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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조사관이 진정인에게 돈을 요구하다니…"

'국가유공자' 지정 대가로 진정인에게 금품 요구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1일 오후 기자들 앞에서 무겁게 입을 뗐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 진정인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였다. 인권위 조사관이 진정 처리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사례가 드러난 것은 2001년 11월 인권위가 출범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군에서 상습 폭행당한 아들, '국가유공자' 되게 해주겠다"

인권위는 1일 "침해구제 1팀 소속 신 모 조사관이 진정인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신 조사관을 직위해제하고 내부조사가 끝나는 대로 형사고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신 조사관은 "아들이 군대에서 상습폭행을 당해 심장질환이 생겼는데도 군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며 2004년 4월 진정서를 제출한 김 모 씨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250만 원을 받았다. 신 조사관은 당시 "아들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될 수 있게 해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공자 지정은 국가보훈처 소관이며 인권위와 무관한 업무다.

신 조사관은 김 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변호사와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ROTC 장교 출신인 신 조사관은 자신의 ROTC 동기인 임 모 변호사를 김 씨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사건 해결이 늦어지고 국가유공자 지정이 무산되자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고 신 조사관은 지난달 이를 반환했다.

침통한 인권위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 갖추는 계기 삼아야"

인권위는 지난 7월 27일 이 같은 내용의 제보를 입수하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신 조사관은 인권위 자체 조사 과정에서 "아들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되게끔 하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 적은 없으며 단지 김 씨에게 돈을 빌렸을 따름"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권위 관계자는 사건의 정황과 김 씨의 주장에 비추어 볼 때 신 조사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육군 대위로 전역한 신 조사관은 2004년 공채를 통해 인권위 조사관(별정직 5급)에 임명됐으며 주로 군 내에서 발생한 인권 관련 사건을 담당해 왔다.

출범 이래 최초의 수뢰 사건을 접한 인권위는 침통함이 역력한 분위기다. 한 인권위 관계자는 "처음 제보를 접했을 때 부끄러움과 분노로 고개를 들 수 없었다"면서 "이번 사건이 출범 6년째를 맞은 인권위가 내부적으로 보다 높은 윤리의식을 갖추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군대에서 몸과 정신이 망가진 피해자, 결국 국가유공자 지정은 못 받아

한편 진정 처리 과정에서 신 조사관에게 금품을 제공한 김 씨의 아들은 2002년 10월 군에 입대해 강원도에 있는 36사단에서 근무하던 중 2003년 8월 중순부터 선임병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눈과 성기에 '맨소래담' 로션 등을 바르는 등의 가혹 행위를 겪었다. 김 씨의 아들은 이 과정에서 치아 2개, 갈비뼈 3개 등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을 뿐 아니라 심장질환까지 앓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이 사건을 조사한 군 당국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합의만 강요할 뿐 사건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자 김 씨는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김 씨의 아들은 군에서 전역한 뒤 현재까지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나 심장질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6월 5일 아들 김 씨에 대해 '국가유공자 등록 비해당'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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