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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으로 시계 되돌린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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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으로 시계 되돌린 한나라당

'민정계 대표'에 '구시대 최고위원'…그나마 대권주자 들러리

'색깔론'→'계파갈등'→'대권주자 대리전'.

곁가지 감정싸움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런 과정을 거쳐 11일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출범했다. 전당대회 과정에 알맹이 있는 비전이나 정권탈환을 위한 당 혁신의 진정성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강재섭 대표가 예상을 깨고 당권을 차지한 게 최대 '이변'으로 평가되지만, 자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막판 지원이 강력한 동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권주자의 입김이 당권경쟁마저 좌우하는 취약한 한나라당의 구조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후가 더 걱정이다", "도로 한나라당 됐다"는 식의 평가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대권주자 '수렴청정' 구조만 확인

무엇보다 전대 과정에서 박근혜, 이명박 두 대권주자들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게 한나라당의 향후 진로를 불투명하게 만든 일차적 원인이다.

전대 막판 이명박 전 시장측의 '이재오 지원사격'은 노골적이었고, 이에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전 시장의 조직적 개입을 주장하며 '강재섭 띄우기'에 올인했다. 당권 경쟁과정에서 일정하게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대립과 갈등 수준을 훨씬 넘어선 '줄 세우기'라는 평가에도 아랑곳없었다. 결과는 박근혜 전 대표의 완승.

당연히 두 대권주자의 후광이 확인된 새 지도부는 일상적인 정국 대응 방향은 물론이고 대권 경쟁의 룰을 놓고도 '대리인'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 할 처지다. 새 지도부는 '공정한 대권경쟁 관리'라는 명분과는 무관하게 계파 간의 지난한 갈등과 타협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불안정성을 갖게 된 것이다. 특히 '강재섭=박근혜 대리인'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상황에서 신임 강 대표의 독자 행보가 가능할지가 무엇보다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일반 의원들 역시 대권주자들의 영향권을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새 지도부가 보장된 임기를 채울 경우, 이번 지도부는 18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권주자들이 지도부를 쥐고 흔들고, 지도부가 다시 공천권을 무기로 의원들을 쥐고 흔드는 피라미드식 상명하복의 골격이 만들어지는 매커니즘이다.

한나라당의 정권 탈환이 눈앞에 다가온 듯 보이는 의원들 입장에선 누가 당의 대선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재선 여부가 달려 있는 셈. 현역 의원들은 물론이고 원내외 당원협의회장(옛 지구당위원장)이나 대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당 깨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대권주자들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지도부 내의 갈등, 줄 세우기 경쟁으로 인해 당 분열 가능성은 상존하는 구조다. 특히 '이재오 당대표 만들기'에 실패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긴장도가 크게 높아진 대목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구태' 지도부가 당 혁신할 수 있을까?

이같은 당구조의 불안정성과는 별개로, 당 밖에선 "도로 한나라당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04년 지도부가 출범할 당시 원희룡, 김영선 의원이 각각 2, 3위를 차지해 "40대 돌풍"을 일으켰던 것에 비하면 이번 지도부의 면면은 참신성에서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가 많다.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은 '민중계'니 '민정계'니 하는 출신성분 공방을 주고받으며 지극히 구태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영원한 국모인 고(故)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 대전"이라며 박정희 향수와 충청권 지역주의를 버무린 강창희 전 의원이 당당히 3위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북한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라고 자평한 '안기부 맨' 정형근 의원도 지도부에 들어갔다. 박근혜 전 대표의 보수 기조를 몸을 사리지 않고 뒷받침해 온 "여전사" 전여옥 의원도 포진했다. 소장파는 단일후보로 권영세 의원을 밀었으나 내분을 거듭한 끝에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지도부 진입에 실패했다.

지도부의 이 같은 인적 구성으로 인해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합리적 보수'로 탈바꿈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으로선 미완의 과제인 사학법 재개정을 비롯해 대북, 대미관계 등 이념 논란이 불가피한 사안에 맞닥뜨릴 경우 지도부 내의 제동장치가 전혀 없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대권주자들의 보이지 않는 '수렴청정' 구조와 급격한 보수화를 예견하며 막을 내렸다. 직면한 화두인 변화와 혁신이 쉽지 않은 탓에 새 지도부가 자신하는 것처럼 정권탈환을 '손에 쥔 떡'으로 단정하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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