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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분단은 신체 반이 불구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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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분단은 신체 반이 불구라는 의미"

<한석규 인터뷰> 3년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이중간첩'

수식어가 필요없는 '국민배우' 한석규가 3년만에 분단의 아픔과 고통을 그린 신작을 갖고 대중 앞에 다시 섰다. 그가 장고 끝에 출연을 결정한 영화 '이중간첩'(감독 김현정)은 1980년대 초반 남과 북 어느 쪽에도 기댈 수 없었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의 흥행작 중 하나인 '쉬리'가 분단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식 액션활극이었다면 이번 영화에서 그는 쉬리'의 상대역을 맡은 김윤진(이방희 역)의 남자판 같은 남도 북도 믿을 수 없는 '이중간첩 임병호'를 연기했다.

<사진 이중간첩1>

'이중간첩'은 냉전의 논리가 지배하던 시대의 살벌한 풍경을 재현하는 데는 일정부분 성과를 보였다. 귀순한 북한요원을 극한까지 고문한 후에야 믿는 정보기관의 냉정함, 독일에서 방학을 맞아 귀국한 유학생을 공항에서 납치해 순식간에 '재독간첩단'으로 포장한 후 귀순자를 그 총책으로 조작하는 장면에서는 공포영화보다도 무시무시한 한기를 느끼게 한다.

<사진 이중간첩2>

또한 임병호와 접선하기 위해 온 간첩이 툭툭 던지는 "남쪽이 더운 건 참을 수 있는데 썩는 냄새는 참기 힘들다"는 식의 대사에서 우리 사회에 던지는 비판의식도 엿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무거운 소재로 인해 관객이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가벼운 씬(scene)이 부족하고 후반부의 급박해야 할 상황전개가 느슨하게 흐른다는 점이다.

20일 첫 공식시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자리를 함께 한 한석규는 분단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자신의 9번째 출연작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다음은 한석규씨와의 일문일답.

<사진 한석규>

***"분단상황은 신체의 반을 쓰지 못하는 것과 같으므로 반드시 통일돼야"**

기자 : 오늘 처음 영화를 본 것인가?
한석규 : 극장에서 쭉 이어붙인 것을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작품을 보면 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기자 : 분단을 다룬 영화에 ‘쉬리’에 이어 또 출연한 셈이다.
한석규 : 최근 분단을 다룬 영화가 3편 있었다. ‘쉬리’가 그 당시에 미래의 남북관계를 가상했던 영화고 ‘JSA’가 영화 상영 당시의 현재 상황을 다룬 것이라면 이번 작품은 지금의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본 것이다. ‘이중간첩’은 그런 시선을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우리가 어떻게 성장하고 나아가야 할지를 짚어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기자 : 영화의 주제를 짧게 설명한다면?
한석규 : 이 영화의 핵심을 나 나름대로는 ‘남북분단체제의 유지를 위해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통일이라는 단어를 바라지 않는 개인과 집단이 분명 있었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기자 : 분단이나 통일이라는 소재가 영화소재로 너무 부담되거나 무겁지 않은가?
한석규 : 통일이라는 문제는 통일이 될 때까지 그리고 통일 된 후에도 얼마든지 다뤄져야 할 소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계시장과 연결해 생각해 볼 때도 계속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충분히 좋은 소재다.

기자 : 본인이 생각하는 통일은?
한석규 : 무조건 통일이 돼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난 서울 토박이인데 우리 윗대에 분단을 경험한 세대나 실향민이 다 사라진 후 우리세대 때마저 지나간다면 그 다음세대에게 통일은 더욱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 내가 만약 상반신만 쓸 수 있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또 하반신만 쓴다면 얼마나 어색한가를 생각하면 통일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분단상황은 신체의 반을 쓰지 못하는 것과 같다.

기자 : 임병호는 어떤 인물인가?
한석규 : 악한 인물이라기보다는 의지를 갖고 뛰는 인물이다. 선하든 악하든 의지를 가진 인물이 내가 한번 도전하고 싶은 인물이었다. 전에 내가 인터뷰를 하며 ‘이인모’씨를 연기해 보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이인모씨 같이 자신의 신념을 평생 굽히지 않고 달려온 인물을 하고 싶었다. 그런 인물과 임병호가 어떤 면에서는 이번 역에 부합되는 점이 있어서 선택했다.

기자 : 80년대의 냉전 상황으로 주 관객층인 십대와 이십대 초반의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석규 : 3-40대는 직접 겪은 이야기니까 알겠지만 10대와 20대에겐 아마 그들이 태어날 때쯤의 상황일 것이다. 냉전을 겪은 우리가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일 수도 있고 그들이 앞으로 장래에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메시지도 될 것이다.

기자 : 남산에서 고문당하는 장면은 힘들지 않았나?
한석규 : 고문장면 같은 것은 사실 육체적으로 어렵지 않다. 오히려 어려운 것은 남파된 인물이 지닐 수 있는 긴장의 끊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정보부부장을 만날 때면 이 스파이가 얼마나 떨리고 속으로 긴장하겠는가를 생각하고 또 한편으로는 완벽한 밀봉교육을 받아 그런 긴장이 드러나지 않아야 하고…. 그런 면이 힘들었고 아쉬웠다.

영화는 순서대로가 아니라 뒤죽박죽 찍기 때문에 전체 톤과의 연결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 이번 영화는 외국촬영과 스튜디오촬영, 야외촬영이 섞여서 순서대로 찍은 부분이 적은 편이다.

기자 : 영화 속 마지막 씬(scene)의 배후는 누구인가?(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이중간첩 임병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킬러로부터 사살당한다.)
한석규 : 어느 쪽에서 그랬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엔딩은 닫힌 구조에서 끝이 열린 것으로 바뀌었다. 미래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게 좀 자제했다. 나와 감독뿐 아니라 전체스텝이 토의하는 식으로 의견을 듣고 결정했다.

***한석규의 연기관 "의식하는 무의식 연기"**

기자 : 본인의 연기관은?
한석규 : 내가 피력해 온 연기관이 쭉 그랬는데 ‘의식하는 무의식 연기’다.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연기를 하되 어떤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것을 말한다. 관객에게는 뜻이 잘 전달이 되면서 나는 의식하지 않는 연기를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한 영화에서 3장면 정도만 관객에게 각인되면 성공으로 본다. 연기를 할때 마다 실수한 부분이 자꾸 보여서 힘들고 아쉽다.

기자 : 이번 작품의 흥행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한석규 : 투자한 것 이상만 되길 바란다. 모든 요소 중에 사실 관객들이 가장 중요하다. 얼마나 대중의 공감대를 형성하느냐가 참 필요하다. ‘초록물고기’의 경우 흥행은 사실 투자만큼 안됐다. 하지만 후에 여러 가지 경로로 관객들에게 좋은 영화로 남았다. 영화를 할수록 작업 후의 아쉬움이 많다.

***좀 더 밝은 인물의 밝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기자 : 오늘 특히 아쉽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아쉬운가?
한석규 : 유머나 쉬어 갈 수 있는 장면이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120분정도 러닝타임 동안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만 풀어서 톤을 풀어주는 부분이 약하다. 영화 중 몇몇 쉬어가는 인물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가면 2시간 30분 분량이 돼 버린다. 영화는 늘 시간과의 싸움 이다. 촬영을 할 때도 그렇고 그 후에 편집에서도 그렇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150분으로 할 수도 없고... . 그런 점이 아쉬웠다.

기자 : 잘 나와서 흡족한 신이 있다면?
한석규 : 영화의 도입부에 광장신은 처음 스타트하는 부분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컴퓨터그래픽이 잘 됐는지 걱정이 많았다. ‘좋아야 할 텐데’ 하며 불안했다. 다행히 잘 나온 것 같다. 사실 모든 영화가 시작 5분 스타트가 제일 중요하다.

기자 : 앞으로 감독을 할 계획은?
한석규 : 관심이 있다. 아직은 어떤 이야기를 관객에게 할지 정하진 못했다. 연출의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를 아직 더 채워야 할 것 같은데... . 아직은 정하지 못했다.

기자 :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은?
한석규 :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좀 더 밝은 인물의 밝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최근 출연작의 인물들이 너무 어둡고 이야기도 어두웠던 것 같다.

***영화 이중간첩 줄거리**

우렁찬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평양의 한 복판에서 조선인민군 소좌 림병호는 김일성 원수에게 절도 있는 경례를 올린다. 그의 눈빛에는 혁명과업에 대한 투철한 신념이 빛난다.

1980년 동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의 한 요원이 베를린을 통해 귀순한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남산 취조실의 혹독한 고문과 의심이다.

목숨이 위태로운 고문 속에서도 “자유대한 만세”를 외치는 그에게 남한은 의심을 풀고 그를 북파교육과 정보분석을 위한 정보기관 요원으로 이용한다.

이제 대한민국 정보국의 임병호 주임이 된 림병호는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 심야의 라디오 프로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얼마 후 남측에서 오랜 기간을 준비한 북파공작원 파견이 실패로 끝나고 정보기관은 내부의 첩자를 찾는 작업에 나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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