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귀국한 핌 베어벡 감독이 입국 인터뷰에서 "나이가 어려도 가능성과 재능을 보이는 선수가 있다면 과감히 대표팀에 합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홍명보 코치가 "5~6명의 (대표팀) 새 얼굴에 대해 베어벡 감독과 의논했다"고 말한 것과 맥락이 통한다. 한 마디로 대표팀 세대교체를 가속화하겠다는 뜻이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이 끝난 뒤 코엘류, 본프레레 등 감독이 계속해서 바뀌면서 젊은 피의 발굴과 수혈을 효과적으로 단행하지 못했다. 축구계 일각에서 터져 나온 "황선홍과 홍명보의 공백을 메울 만한 선수를 꾸준히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 셈이다.
그 가운데 중앙 수비수의 문제가 가장 뼈아팠다. 홍명보를 대신할 카드를 찾지 못했던 대표팀은 이미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2002 태극전사 최진철을 다시 불러들여야 했다. 독일 월드컵에서 최진철, 김영철, 김상식, 김진규가 중앙 수비수로 활약했지만 안정감을 주지는 못했다. 이 중 최진철은 다시 대표팀을 은퇴했고, 김영철(30)과 김상식(30)도 4년 뒤를 기약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K리그에서 뛰는 선수 중 대표팀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수비수로는 조용형(제주), 이정수, 곽희주(이상 수원), 조병국(성남), 이강진(부산) 등이 손꼽힌다. 베어벡 감독은 26일 K리그 성남과 전북 간의 경기를 관전한다. K리그에서 최고의 포백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성남의 중앙 수비수 조병국으로서는 대표팀 재발탁을 위해 베어벡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야 할 입장이다.
베어벡 감독은 유럽파나 일본 J리그 소속 선수들은 리그 일정 문제 때문에 오는 8월 6일 대표팀 소집에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국내파가 대표팀의 주축이 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대표팀에 적지 않은 '뉴 페이스'가 생겨날 전망이다. 그 중심에는 향후 베어벡호의 중앙 수비수가 될 만한 '젊은 피'가 과연 누구냐는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수비수를 조련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베어벡 감독도 한국축구의 차세대 수비수 발굴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 수비수는 상대 공격의 맥을 짚는 예리한 눈과 함께 정확한 위치선정이 철저하게 요구되는 자리다. 이런 능력에다 가끔 공격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패싱력까지 갖춘 선수라면 더 할 나위가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적지 않은 국내 축구계 인사들은 공격수의 유럽진출보다 수비수의 유럽진출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공격수와는 달리 단 한 차례만 실수해도 곧바로 실점을 허락하는 게 수비수의 운명이라는 측면에서 경험과 함께 개인기를 갖춘 대형 수비수가 더욱 절실하다는 의미다.
독일 월드컵 토고와의 경기가 펼쳐졌던 프랑크푸르트 월드컵 경기장을 찾았던 한 독일 교민은 전반전이 끝난 뒤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홍명보 코치가 뛰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한국은 수비진의 실책으로 내준 첫 번째 실점을 후반전에 역전극으로 만회했다. 하지만 월드컵 역사상 원정 첫 승의 기쁨에 도취돼 있을 때도 교민의 한 마디 말은 한 동안 뇌리에 남아 있었다. 이 질문이 독일 월드컵에서 16강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 팀의 아킬레스 건을 정확하게 본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 대표팀 코치로 있는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와 같은 영리한 수비수의 발굴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해야 하는 한국 축구계의 지상과제가 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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