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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후, 취임식보다 성대한 이임식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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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후, 취임식보다 성대한 이임식 갖자

<칼럼> '全ㆍ盧 취임식 불참' 독자의견에 붙여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이 며칠 안 남았다. 2월 25일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새로운 대한민국 - 하나 된 국민이 만듭니다'라는 주제로 '국민참여형 취임식'이 거행된다.

4만5천여명의 국내외 인사가 참여하고, 1천2백여명 출연진이 각종 축하공연을 펼치며,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거리 퍼포먼스와 작은 콘서트, 풍물패의 길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이번 취임식을 준비하면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국민참여형 취임식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국민 제안을 접수했고, 일부 제안은 실제 채택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레시안에도 많은 독자들이 노무현 대통령 취임과 관련한 의견을 보내왔다. 그중 익명의 한 독자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만큼은 이번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짧지만 울림이 큰 글, 그 독자의 의견을 그대로 옮긴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취임식 참석 사양하라"**

2월 25일에 차기정부 대통령 취임식이 있을 예정이라는데, 그때에는 아마도 세계 각국의 축하사절들이 내한할 것입니다. 그리고 새 대통령 취임식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뉴스로 세계 각국에 중계되거나 보도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전임 대통령이라는 자격으로 전두환씨와 노태우씨가 나와 앉아있을 장면은 생각만 해도 우선 나 자신이 민망하고 부끄럽군요.

12.12 군사반란의 주모자들, 5.18 내란 및 내란목적 살인의 주모자들, 그리고 결국 헌법을 유린하고 전 국민을 엄혹했던 5공, 6공 시절로 몰아넣었던 범죄자들, 또한 그 직위를 남용해 재물을 갈취하고 천문학적인 뇌물을 받아 축재하였던 자들, 그리하여 유죄판결을 받고 수천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음에도 재산을 은닉하고 현재까지도 이를 납부하지 않는 자들, 이들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전 국민의 축제인 차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자리를 함께 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부끄럽고 민망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 또는 취임식 준비위에서는 그 자들을 초청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들은 어찌되었든 전직 대통령으로 자처하고 있고, 또 형식적으로는 그와 같이 대우받고 있으니까요. 그뿐 아니라, 슬픈 일이지만 아직도 그들은 어느 특정지역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고, 또 일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차기 대통령의 취임식장에 버젓이 나와 앉아 전직 대통령으로 행세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의 축하사절들이나 외신기자들, 그리고 많은 외국인들도 그들이 과연 어떤 자들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특히 이번의 대통령 취임식은 과거 어느 때와도 달리 국민의 선거혁명을 통해 선출한 대통령이 취임하는 자리이고, 따라서 국민 모두를 위한 진정한 축제의 자리가 되어야 할 테니까요.

그러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인수위원회는 초청하되 당사자 본인들이 스스로 자기들의 처지를 알아 정중하게 참석을 사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모습일 것입니다.

모두들 그들이 이번만이라도 그와 같이 양식 있는 처신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권고해야 하겠지요.

***대통령 복 지지리도 없는 불쌍한 대한민국 국민들**

아마도 이 독자의 의견은 그대로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다. 독자의 말대로 인수위에서 두 전직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두 당사자의 참석 사양은 기대하기 어렵다.

만에 하나 그 두 사람이 속마음으로 그런 생각을 한다 하더라도 실제 취임식 불참은 쉽지 않은 일이다. 법적, 형식적으로 두 사람은 엄연한 전직 대통령이며, 이들이 재임했던 12년의 역사도 엄연한 우리 헌정사의 한 페이지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의 역사다.

더 확대해 보자면 우리 국민들 대통령 복은 지지리도 없다. 이승만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대중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이제 우린 7명의 전직 대통령을 갖게 된다. 그중 다섯명은 생존해 있다.

4.19 혁명으로 하야한 이승만, 10.26으로 사망한 박정희, 군사반란과 내란 및 내란목적 살인죄로 사법부의 심판을 받은 전두환.노태우, 권력형 비리로 재임 중 아들을 구속시킨 김영삼ㆍ김대중,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위엄과 권위로 나라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아직 단 한 사람도 없다.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의 서울대학교 동창회관에선 진보사회학의 태두이자 사회운동의 거목이었던 김진균 교수의 정년퇴임식이 있었다. 이날 축사에 나선 모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고건 총리 지명자가 여섯 명의 대통령을 모셨다고 해서 화제다. 하지만 김진균 교수는 거리에서 연단에서 그 여섯 명의 대통령과 맞서 싸웠다. 결국 누가 이겼는가. 독재를 무너뜨리고, 대통령 당사자거나 혹은 그 아들을 감옥에 보낸 김 교수가 승자 아닌가."

대통령을 모신 사람이 아니라, 대통령과 맞서 싸운 사람이 승자로 기록되는 역사, 이것이 우리 정치사다. 그 만큼 우리 국민 모두는 불행하다.

***5년 후엔 취임식보다 훨씬 성대한 이임식을 치르자**

우리나라엔 대통령 이임식이 별도로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 98년 2월 24일 일정을 보자. 오전 청와대에서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했고,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한 후 수석비서관들과 오찬을 가졌다. 그리고 오후 다섯시경 상도동 사저로 떠났다.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날 일정 역시 대동소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엄격히 따지고 보면 우리의 대통령 취임식은 전현직 대통령 이취임식인 셈이다. 이취임식이란 성격에 걸맞게 취임식 본행사가 끝난 후 새 대통령은 단상에서 전직 대통령들과 인사를 나누어 환송한 후, 이임하는 직전 대통령과는 단 아래에까지 내려와 환송하는 절차를 별도로 갖고 있다.

앞으로는 대통령 이임식을 별도로 갖게 되길 바란다.

임기 동안 열과 성을 다해 나라를 위해 일한 대통령을 보내면서 온 국민이 함께 석별의 정을 나눌 수 있도록 취임식보다도 더욱 성대한 이임식을 갖게 되길 희망한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대로라면 5년 후다. 그때는 노무현 대통령 이임식을 별도로 갖자. 그 이임식이 다음 대통령 취임식보다 훨씬 성대하게 치러지는 첫 번째 이임식으로 기록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노무현 당선자를 위해서가 아니다. 대통령 복이라곤 없는 이 불쌍한 대한민국과 모든 국민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풀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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