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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실실' 이승엽, '오기'의 장훈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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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실실' 이승엽, '오기'의 장훈을 넘다

[프레시안 스포츠]이승엽, 35호 홈런 작렬

"이승엽은 올 시즌 40개 정도의 홈런은 문제없을 것이다. 고쿠보가 아니라 이승엽이 요미우리의 4번 타자로 적임자다."
  
  이승엽이 요미우리로 이적한 뒤 미야자키 캠프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대선배 장훈이 남긴 말이다. 타격에 관한 한 일본 프로야구의 최고수로 평가받았던 장훈의 말처럼 이승엽은 올 시즌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이승엽은 5일 도쿄돔에서 펼쳐진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경기에서 6회말 중월 솔로 홈런을 쳐냈다. 시즌 35호 홈런. 이승엽의 이 홈런은 1970년 장훈이 기록했던 한 시즌 34홈런을 넘어서는 것. 일본 프로야구에서 한국인 홈런 기록이 새로 탄생한 셈이다.
  
  이승엽과 장훈은 여러 모로 스타일이 다르다. 이승엽은 겉으로는 아주 부드럽게 보인다. 실제로 타석에서도 표정이나 폼으로 상대 투수를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하다. 야구뿐 아니라 사소한 내기를 하더라도 절대 지면 안 되는 성격이다. 이승엽은 겸손한 모습을 자주 보이지만 그의 겸손함 뒤에는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도사리고 있다. 한 마디로 그의 스타일은 '허허실실'이다.
  
  그에 반해 4살 때 오른손에 심한 화상을 입어 어쩔 수 없이 왼손타자가 돼야 했던 장훈은 '오기'의 사나이였다. 재일동포의 설움을 훌훌 털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던 장훈은 타석에 들어서면서 늘 상대 투수를 위협했다. 날카로운 눈매로 투수를 노려보며 방망이를 투수 쪽으로 쑥 내미는 행동을 자주 했다. 팬들로부터 야유를 들을 때도 장훈은 관중석을 불타는 눈으로 응시하며 상대의 기를 죽였다. 장훈은 가난과 함께 일본인들의 차별을 이기기 위해 일부러 더욱 당당한 모습을 보이면서 '직언(直言)'을 해야 했다. 타석에서 느껴지는 그의 강한 카리스마도 여기서부터 출발한 것.
  
  이미 29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던 이승엽은 올 시즌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40개의 홈런만 친다면 만족한다"며 몸을 낮췄다. 요미우리의 팀 성적이 리그 하위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개인기록이 너무 부각되는 점이 다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훈은 "팀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위해 야구를 해야 한다. 이승엽은 올 시즌 홈런 목표를 50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야구 영웅의 서로 다른 성격을 잘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2시즌을 보낸 뒤 요미우리에 입성한 반면 1959년 프로에 입문한 장훈은 고교시절부터 꿈에 그리던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기 위해 무려 17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약팀이었던 도에이 플라이어스에서 현역으로 오래 뛰었던 장훈은 사실 요미우리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미 나니와 상고 재학시절 요미우리는 장훈을 영입하려고 물밑 작업을 다 해놓았다. 하지만 나니와 상고 야구부에서 상급생이 하급생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장훈은 이 사건과 무관했지만 요미우리 구단 수뇌부는 나니와 상고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장훈의 영입을 취소했다. 아마 이 사건이 아니었다면 장훈은 일찌감치 요미우리에서 나가시마, 오 사다하루와 함께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강의 '살인타선'을 구축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미우리는 이른바 '광각타법(廣角打法)'으로 수위 타자에 7번이나 올랐던 장훈을 결국 데려왔다. 1975년 나가시마 감독이 이끌던 요미우리는 구단 사상 최초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나가시마 감독은 타선 강화를 위해 장훈을 영입했고, 장훈은 1976년 36세의 나이로 3할5푼5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오 사다하루와 함께 장훈은 'OH포'를 가동하면서 1976, 77년 요미우리의 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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