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연구소(이사장 허승표)가 14일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팀이 거둔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축구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385명 중 51.2%인 197명이 원정 월드컵 첫 승리를 가장 큰 수확으로 뽑았다. 하지만 9개월 간 대표팀을 지휘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해서는 180명이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일선 축구지도자들이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해 불만족감을 표시한 이유는 한국 팀의 목표였던 16강 진출 실패가 가장 크다. 스포츠는 결국 결과로 말할 수밖에 없기 때문. 하지만 그밖에도 축구지도자들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수기용 실패'를 16강 진출 좌절의 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용인술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라 밖에서 쉽게 왈가왈부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더욱이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16강에 진출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정교하고 빠른 패스를 할 수 없었던 기본 기술의 부재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수 기용에는 여러가지 의문부호가 뒤따르는 게 사실이다.
독일 현지에서 만났던 국내 축구지도자들이나 축구관계자들도 의문을 제기했던 아드보카트의 선수기용은 스위스 전에 집중됐다.
스위스 전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이영표를 빼고 안정환을 투입했다. 기본적으로 수비수 대신 공격수를 내세운 것은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지만 그나마 활발한 공격을 할 수 있는 수비수 이영표를 벤치로 불러들인 것은 다소 의외였다.
또한 전반에 이천수를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기용한 것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힘들었다는 반응이다.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팀 윙 포워드로 가장 좋은 활약을 했던 이천수를 제 자리에 놓아두고,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에 올렸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중원에서의 전진 패스와 활발한 움직임을 위해서는 박지성의 볼 터치가 더 많았어야 했다는 분석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을용이 토고, 프랑스 전에서 부진하자 스위스 전에는 아예 출장조차 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을용은 패싱 능력이 뛰어난 공격적 성향의 선수로, 이호나 김남일의 단점을 메워줄 수 있는 카드였다.
김동진과 함께 아드보카트 감독을 따라 제니트행을 택한 이호는 김남일과 함께 중원에서 상대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지만 패스 능력에서 문제점을 보였다. 전진 패스는 없었고, 상대 압박에 당황해 자주 횡 패스와 백 패스를 반복했다. 반드시 승리를 해야 했던 스위스 전에서 나타난 중원에서의 뼈아픈 부진은 박지성의 윙 포워드 출전과 함께 이을용의 공백도 큰 역할이 한 게 사실이다.
그 외에도 토고 전에서 경기 막판 프리킥 기회를 얻고도 공을 돌렸다는 점, 조원희와 김두현 등 '젊은 피'를 단 한 차례도 경기에 투입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해 축구지도자들이 불만을 표출했던 이유다. 특히 일부에서는 아드보카트 감독과 월드컵 뒤 러시아 제니트 클럽으로 같이 가는 김동진을 중용하기 위해 조원희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나올 정도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김동진이 출장정지에서 풀렸던 프랑스 전부터 그를 왼쪽 윙백으로 썼고, 대신 왼쪽 윙백을 보던 이영표의 포지션을 오른쪽 윙백으로 돌렸다. 이영표는 좌우 측면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자신에게 좀 더 익숙한 왼쪽 자리에서 더 좋은 활약을 했다.
한편 이 설문조사에 참가한 축구지도자들 가운데 287명은 "핌 베어벡 수석 코치를 서둘러 감독으로 임명한 것은 잘못이다"라고 응답했다. 155명의 축구지도자들은 "차기 감독 선정에 앞서 먼저 독일 월드컵에 대한 평가와 분석이 선행됐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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