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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3명중 1명, 학대 경험"

국가인권위 '노인학대 실태조사' 발표

우리나라 노인 3명 중 1명은 한차례 이상 학대를 경험했으며 육체적 학대보다는 정서적 학대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6일 지난해 7월부터 5개월간 실시한 노인관련 기획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무관심과 냉담 등 일반인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노인에 대한 정서적 학대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노인 37.8%가 1회 이상 학대경험**

인권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노인들에 대한 학대 빈도는 전체 응답자 1천3백49명 중 5백10명(37.8%)이 한번 이상의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에게 무관심하거나 냉담하게 대하는 경우(19.9%)와 응답자가 의견을 말하면 불평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12.3%) 등 정서적 학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사진>

일반인들은 '노인을 발로 차거나 주먹으로 때린다'(98.3%), '노인에게 욕설을 하거나 고함을 지른다'(90.1%) 등 신체적 학대에 대한 인지도는 높았으나 '노인의 친구나 친척 등이 방문하는 것을 싫어한다'(29.2%), '노인이 가족을 타이르거나 의견을 말하면 간섭한다고 불평하거나 화를 낸다'에 대해서는 36.2%만이 학대라고 답해, 정서적 학대에 대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속적인 피학대 경험이 있는 1백72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한 결과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변수에 따라 여성노인은 정서적ㆍ언어적ㆍ신체적 학대를, 남성노인은 방임이나 경제적 학대를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도시 노인들이 농촌 노인들보다, 지병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 학대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을 수발하는 입장에서는 노인학대라고 생각하지 않는 상황이 노인에게는 학대로 여겨질 수 있으며, 그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이번 조사결과 밝혀졌다. 실례로 노인학대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과 노인의 실제 학대 경험은 큰 차이를 보였는데 일반인은 2/3 이상이 정서적 학대를 학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데 비해, 노인들은 1/3 이상이 정서적 학대를 경험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가해자는 아들과 맏며느리가 압도적**

심층면접 조사결과 노인학대의 가해자로는 아들과 맏며느리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학대 유형별로는 신체적 학대의 경우 배우자가 가해자인 경우가 다른 유형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다. 이와 관련된 전화설문 조사에서도 아들(42.9%), 며느리(39.9%) 등 직계존속이 노인학대의 주가해자라는 응답이 많았다.

학대를 받았을 때 노인들은 그냥 참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이유는 '가족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노인학대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신고할 의향이 있다'가 74.5%로 매우 높았지만, 가정에서 발생할 경우 신고할 의향은 52.8%로 낮아 가정사에 대한 외부 개입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간 유대상실이 노인의 부랑인시설 유입을 가속화**

인권위가 이번에 함께 조사한 ‘부랑인복지시설 내 노인인권 현황파악’에 따르면 노인들의 부랑인시설 입소는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고 연대의 책임이 대부분 가정에게 전가돼 가정해체는 곧 개인의 사회경제적 전락을 초래하게 되는 것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정은 인권위 인권연구담당관실 사무관은 "생애의 굴절이 일어나는 직접적인 동기는 인성 등 개인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있었다기보다 위기상황마다 적절한 사회안전망 구실을 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했음이 확인됐다"며 "특히 우리 사회에서 가족은 최후의 안전망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가족간 유대관계 상실이 경제적 실패와 함께 노인의 부랑인시설 유입을 가속화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여성의 굴절 동기는 본인의 실직이나 경제적 실패가 거의 없었으며, 남편의 음주나 학대 도박 등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이번 노인인권실태조사를 통해 노인학대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노인을 부양하는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 노인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가 낮고 부양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노인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고, 가족의 부양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의 '지역사회에서의 노인학대 실태조사'는 '한국노인의 전화'와 공동으로 전국 노인 1천3백49명과 부랑아시설 노인 1백58명에 대한 면접조사, 그리고 만 15세 이상 75세 미만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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