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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 비열한 테러리스트?"…'트래시 토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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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 비열한 테러리스트?"…'트래시 토크' 논란

[프레시안 스포츠]인종차별 발언 확인되면 FIFA 조사 가능성

9년 전 북미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트래시 토크(Trash-talk)'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농구, 축구, 야구 등 스포츠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트래시 토크는 상대 선수를 자극하고, 때로는 모욕을 주기도 하는 말을 뜻하는 것.

꾸준한 득점력 때문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김없이 편지를 배달하는 '우편 배달부'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칼 말론(당시 유타 재즈)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를 적지에서 제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의 4쿼터 종료 직전 칼 말론은 82-82 동점 상황에서 자유투 라인에 섰다.

이 순간 시카고의 스코티 피펜은 말론의 곁을 지나가며 "우편 배달부는 일요일에 편지를 배달하지 않아(The mailman doesn't deliver on Sundays)"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오른 손 부상으로 슛 감각이 좋지 않던 말론은 피펜의 '트래시 토크'에 집중력을 잃고, 자유투 2개를 놓쳤다. 이 경기가 일요일에 열린다는 사실에 착안해 멋진 '트래시 토크'를 만들어 낸 피펜의 고도의 심리전에 말론이 말려 든 셈이었다.

마지막 기회를 잡은 시카고는 조던의 현란한 크로스 오버 드리블에 이은 슛으로 승부를 갈랐다. 골을 성공시킨 뒤 뒤로 돌아서 주먹을 불끈 쥐던 조던의 모습과 머리를 푹 숙인 채 라커룸으로 향하는 칼 말론의 모습은 극명하게 대비됐다. '트래시 토크'의 위력을 느낄 수 있는 한 판이었다.

10일(한국시간) 펼쳐진 독일 월드컵 결승전의 승부도 사실상 '트래시 토크'에 의해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장 후반 5분 이탈리아의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는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의 신경을 거슬리는 '한 마디'를 했고, 지단은 이를 참지 못하고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받았다. 지단의 퇴장은 심리적으로 프랑스 선수들을 불안하게 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의 패배로 이어졌다.

하지만 마테라치의 '트래시 토크'는 피펜의 그것만큼 고급 '트래시 토크'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업자 의식을 상실하지 않고, 단지 상대의 집중력만 뺏는 '트래시 토크'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10일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의 인종차별 감시단체인 'SOS-라시슴(Racism)'은 축구계 소식통을 인용해 "마테라치가 지네딘 지단에게 '비열한 테러리스트'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스포츠지 <레퀴프>도 같은 날 "마테라치가 알제리 출신 이민자인 지단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화를 돋구었다"고 언급했다. 다른 프랑스 언론들도 "마테라치가 지단에게 '너의 조국을 위해 뛰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주장이 맞다면 마테라치는 알제리 출신 이민 2세 지단을 모욕하는 말을 한 것이다. 아직 두 선수 사이에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갔는지 모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인종차별 발언'으로 FIFA(국제축구연맹)로부터 마테라치가 제재를 받을 수도 있는 입장이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SOS-라시슴(Racism)'도 FIFA(국제축구연맹)에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테라치는 이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나는 그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 않았다. 나는 무식하다. 그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지단의 퇴장을 부른 마테라치의 발언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단은 이에 대해 아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지단의 에이전트에 따르면 지단은 조만간 이 사건의 전말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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