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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땅이 가라앉고 일본형 블록버스터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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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땅이 가라앉고 일본형 블록버스터가 온다

[특집] 지극히 '일본적인' 일본형 블록버스터 <일본침몰>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일본영화 <일본침몰>에 국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침몰>은 1973년 출간된 코마츠 사쿄의 소설을 영화화해 그 해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 제작비 200억 원을 자랑하는 초특급 블록버스터다. <일본침몰>은 지난 달 15일 일본 내 316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3일 동안 617,000명의 관객을 동원, 약 9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일본영화 사상 최고의 오프닝 흥행 기록이다. 개봉 2주째에 할리우드 대작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의 개봉에 밀려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앞으로 <일본침몰>이 총 700억 원의 흥행수익을 달성할 것이라는 게 일본 영화업계의 전망. <일본침몰>은 주제나 성격 면에서도 일본형 블록버스터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영화다. <일본침몰>의 몇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일본형 블록버스터의 특징을 살펴본다. . '일본침몰'은 어떻게 일본인들의 관심을 모았나? 영화 <일본침몰>은 1973년 출간된 코마츠 사쿄의 공상과학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소설은 출간되자마자 400만 명의 독자를 사로잡으며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1973년 당시 소설 <일본침몰>이 몰고 온 충격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소설이 발표된 때는 고도성장을 거듭하던 일본경제에 1차 오일쇼크의 위기가 닥쳐 물가가 급등하던 시기. '일본 땅이 침몰해 하루아침에 일본인들 전부가 유랑민족이 되어버린다'는 이야기는 위기감에 시달리던 일본인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소설이 출간된 지 9개월 만인 1973년 12월, 소설을 원작으로 당시로서는 사상 최고의 제작비(50억 원)을 들인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었고, 이 영화 역시 400억 원의 흥행수익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수많은 소설과 TV 시리즈, 만화 등 각종 매체에서 <일본침몰>의 모티브를 소재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일본침몰 ⓒ프레시안무비
2006년, <일본침몰>은 제작비 200억 원을 들인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다시 태어났다. 70년대 초, 경제위기에 몰린 일본인들의 위기감을 대변했던 <일본침몰>이 33년이 지난 지금에도 일본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왜일까? 일본 전역에서 초강도의 지진이 연속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하자 미국 지질학회는 일본열도가 40년 안에 침몰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이에 일본의 지구과학박사 타도코로(토요카와 에츠시)는 독자적인 조사를 실시, 정확히 388일 후 일본이 침몰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타도코로의 발표에 국민들은 일본을 떠나고 해일과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한다. 곧 타도코로는 일본을 구할 작전을 세우고 실행에 나선다. 일단 영화 제목 그대로 '일본 침몰'이라는 소재 자체가 일본관객들의 관심을 끈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매년 크고 작은 지진이 닥치는 섬나라에 사는 일본인들에게 지각변동으로 인해 일본 땅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는 설정은 생소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실제로 일본 땅이 매해 몇 센티미터씩 가라앉고 그로 인해 건물이 몇 도씩 기울어져 간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돼 발표되기도 했다. 더욱이 지진의 빈도와 지속시간이 늘어가는 최근의 추세는 예전부터 계속되어왔던 일본 침몰 예언과 함께 일본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영화에 현실성을 더해주고 있는 셈이다.
일본침몰 ⓒ프레시안무비

계보를 따져볼 때 <일본침몰>은 1973년 영화의 리메이크 작이지만 내용은 그와 많이 다르다. 73년 작이 일본 침몰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설명하고 이에 대처하는 정부 기관의 무능력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일본침몰>은 일본 침몰이라는 대재난 상황에서 가족과 이웃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본침몰>의 주인공인 다도코라 박사는 피난 행렬이 넘쳐나는 가운데 홀로 일본 땅을 구하기 고심하고, 어릴 적 대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소방청 구조대원 레이코(시바사키 코우)는 자신과 같은 희생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위험 속으로 뛰어든다. 볼거리도 많다. <일본침몰>의 감독은 2005년 <로렐라이>로 데뷔한 히구치 신지. 히구치 신지는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각본과 실사부분 감독을 맡았을 정도로 SF적인 취향과 특수촬영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일본침몰>은 그런 히구치 신지 감독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영화다. <일본침몰>의 재난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1,500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었고 후반작업에만 7개월이 걸렸다. 대규모의 군중 신과 최첨단 특수촬영 기법,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스펙터클영화의 재미를 충분히 선보였다는 게 일관된 평가다. . '배타적 민족주의 자극한다'는 의견도 제기돼
일본침몰 ⓒ프레시안무비

일본인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소재, 뜨거운 감동, 화려한 볼거리를 종합한 <일본침몰>를 두고 일본의 영화전문지 '키네마준보'는 '양질의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일본침몰>이 지극히 '일본적'인 영화라는 평가에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섞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침몰>이 일본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것. 영화 속에서 우리나라와 북한, 미국 등의 주변국가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극중에서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하루아침에 난민 신세가 된 일본인들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영화 중간에 한국인의 반일 시위 장면이 삽입되어 있어 자국의 민족주의 강화를 위해 반한 감정을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최근 일본 내에서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자위대'에 대한 설정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영화 속에서 재난극복에 앞장 서는 육,해,공군 자위대의 모습이 영웅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 민족주의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일본침몰>은 곧잘 우리나라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와 비교되기도 한다. 민족주의를 내세운 두 영화 중 <일본침몰>이 일본 내에서 흥행을 거둔 것과 달리 <한반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을 올린 점은 현 한국과 일본 대중들의 정치의식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침몰>은 지난 4일, 대대적으로 한국언론을 도쿄로 초청 시사회와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135분의 상영시간이 너무 길고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의 힘이 달리는 점이 아쉽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국내에서 앨범을 발표한 적도 있는 쿠사나기 츠요시와 일본영화계의 기대주 시바사키 코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시바사키 코우는 <배틀로얄>, <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메종 드 히미코>에 출연해 국내 관객에게도 이미 친숙한 얼굴. 작품성을 앞세운 일본인디영화에 대한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는 <일본침몰>의 국내 개봉에 양국 영화산업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침몰>은 8월 31일 국내 2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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