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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월드] <씬 시티> 확장판 Sin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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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DVD 월드] <씬 시티> 확장판 Sin City

감독 프랭크 밀러, 로버트 로드리게즈 출연 브루스 윌리스, 미키 루크, 클라이브 오웬, 제시카 알바 시간 123분 | 화면비율 애너모픽 1.85:1 오디오 DTS 5.1, 돌비 디지털 5.1 | 출시 엔터원 2005년 국내 발매 여부를 두고 말이 많았던 <씬 시티> 투 디스크 확장판이 출시됐다. 원래 이 영화는 지난 12월, 1장짜리 일반판 타이틀이 발매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이미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상당한 정성을 기울여 만든 확장판이 발매돼 DVD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한데 국내 출시사인 엔터원은 이 영화를 일반판으로 출시하면서 "일반판 판매량이 어느 정도 수준에 달하면 확장판 출시를 고려하겠다"고 밝혀 원성을 사기도 했다. 확장판에 수록된 엄청난 양의 스페셜 피처의 판권을 구매하려면 그만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위기에 빠진 국내 DVD 시장에서 과연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지 출시사로서도 난감한 입장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뒤늦게 나온 <씬 시티> 확장판은, 비록 패키지 디자인이 미국판보다 덜 세련되고(더 튼튼해 보이기는 한다), 미국판에 덤으로 들어 있었던 원작자 프랭크 밀러의 만화책은 없지만(대신 두툼한 영화 해설집이 들어있긴 하다), 국내 팬들이 고대하던 스페셜 피처를 가득 담은 알찬 타이틀로 발매됐다.
씬 시티 DVD ⓒ프레시안무비
일단 첫 번째 디스크에서는 두 개의 코멘터리 트랙이 빛을 발한다. 하나는 공동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와 프랭크 밀러의 음성해설이다. 영화와 만화를 넘나들면서 <씬 시티>의 제작 경험을 자세히 술회하는 매우 알찬 해설이다. 두 번째는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영화의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서 낱낱이 밝히는 코멘터리다. 여기에는 브루스 윌리스와 쿠엔틴 타란티노가 일부 장면에 대해 음성해설을 덧붙이고 있다. 특히 <씬 시티>에 '게스트 디렉터'로 참여한 쿠엔틴 타란티노는 극중 드와이트(클라이브 오웬)가 재키 보이(베니치오 델 토로)의 시신을 차에 싣고 가는 장면에 대해 특유의 뜨겁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제작 과정을 회고하고 있다. 그 밖에도 이 디스크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오디오 트랙이 첨가돼 있다. '오스틴 관객 버전'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트랙은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알다시피 로드리게즈는 할리우드가 아니라 텍사스에서 작업하는 '인디' 감독이다) 시사회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채취한 사운드를 담고 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부터 박수를 치고 배우들의 열연에 아낌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유머러스한 장면에서는 통쾌하게 웃는 미국 관객들의 음성을 생생히 들을 수 있다. . 우리가 몰랐던 <씬 시티> 이야기 첫 번째 디스크에 담긴 스페셜 피처는 주로 영화의 제작과 관련한 내용이다. '프랭크 밀러를 영화 제작에 끌어들이기까지' '특별 감독: 타란티노'는 로드리게즈의 두 파트너인 이들이 어떻게 <씬 시티>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를 소개하는 인터뷰 영상물이다. 음성해설과 마찬가지로 로드리게즈는 <씬 시티>에 대해 존경과 찬사를 바친다. 로드리게즈가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무엇보다 로드리게즈의 집요함과 끈기, 테크놀러지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실험정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씬 시티 ⓒ프레시안무비
<씬 시티>를 재미있게 봤던 관객이나, 또는 프랭크 밀러의 누아르풍 만화에 감탄한 독자들이라면 '씬시티의 차' '씬시티의 소도구' '괴물 제작, 특수효과, 분장' '씬시티의 의상'과 같은 제작과정 스페셜 피처가 매우 유익할 것이다. 특히 '씬 시티의 차'는 극중 등장하는 약 20여 대의 빈티지풍 차량을 섭외하고 촬영에 동원한 과정을 소개한다. 프랭크 밀러는 "<씬 시티>는 순전히 이기적인 차원에서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린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프랭크 밀러가 그리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멋진 자동차였는데, 영화는 바로 그 자동차들을 실물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이미 단종되어 몇몇 수집광들 사이에서 비싸게 거래되는 명차들이 줄지어 나오는 만큼, 자동차에 관심 있는 마니아들에게는 특히 더욱 흥미로운 볼거리다. 또한 '씬 시티의 의상' 역시 흥미진진한 서플먼트다. 로드리게즈의 파트너인 의상감독 니나 프록터는 프랭크 밀러가 만화에 그린 2차원의 기기묘묘한 의상들을 모두 3차원의 입체로 구현해 배우와 스탭들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이 영화의 의상은 단순히 '옷'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전체의 누아르풍 질감과 조명 효과를 철저히 고려해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 전문성이 돋보인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먼저 로드리게즈 감독의 DVD에 대한 소개의 말이 담겨 있다. 이 디스크에는 극장판에서 삭제된 일부 장면을 포함한 영화가 담겨 있는데, 프랭크 밀러의 만화와 똑 같은 네 개의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고객이 항상 옳다' '노란 악당' '힘든 작별' '성대한 살육'이 바로 그것. 각각의 부문은 모두 하나의 완결된 영화로도 볼 수 있으며, 각각에 엔딩 크레딧이 따로 달려 있다. 하지만 기대한 것만큼 추가 장면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원래 극장판에서 상영된 버전을 네 가지로 나눈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씬 시티 ⓒ프레시안무비
두 번째 디스크의 스페셜 피처도 알차기 그지 없다. '15분 영화학교'는 로드리게즈가 <씬 시티>를 처음 만들 때 시도했던 다양한 기술적 실험 작업들을 직접 소개하는 영상물이다. <씬 시티>는 만화를 영화로 옮긴 게 아니라, 만화를 영화적 기법으로 움직이게 만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만큼 이 영상물은 로드리게즈가 만화의 질감을 영화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던 모든 흔적들을 자세히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테크놀러지에 관심 많은 영화학도들에게 유익한 서플먼트다. '올 그린 버전'은 그린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영화 순서대로 배열한 편집본을 800% 빠르게 돌려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영화 전편을 볼 수 있도록 만든 독특한 영상물이다. '롱테이크'는 타란티노가 연출한 '성대한 살육'의 촬영 과정을 볼 수 있는 일종의 메이킹 다큐멘터리다. 그린 스크린이 둘러쳐진 스튜디오 안에서 자동차에 탄 배우들과 씨름하는 타란티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씬 시티: 라이브 인 콘서트'는 영화 제작 과정 중 뉴욕의 한 클럽에서 열린 브루스 윌리스의 특별 음악 공연을 담은 영상물. '10분 요리 강습'은 로드리게즈가 작업 도중 야참으로 즐겨 먹는 음식인 '브랙퍼스트 타코'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물이다(로드리게즈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DVD에서도 요리법을 담은 클립을 수록해 마니아들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 DVD에 영화만큼의 정성을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스페셜 피처에 대해 로드리게즈가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는 사실. 로드리게즈는 극장판 영화를 만드는 것에 버금갈 정도로 DVD에 엄청난 공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창작자로서 그는 DVD에도 빛나는 아이디어와 정성을 쏟아 부어 최상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고 있다. 그의 음성해설은 그 자체로 뛰어난 영화 강의이며, 그의 메이킹 다큐멘터리는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영화의 역사이자 기록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금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영화의 테크놀러지에 관해서는 가장 전방위에 나아가고 있는 감독인 만큼, 그의 실험 과정을 기록한 DVD는 영화를 공부하고 만드는 이들, 더 나아가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크나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씬 시티 ⓒ프레시안무비
한 가지 옥의 티. 국내 출시된 확장판의 자막 번역 상태는 오류가 많은 편이다. 음성해설의 경우 로드리게즈는 끊임없이 말을 하면서 영화에 대한 무수한 정보들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글자수가 제한된 만큼 그의 말들을 모두 번역할 수는 없었겠지만, 영화 이해에 핵심적인 정보들이 제대로 번역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가령 타란티노는 자신이 연출한 드와이트와 재키 보이의 자동차 운전 장면이 이탈리아 호러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페리아>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국내 출시된 판본에서는 이런 정보는 번역하지 않았다. 음성해설뿐 아니라 일반 스페셜 피처 번역에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씬 시티: 라이브 인 콘서트'에서는 클럽의 공연장에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스캐너 다클리> 팀이 함께 와서 즐겼다는 로드리게즈의 해설과 함께 링클레이터와 우디 해럴슨 등의 모습이 보이지만, 이 역시 자막에서는 설명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HD로 촬영했다'는 설명을 '고화질로 촬영했다'고 번역한 것은 심각한 오류가 아닐까 싶다. 번역자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HD 카메라의 일급 전도사이며 <씬 시티>야말로 HD 촬영이 만들어낸 걸작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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