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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춤추고 노래하는 한국영화들

[특집] 충무로에 뮤지컬 영화가 몰려온다

  한국영화가 춤추고 노래하기 시작했다. <다세포 소녀>, <삼거리 극장>, <구미호 가족> 등 뮤지컬 영화 3편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충무로에서 뮤지컬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던 그간의 분위기에 비추어 보자면 분명 놀라운 일로 평가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뮤지컬 영화는 충무로에서 '금기시되기까지' 했던 장르였다. 1988년 최민수, 신혜수 주연으로 제작된 뮤지컬 영화 <그녀와의 마지막 춤을>은 흥행에 참패했고, 이명세 감독의 1995년 작 <남자는 괴로워>가 선보인 뮤지컬 장면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2002년 70% 가량 촬영을 마친 상태에서 제작 중단된 <미스터 레이디>는 충무로에서 뮤지컬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꼽혔다. 이 영화는 소찬휘와 안성기를 캐스팅, 한국 최초 뮤지컬 영화를 표방하며 촬영에 들어갔지만 크랭크 업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제작비 문제로 촬영을 중단한 바 있다. 30억 원의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으며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뮤지컬 형식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영화였던 만큼 제작 중단의 여파는 컸다. <미스터 레이디>의 실패 이후 충무로는 뮤지컬 영화 제작을 완전히 포기한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4년 만에 3편의 뮤지컬 영화가 무난하게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준비하게 된 데는 여러 가지가 변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뮤지컬에 대한 인기가 크게 높아진데다 이를 영화산업에 끌어 들이려는 충무로의 노력이 계속돼 왔던 것. .
다세포 소녀 ⓒ프레시안무비
춤과 노래, 영화보다 더 좋다? 4년이란 시간 동안 뮤지컬은 한국 대중들의 품을 파고 들었다. 브로드웨이의 유명 뮤지컬이 속속 국내에 수입, 공연되고 대형 뮤지컬의 장기 공연이 계속되는 등 현재 한국 뮤지컬 시장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대중들에게 뮤지컬은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 것이 아니다. 춤과 노래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뮤지컬의 화법에 대중들이 그만큼 익숙해졌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춤을 좋아하는 것도 뮤지컬영화 제작 붐을 가져온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볼룸댄스나 재즈댄스와 같은 이국적 장르의 춤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현란한 브레이크 댄스로 세계대회에 진출, 우승을 거머쥔 비보이들에게 사회적 관심이 쏟아지기도 했다. 8월 1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다세포 소녀>가 막바지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는 것도 바로 '춤'이다. <다세포 소녀>는 기획 단계부터 관객들이 보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다세포 댄스'를 만들어 영화의 안무에 사용했을 정도. 주연배우 김옥빈의 춤추는 장면이 삽입된 예고편은 '흔들녀 동영상'이라는 이름 아래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중들만 변한 건 아니다. 영화쪽도 크게 달라졌다. 소프트웨어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좋아져야 한다. 뮤지컬영화는 이야기, 곧 스토리텔링만이 아니라 음악,안무,조명,사운드 등 갖가지의 영화적 '기술'과 함께 이른바 '맨파워'가 향상돼야 제작이 가능한 장르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우리 영화계는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무로가 3편의 뮤지컬 영화를 한꺼번에 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곧 충무로의 인력과 기술이 그만한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 우리만의 뮤지컬로 승부한다
구미호 가족 ⓒ프레시안무비
<다세포 소녀>는 세 편의 영화 중에서 '맨파워'면에서 가장 화려한 이름들을 자랑한다. <친절한 금자씨>의 정정훈 촬영감독을 비롯, <형사>의 이형주 미술감독, 패션디자이너 서상영과 한국 현대무용계의 대모라 불리는 안은미 씨 등이 스탭으로 참여해 영화의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삼거리 극장>과 <구미호 가족>의 스탭진도 만만하지 않다. <삼거리 극장>의 안무를 담당한 이는 주로 무대 공연의 안무가로 이름 난 서병구씨다. <구미호 가족> 또한 영화음악계에서 언더그라운드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봉숭아'의 방준석과 장영규가 음악감독을 맡아 눈길을 끌고 있다. 향상된 기술과 다양한 인력들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꿈꾸는 한국 뮤지컬영화는 과거의 실패를 본보기로 삼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브로드웨이나 할리우드의 대작 뮤지컬 영화를 흉내 내는 대신 충무로만의 색깔을 찾아나선 것. 일단 세 편의 영화 모두 소재부터 남다르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세포 소녀>는 성적으로 자유로운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동명의 인터넷 만화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삼거리 극장>은 밤마다 유령들이 출몰하는 옛날극장을 무대로 삼고 있고, <구미호 가족> 또한 구미호 가족이 인간의 간을 구하기 위해 인간세상에 내려왔다는 독특한 설정에서 출발한 영화다. 이들 영화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장면은 화려함을 뽐내는 브로드웨이나 할리우드의 뮤지컬과 달리 소재에 걸맞게 키치적이고 독특하다는 평가다. 대규모 예산과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할리우드 뮤지컬영화를 답습하는 대신 우리 실정과 정서에 맞는 작품을 찾아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다. 이들 영화에서 'B급 정서'나 비주류적 감성이 돋보이는 것은 그때문이다. .
삼거리 극장 ⓒ프레시안무비
계속되는 뮤지컬영화 제작붐 영화계의 우려를 딛고 세편의 뮤지컬영화가 완성됐다. 새롭게 심기일전한 만큼 이들 작품에 대한 대중적 평가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8월 10일 개봉하는 <다세포 소녀>를 시작으로 <삼거리 극장>도 8월 중에 개봉된다. <구미호 가족>은 9월 추석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 중이다. 기획 단계에 있는 뮤지컬영화도 한편 더 있다.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가제)에서 한재림 감독이 뮤지컬영화를 연출할 예정이다. <인류멸망보고서>는 한재림 감독과 함께 임필성, 김지운 감독이 참여해 만드는 영화. 한재림 감독의 영화에는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인 <카우보이 비밥>과 <공각기동대>의 TV판 음악을 맡은 칸노 요코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는 소식이다. 새롭게 태어난 충무로의 뮤지컬영화가 새로움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이들 영화의 흥행에 영화계의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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