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츠츠미 유키히코
출연 이지카와 유이, 모리모토 레오, 타나카 나오키
수입,배급 AFM아미가스필름 |
등급 12세 관람가
시간 87분 | 2006년 |
상영관 메가박스, 대한극장 최근 몇 년 사이에 일본의 공포영화들이 소리소문없이 세계화에 성공하고 있다. '링' 시리즈에서부터 '주온' '검은 물밑에서' 등등이 할리우드에서 속속 리메이크되는 것은 물론, 이른바 일본식 호러라 불리는 새로운 장르적 관습이 여기저기서 차용되고 모방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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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Siren ⓒ프레시안무비 |
일본식 공포영화에 있어 가장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다. 자신 안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자기다. 그 또 다른 자아가 세상을 뒤집어 놓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게 맞는 얘기다. 인간 내면의 폭력성과 도착성, 살의는 측량할 길이 없는 것임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일본 공포영화는 그래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쁘다. 기억하면 기억할수록 오싹 소름이 돋는다. 새로 개봉될 영화 '사이렌'이 딱 그런 영화다. 이 영화는 보는 동안에는 그닥 무섬증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극중 여주인공이 왜 그러나 싶다. 줄거리는 이렇다. 일본의 외딴 섬 야마지마 섬에 유키(이지카와 유이)라는 여성이 찾아 온다. 그녀의 일행은 아버지와 어린 동생. 이 일가족이 야마지마에 온 이유는 만성병을 앓고 있는 동생때문이다. 하지만 유키 일행이 섬을 찾은 그날부터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마치 극중 모든 사건의 진상을 알려주려는 듯 중간중간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대사가 하나 있다. 바로 '사이렌이 울리면 집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것'이다. 영화속에서는 실제로 사이렌이 울릴 때마다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마을 사람들이 좀비가 돼 유키를 뒤좇는가 하면 아버지가 딴 사람이 돼 삽자루를 들고 두 남매를 살해하려고 기를 쓴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왜 사람들이 변하는 것일까. 사이렌에 대한 얘기는 사실, 그리스 신화에서 나왔다. 그리스식 표기는 세이렌이고 로마식 표기는 셀렌이다. 「오딧세이」를 보면 매혹적인 외모의 물의 여신인 세이렌이 달콤한 소리를 내 뱃사람들을 유혹하고 그들을 모두 잔인하게 죽이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자세히 알고 보면 그건, 여신 세이렌 탓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소리에 현혹되는 인간과 인간 안의 추악한 욕망때문일 수 있다. 신화는 진작부터 바깥에서 나는 '세이렌'의 소리보다 자신 안의 소리에 더 조심하라고 충고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 '사이렌'도 마찬가지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유키가 듣고 있는 그 '사이렌'의 소리는 실제로 들리는 것인가, 아니면 그녀 혼자서 듣는 환청에 불과한 것일까. 그녀에게만 들린다면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영화 '사이렌'은 원혼의 얘기를 담는 심령 공포에서부터 섬의 비밀을 얘기하는 미스터리 드라마와 유키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그리는 심리 스릴러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종류의 공포영화를 종횡무진 오간다. 결국 선택하는 것은 한가지지만 관객들은 그 모든 것을 '백화점식으로' 경험하고 공유하는 독특한 체험을 하게 된다. 공포영화가 대체로 그렇듯이 사연을 다 알게 되면 그것처럼 싱거운 일도 없게 된다. 하지만 내 안의 내가 여럿이 있는 것 같아 늘 불안한 마음으로 사는 현대인들로서는 그 사연 모두가 짐짓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분이 음산해지는 건 그때문이다. 일본식 공포영화는 그래서 막상 보게 되기까지의 '진입장벽'이 높을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빠지면 자꾸 빠지게 되는 것 또한 미스터리다. 마치 누군가가 자꾸 일본 공포영화를 보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 참 소름끼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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