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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포인트] 플라이 대디

감독 최종태 | 출연 이문식, 이준기 제작 다인필름, 가드텍 | 배급 시네마서비스 등급 12세 관람가 | 시간 112분 | 2006년 상영관 메가박스, CGV, 서울극장 가필(이문식)은 고등학생 딸을 둔 서른아홉 가장이다. 그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가장이 갖추고 있을 모든 것을 갖고 있다. 사랑스런 아내, 그보다 백배쯤 더 사랑스런 딸, 그리고 대출받아 겨우 장만한 아기자기 집. 거기에 더해 볼록한 뱃살과 소심함까지 두루두루 겸비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대표 가장'이다.
플라이 대디 ⓒ프레시안무비
승석(이준기)은 주먹깨나 쓰는 열아홉 고등학생이다. 그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고등학생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성품을 갖고 있다. <체 게바라><아리랑> 등 쳐다만 봐도 하품이 쏟아지는 책을 훌렁 훌렁 읽어 젖히지만 공부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누구보다 단단한 주먹을 자랑하지만 "폭력은 그저 폭력일 뿐"이라는 철학 덕분에 웬만해선 주먹 자랑 따윈 하지 않는다. 부모에 대한 상처가 커 고등학생의 발랄한 웃음 따윈 지운 지 오래다. 가필의 평범한 인생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그의 딸이 복싱 챔피언인 남학생에게 구타를 당한 순간부터다. 권력자 집안의 아들이기도 한 '가해자' 태욱은 그러나 미안한 기색조차 비치지 않는다. 태욱 앞에서 제대로 화 한번 내지 못한 가필. 그는 어느 날, 복수를 결심하고 부엌칼을 가슴에 품은 채 태욱의 학교에 찾아간다. 하지만 거기서 그는 태욱 대신 싸움짱 승석을 만나고, 가필의 사연을 들은 승석과 그의 친구들은 그의 '복수혈전'을 위해 40일 특별 훈련을 시작한다. 가필의 인생은 그때부터 180도 달라진다. 매일 아침, 남산으로 출근도장을 찍기 시작한 그는 승석을 스승으로 모시고 기초 체력 훈련, 암벽 등반, 복싱 등의 혹독 훈련에 들어간다. 하루하루 훈련이 지날수록 가필의 근육은 도톰하게 부풀어 오르고, 자신감도 조금씩 차오른다. 그러나 훈련을 통해 가장 튼튼해진 건 승석과의 우정. 스승과 제자인 승석과 가필은 어느새 친구가, 또 아들과 아버지가 된다. <레볼루션 No.3> 등으로 국내에 두툼한 독자층을 둔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원작으로 한 <플라이 대디>는 기본 이야기 틀을 그대로 따르지만, 인물 설정과 이야기 톤은 한국에 맞게 대폭 수정했다. 가장 크게 변한 건 '승석'의 캐릭터. 원작에서 재일 교포로 사회적 억압과 차별을 받아온 고교생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상처 입은 고등학생으로 탈바꿈했다. 덕분에 <플라이 대디>는 '가족'에 대한 진한 애잔함이 묻어있다. 딸 앞에서 잃어버린 자존심을 찾기 위해 피땀 흘리는 가필의 고군분투는 처절하고, 그를 바라보는 아내의 침묵은 든든하다. 거기다 훈련 과정을 통해 '대리 부자 관계'를 맺게 되는 가필과 승석의 우정이 덧붙여진다. 복싱으로 치자면 원작 <플라이, 대디, 플라이>의 리듬은 가벼운 '잽'에 가깝다. 가볍고 쉽게 흘러가는 가네시로 가즈키의 문체는 이들의 훈련을 혹독함보다 즐거움으로 그려낸다. 그러나 진한 가족주의를 가져온 <플라이 대디>는 '각 잡은 펀치'에 더 가깝다. 웃음보다는 감동을, 마냥 즐거운 리듬보다는 절박함을 택했다. 물론 둘 중 무엇이 더 낫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원작이 갖고 있는 무한에 가까운 유쾌함을 버리고 평범한 가족 드라마로 '안전하게' 착지한 <플라이 대디>가 해방과 일탈 고유의 즐거움을 놓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왕의 남자' 이준기의 차기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사실 <플라이 대디>는 이문식의 영화다. 그는 특별한 연기가 필요 없을 만큼 '소심한' 가장에 제격인 연기를 선보인다. 12kg을 줄이며 몸을 단련한 노력도 가상하지만 더욱 빛나는 건 그의 표정 연기. 이문식은 작은 표정 변화 하나로도 가필의 소심함과 대범함, 그리고 동시에 다감한 느낌까지 모두 그려내는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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