수준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문제가 인권의 영역을 정보 인권으로 확대하는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우리나라 인권의 역사에 자랑스러운 새 장을 열어 줄 것을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2월 19일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교육학생연대·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노동자감시근절을위한연대모임·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민주노동당·사회진보연대·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국민주중고등학생연합·지문날인반대연대·진보네트워크센터·진보교육연구소·참여연대·평화인권연대·하자센터시민문화작업장·학생행동연대·함께하는시민행동·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이상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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