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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유력인사들은 다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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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유력인사들은 다 어디 갔나?

[기자의 눈] 김홍수 법조비리 사건의 미진한 마무리

"수첩에 전.현직 법조인 60명을 포함한 유력인사 80명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두고, 이들에게 연간 6억~7억 원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해 청탁한 사건의 90퍼센트를 자신의 희망대로 처리되게 한 거물브로커"라는 김홍수의 법조비리 사건은 과연 어떻게 되고 있나?

지난달 13일 이 사건이 처음으로 발표된 뒤 국민들은 이렇게 엄청난 법조브로커가 아직도 활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하면서, 그의 뒤를 봐 준 법조계 인사가 얼마나 많이 고구마줄기 엮듯 엮여 나올 것인지 후속발표를 기다려 왔다.

검찰의 수사 착수 발표로부터 3주, 실제 수사개시로부터는 2개월 여 만에 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 1명, 전직 검사 1명, 그리고 전직 경찰총경 1명 등 모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전직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1명은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채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가 일단락되어 가는 것 같다.

본인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며 주위의 사임 압력에 굴하지 않던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7번째 검찰의 소환을 받은 지난4일 오후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해서 그 원인과 배경에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아직 본인은 아무런 설명이 없다. 본인의 무죄를 끝까지 주장할 것이라는 한 줄 보도 외에는.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법원에서는 엄청난 권위를 갖는 사람이다. 그들 중 한 명이 불법한 행동을 한 사실을 밝혀냈다면 그것만으로도 작은 일이 아니다.

본인이 혐의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제시한 혐의 내용은 앞으로 기소, 심리, 판결의 절차를 거쳐야 하겠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을 대개 믿는 우리 국민의 머리 속에서 그는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니 그 이상이다.

검찰이 제대로 찾아내고 입증하지 못해서 그렇지 실제로 그가 저지른 불법행위는 검찰이 기소장에 기록한 것보다 많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이 그렇지 않은 국민들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것이 권력층 비리를 보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일반적인 성향이다.

나아가, 만약 재판에서 그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그 판결결과를 그대로 믿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어제의 자기 상관이던 판사니까 법원에서 봐줬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 법조비리 사건은 대중의 정서 속에서는 이미 결론이 난 것이나 다름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은 검찰도 마찬가지다. 검찰로서는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고, 그를 구속하기 위한 영장을 신청할 정도의 증거자료를 확보한 것만으로도 이 사건의 대미를 장식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검찰이 '한 건' 올린 것은 그렇다 치자. 그러나 김홍수와 관련되어 애당초 제기됐던 의혹들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서도 과연 이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는 것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검찰의 능력부족 때문인가, 제식구 감싸주기인가, 아니면 이런 사건은 원래 그렇게 끝나게 되어 있는 것인가. 의문이 꼬리를 문다.

언론에 보도된 사실들과 관련해서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들은 이런 것들이다.

- 애초에 김홍수의 수첩에 있었다는 60명의 법조인을 포함한 80명의 유력인사들은 누구이며, 그들이 김홍수로부터 어떤 금품, 향응과 청탁을 받았고, 어떤 편의를 봐주었는지, 나아가 그들 중 70명 이상은 이번 수사에서 왜 제외되었는지?

- 7월 13일 검찰에서는 10명 정도를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중에 이번에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사람들은 누구며, 처음에 그들에게 혐의를 둔 이유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수사를 했으며, 그들에게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를 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지?

- 이번에 구속영장이 신청된 K검사에게는 알선수재가 아니라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되었다. 그의 혐의는 2004년에 변호사법 위반으로 조사 받던 김홍수를 무혐의 처리해주면서 그 대가로 1000만 원을 받은 것이다. 그의 지휘 아래 있던 7 급 조사관 차 모 씨는 그 때 김홍수를 봐주는 대가로 1000만 원을 받았고, 그 뒤로 17차례에 걸쳐서 3500만 원 어치의 술대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2005년 구속.기소되었다. 이 사실로부터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긱 수밖에 없다. △K검사가 김홍수 사건을 덮어줄 때 그를 지휘하던 부장검사는 몰랐는가? △차 모 조사관이 처벌받을 때 왜 K검사는 함께 처벌받지 않았는가? △2005년에 차 모 조사관을 수사하던 검사는 K검사의 수뢰 사실을 몰랐는가, 알고도 덮어주었는가? △만약 덮어주기로 결정했다면 그것은 누구 선에서 내린 결정인가?

- 현직 부장검사로 있을 때 김홍수로부터의 수뢰 사실이 드러났다는 P변호사는 왜 이번에 구속영장 신청대상에서 제외되었는가? 엊그제까지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있었고, 자신에 대한 출두 요구에 일곱번이나 응했던 사람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흔히들 '일벌백계'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백계를 하려면 사실은 백벌을 해야 한다. 100명이 잘못했는데, 한 명만 처벌할 경우 나머지 아흔아홉 명은 자숙하고 근신하는 것이 아니라 재수 나쁘게 걸린 한 명을 비웃으며 자신들의 악행을 계속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이번에 바라는 것은 앞으로 '법조비리'라는 단어가 다시는 언론에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기틀을 닦는 것이다. 그 첫 단계가 검찰의 철저한 사실 파악이다.

한 명의 '대어'를 낚고 만세부르는 것이 아니라 김홍수의 불법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람의 모든 불법행동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것이 올바른 대책수립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흔히 권력형 비리 사건은 해당기관과 사법기관 간의 적당한 타협 내지 조정에 의해 마무리된다는 것이 일반인들의 '상식'이다. 이번의 경우도 예외일 수 없다. 이 상식이 깨지길 기대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에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50여 명의 전.현직 법조인을 포함해 70여 명의 유력인사들은 벌써부터 기소된 서너 명의 운명을 비웃으며 어느 호텔의 골방에서 김홍수가 아닌 다른 브로커와 은밀히 만나 법의 잣대를 구부리는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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