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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악마와 촛불세대가 앞으로 큰 일 할 것"

<인터뷰> 새 책 '화두' 펴낸 김지하 시인

"촛불시위를 통해 부드러운 우리의 힘을 미국에 보여줬다. 우리만의 창조적인 힘을 나타냈으니 이제 문제해결은 노 당선자에게 맡겨 두자."

시인 김지하(62·명지대 석좌교수)씨가 지난해 하반기와 올초에 쓴 글과 자신의 강연, 대담 등을 모아 책으로 엮은 <화두>에서 한 말이다.

***지식인들에게 생각할 과제를 제시하겠다는 뜻**

김 시인은 출판을 기념해서 열린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신간에 "이 시대의 지식인들에게 생각할 과제를 제시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책은 크게 세 단락으로 나눠져 있다. 1부 '붉은악마, 그리고 동북아 허브론'에서는 '붉은악마'와 '촛불시위'의 사상적 맥락과 문화적 의미를 다각도로 해석한 후 이 힘을 발전시켜 문화혁명과 민족부흥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시인은 특히 월드컵의 7백만 인파를 '6월 개벽'으로 명명, 그 역동성과 문화적 의미를 다각도로 분석한 후 지식인 사회 일각에서 한때 제기한 '나치즘의 예감', '파시즘의 가능성'등을 역비판하고 있다.

<책 표지>

2부 '문예부흥과 문화혁명'에서는 '인터넷의 쌍방향성과 홍익인간' 등 5편의 글을 통해 카오스, 대혼돈의 시대에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형태의 '문화대혁명'을 펼칠 것과 사랑과 모심의 철학으로 '홍익인간'의 논리를 재창조할 것, 그리고 문화자본주의 하드웨어의 수정에 적극 나설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제3부 '촛불'은 새해 1월 1일 신년 벽두에 쓴 미발표 신작원고로 지난 연말 광화문과 전국 각처의 촛불시위의 의미를 정치적 상상력과 영적 사건으로 규정하며 특히 촛불을 켜든 젊은이들이 지난 6월의 '붉은악마'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시위가 극단적인 반미주의로 기울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주역'과 국제정치의 경제적 역학관계를 통해 밝힌 후 소파(SOFA)개정의 원만한 타결을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에게 일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다음은 21일 있었던 출판기념 간담회에서의 김 시인과의 일문일답.

***'붉은 악마와 촛불'**

질문 : 새 책의 제목을 <화두>로 지은 이유는?
김지하 : 책 제목인 <화두>는 이 시대의 지식인들에게 과제를 제시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참고로 원래 내가 생각한 제목은 부제인 '붉은악마와 촛불'이다.

질문 : 새 책이 어떤 반응을 가져 올 것으로 기대하는 가?
김지하 : 과연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될 수 있을지 생각 중이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사람은 입을 딱 다물고 어떤 사람은 갸우뚱 하고 재미없어 죽겠다고 하기도 하고 하는데 뭔가 설명이 안 되는 것이 문제다. 지금 돌아가는 게 해명이 안 될 때 스님들은 화두를 물고 늘어진다. 그 정도의 값어치만 사람들에게 하면 좋겠다.

***7백만의 함성, 그것은 '6월 개벽' 이었다**

질문 : 지금 이야기한 혼돈과 절망감 혹은 애매함의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나?
김지하 :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 사는 게 아직 진정으로 잘 사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또 하나는 잘 되려고 이러는 것이다. 누가 잘 되게 하냐면 이 민족이라 할 것이다. 그럼 민족의 누가 주체냐는 문제가 남는다. 나는 전에는 솔직히 대답을 못했다. 지식인이 아닐까? 민중이 아닐까? 그런데 요즘에 답을 어느 정도 본 것 같다.

질문 : 그 답이 붉은악마와 촛불인가?
김지하 : 월드컵 때 7백만의 젊음이 야단법석을 했다. 그리고 끝나면 사고도 없고 청소까지 했다. 7백만의 함성, 그것은 '6월 개벽' 이었다. 이는 이중성을 지닌 우리 고유의 문화다. 나는 그때 또 바람이 온다고 했고 어떤 이들은 일회성이라고 했다. 왜 정치적인 구호나 사회적인 이슈가 거기에 합쳐지지 않는지 불만을 표시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다가 촛불시위가 언론에 보도된 첫날 나는 저거다! 하고 느낌이 딱 왔다.

촛불시위를 봐라. 너무 예쁘다. 눈물이 나올 정도다. 또 정치적 상상력을 그 안에 내포했다. 그 메시지는 '미국인들이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항의다. 민족의 자존심 표현이고 두 어린 영혼을 위한 제사였다.

우리 사회에 어떤 현상이 일어나면 지식인들이 이건 어디에 속하고 저건 누구의 장난이고 하는 식으로 배후가 금방 나타난다. 그런데 이들은 소속이 없다. 저들이 어디서 왔나? 뭔가? 그전에 4.19? 3.1운동? 동학? 임금은 압록강 넘어 도망칠 궁리할 때 농부들이 죽창을 들고 의병 하던 모습도 떠올랐다. 그들에게는 어떤 집단무의식과 다양한 이중성이 살아서 숨쉰다.

내 생각에 붉은악마와 촛불시위의 정체는 민족의 이중적인 집단무의식이다. 김민기(가수)는 '집단무병'이거나 '신 내림' 이라고 그랬는데 그 말은 쓰지 말라고 했다. (웃음) 집단히스테리로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또 배타적인 민족주의는 아닌 것이 터키나 독일 팀에게 지고도 잘 대하는 것 봐라. 우리 세대 때와는 다르다. 우린 졌다고 소주병이나 깡통 던지고 그랬었다.

붉은악마와 촛불세대들이 앞으로 정말 큰 일을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이 지닌 상상력의 기본은 다양한 이중성이다**

질문 : 책에서 촛불과 반미를 정치적 상상력으로 연결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김지하 : 상상력부터 설명하겠다. 상상력의 근원을 사양사람들은 그림처럼 판타지로 본다. 그런데 그 환타지 밑에는 마음이 있다. 내가 1백일을 감옥에서 용맹정진 했었는데 생명의 운동법칙과 똑 같다. 생명이 왔다가 갔다가 하듯이 마음도 사흘은 새까맣고 나흘은 하얗다. 그러다가 2~3개월 지나자 하루 이틀쯤은 검다 희다를 모를 상태에 간다. 법정스님에게 불어보니 그게 소각이다. 작은 깨달음이다. 그럼 큰 깨달음은 뭐냐? 유형간택이다. 이것저것 분별 안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 왜 길게 하냐면 요즘은 상상력도 디지털화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온&오프 이것과 저것, 0과1, 마치 엘리베이터 같다. 이상한 거 나타나고 하는 건 귀신이고 그림그리기지 상상의 기본은 아니다. 우리 민족이 지닌 상상력의 기본은 다양한 이중성이다.

정치적 상상력이란 숨은 차원과 들어난 차원의 관계를 정치적 각도에서 보는 태도다. 숨은 차원은 이면에 숨어서 현실을 조정하는 어떤 요인과 욕망이 있다. 예를 들면 부시는 전쟁의 명분을 찾으려고 난리다. 군수재벌이 무기를 팔아먹기 위함이고 미국 전체가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석유다. 이것이 숨은 차원이다. 드러난 차원은 알 카에다, 9.11, 테러국가에 대한 징벌, 세계윤리의 건설 등이다. 표면과 이면이 겹쳐져 있다. 이렇게 표면과 이면에 대한 태도를 이중적이고 역설적으로 마치 모순어법처럼 가져가는 것이 정치적 상상력이다.

이제 반미에 대해 이야기하자. 예를 들면 '소파(SOFA)개정은 바라는 데 미군철수는 안 한다'는 식이다. 반미는 반미인데 반미를 안 하는 것이다. 진짜로 미군이 철수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이 동북아의 세력균형의 추인데. 미군이 철수하면 일본이 바로 어마어마하게 축적된 플루토늄으로 핵무장하고 군비를 몇 배로 늘린다. 정치도 우경화하고 중국도 거기에 대응해 신무기를 개발하고 바로 군비를 늘린다. 지금 남북한은 군비축소라는 장밋빛 희망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군비축소는 물 건너간다.

이러면 또 '너는 기회주의자구나'할 것이다. 나는 현실주의자며 이상주의자다. 내 반론은 '그렇다. 민중은 기회주의자다!'라는 것이다. 계룡산의 모습도 마치 남쪽으로 도망치는 반궁수 같다. 반궁수는 도망치면서 활을 쏘는 사람이다. 저항하며 대륙진출을 하려는 이중성이 있다. '모든 생성은 이중적이다' 이건 들뢰즈가 한 말이니 다들 좋다고 할 것이다.

<김지하 사진>

***우리 할 일은 반궁수가 되어 미국에 동서양을 합친 창조적인 메시지를 쏘는 것**

지금 미국은 뇌수가 썩었거나 낡아 빠졌다. 우리의 할 일은 반궁수가 되어 미국에 동서양을 합친 창조적인 메시지를 쏘는 것이다. 붉은악마가 그걸 처음 보였고 촛불시위가 그런 것을 정신을 이어갔다. 촛불시위대가 소파개정을 요구하는 태도를 보라. 아주 근본적이고 의젓하다. 붉은악마가 밝고 거친 '양'이라면 촛불은 고즈넉하고 경건한 '음'이다. 아무 것도 안하고 어린 중학생들이 촛불 들고 고즈넉하고 경건하게 대해서 이긴 것이다.

질문 : 그럼 요즘의 반미분위기에 대한 생각은?
김지하 : 소파(SOFA)를 개정하고 민족자존심을 살리되 극단으로 치우쳐선 안 된다. 이제 노 당선자에게 넘겨야 한다. 한달 끌었으면 실무적인 것을 쉬면서 기다리자는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이 그렇게 안했다. 이런 이야기는 안하려 했는데 이렇게 되니 지금 뒤가 지저분하다. 크리스천들이 나와서 악쓰고 한다. 미국은 어떤 노하우를 주고받는 것 말고 단순한 물동량만 해도 교역량이 계속 늘고 있다. 어마어마한 물량이 밤낮으로 5분마다 항구에서 순서표를 받는다. 절대다수가 미국에서 오고 가는 것이다. 이게 지금 우리 삶의 실제적인 형식이다. 이것을 어떻게 무시할 것인가?

질문 : 약간 벗어나는 이야기 일수 있는데 북한에 대한 생각은?
김지하 : 3백만인가 6백만인가 굶는다고 들었다. 그런데 김정일은 코냑도 마시고··· . 김일성이 사회주의 하는 이유를 '모든 인민이 기와집에 이밥하고 고깃국 먹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지 아버지가 그랬다. 내 의견은 여기까지다.

***주역은 끝에서 다시 시작하는 철학이다**

질문 : 책에서 태극기의 의미와 주역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태극기가 우리나라 상징으로 온당한지도 궁금하고 주역에 대한 해석도 궁금하다.

김지하 : 맘에 안들 수도 있다. 우리 젊을 때도 인공기만도 못하다 그랬다. 재미도 없고 미국의 성조기 같은 박력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늙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국기존폐를 주장하려면 그 안의 뜻을 알고 해야 한다.

주역이 중국에서 온 것이라는 점, 가운데 태극이 중국태극하고도 다르다는 점 그리고 미래뿐 아니라 과거도 다 설명하는 철학적 기재가 내포하고 있느냐는 것인데··· . 난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고 본다.

주역은 물론 중국 것이다. 그런데 중국보다 더 아득히 먼 프랑스나 독일에 가서도 배워오는 판에 중국 것이라고 문제로 보는 것은 우습다. 우리 안에 중국 것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말에 명사나 개념어 부분은 대부분 한자다.

태극이 중국태극은 좌우로 서 있고 흑백이다. 그리고 흑 가운데 백이 있고 백 가운데 흑점이 있다. 우리 같은 붉고 푸른 태극은 중국에 없다. 생각 좀 해보자. 네 괘도 중국은 동서남북에 위에 아래 정확히 있다. 우리는 궤상이 간방에 있다. 나는 태극이 누워 있는 것 하고 빨갛고 파란 것 하고 궤상이 건곤감리 간방에 있는 것에 주목한다. 주역이 아니라 정역이다. 여기에도 이중성이 있다. 우리 문화는 전부다 독특한 이중성이 있다. 엉터리라 하기 전에 그 이유가 있다.

또 주역은 시종이 아니라 종시의 철학이라 시작에서 끝이 아니라 끝에서 다시 시작하는 철학이다. 종시는 말이 좀 이상하지만 끝과 시작을 동시에 같이 본다. 무한한 미래와 과거의 현재적 공존이다. 그 궤상을 밟아 가면 미래가 다 포함된다. 태극기는 태극과 음양과 64궤가 다 포함된다. 미래를 다 예지할 수 있는 체제다. 오늘은 좀 단문으로 말을 적게 하려고 했는데 또 말을 많이 했다. 빨갱이다.(웃음)

질문 : 인터넷과 홍익인간의 사상을 연결한 시각도 흥미롭다.
김지하 : 나는 인터넷을 잘 못한다. 하긴 했다. 근데 어지럽다.(웃음) 우리 아들이 전문가다. 이야기와 정보는 많이 듣는다. 너무 긍정적인 면만 본 것이 아니냐는 질문 같은데 내가 하는 것이 전부 세분하고 시비가리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귀띔' 정도다. 이런 것 있으니 연구하고 고려해 보라는 정도다. 사실 화두는 분석이 아니다. 던져 주는 것이다. 기억나는 가장 웃기는 화두는 '똥 뭍은 막대기'다. 이게 나쁘다 좋다 뭐가 있느냐가 아니라 그냥 방향 잡아주기다.

내 책을 읽는 것은 그래도 지식인일 테니 '이런 방향으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거다. 독자가 '네가 뭐냐?'는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세상이 내게 이름표를 몇 개 붙여 놨다. 운동권 선배, 지식인 그리고 또 뭐 많지··· . 그래서 문제제기를 한마디 했다고 여겨주기 바란다.

***지금은 오천적이 날뛰는 시대다!**

질문 : 전체적인 시각이 현재 우리의 상황을 밝게 보는 것 같다.
김지하 :내 특징이다. 20대부터 쓴 내 시를 봐라. 전부 우중충 한 시다. 시는 개인의 내면작업이라 그렇다. 그러나 담론은 대화다. 미래를 낙관하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가지고 서로 교류하자는 것이다.

질문 : 김지하 하면 '오적'인데 마지막으로 21세기 '신오적'을 뽑는다면 누구인가?
김지하 : 지금은 오천적이 날뛰는 시대다! 그런데 젊은 풍자시인이이 안 나온다. 풍자시는 꼬장꼬장해야 한다. 필요이상으로 고집 세게 살아야 한다. 그땐 내가 잠깐 미쳤었다. 젊어서 세상에 지은 죄도 적었다. 지금 내가 남 욕하게 생겼나. 요즘 이문구(작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너무 감옥에 오래 있었고 너무 정치투쟁에 깊이 관여했다. 오적 직후에 몸 도사리고 작품이나 쓰고 가끔 성명서에 이름만 올렸으면 지금 대작이 여럿 있었을 거다. 김성식 박사가 살아 계실 때 그랬다. '한국역사를 풍자시로 쓰게. 자넨 쓸 수 있어. 박정희 반대만 하지 말고 그거 빨리 써' 내가 늘 '네, 네' 하고 결국 안 썼다. 이젠 이빨 빠진 호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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