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는 교육 부문에도 심각한 지각변동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웬디 커틀러 한미 FTA 미국 측 수석대표는 지난 10일 "한국의 공교육 시장에는 관심이 없지만 인터넷 교육서비스와 SAT(미국 대학수능시험) 등의 시장 접근에는 관심이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SAT 문호 열리면 미국 대입 열풍 불 것…중고교 교육 뒤흔들린다
미국 측 협상대표의 이런 발언은 "한미 FTA 협상에서 초중등 공교육 시장은 개방할 수 없다"는 한국 측 입장과 어긋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측의 의도대로 한국 고등학생들이 누구나 SAT를 칠 수 있게 되면 국내 대학입시는 물론 초중등 교육에까지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수 있다. 커틀러 수석대표의 발언을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칼리지보드'가 주관하는 SAT는 언어, 수학, 작문 등 3개 분야에 걸쳐 실시된다. 한국에서 대학에 가려면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러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대학에 들어가려는 학생은 반드시 SAT를 치러야 한다. 국내에서는 부산외국인학교, 서울국제학교, 대원외국어고교, 한영외국어고교 등 일부 학교에서만 미국 측의 인가를 받아 제한적으로 SAT 시험이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자유롭게 SAT에 응시할 수 있게 되면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바로 미국 대학에 진학하려는 수요가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학의 높은 학비를 감안하면 한국 학부모들의 전체 교육비 지출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존의 중·고등학교 교육도 내용과 제도의 면에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대학 진학 열기가 국내 학교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전교조 이민숙 대변인은 "현재도 일부 외국어고교 등에서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대학들) 진학반' 등을 편성해 파행적인 진학지도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한국 고교생이 SAT에 자유롭게 응시할 수 있게 되면 이같은 파행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16조 규모 사교육 시장 노린다
인터넷 교육서비스 시장의 개방 역시 눈여겨 볼 대목이다. 현재 국내 사교육 시장은 총 16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인터넷을 활용한 사교육 서비스 시장이 특히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04년 말 코스닥 상장 이후 주가와 매출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해 온 온라인 사교육 업체 메가스터디가 대표적인 사례다.
커틀러 수석대표가 요구하는 내용이 받아들여질 경우 국내 사교육 시장의 질서재편이 불가피하다. 미국대학 진학 열기가 고조될 경우 SAT에 대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는 미국 사교육 업체가 한국 사교육 시장을 대폭 잠식해올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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