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월드컵(1998)과 유럽선수권(2000)에서 우승을 했지만 최근 이탈리아는 우승 근처에 갔을 뿐이다. 결승전에서는 누가 더 (우승에) 배고픈지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능수능란한 전술가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이 한 마디로 프랑스와의 결승전이 펼쳐지기 전 이탈리아 선수들을 자극했고, 이탈리아는 이를 현실화 했다. 이탈리아는 10일(한국시간)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승부차기 끝에 5-3으로 제압하고, 통산 네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1982년 이후 24년만의 월드컵 우승이다.
프랑스는 전반 7분 말루다가 얻어낸 페널티 킥을 지네딘 지단이 차 넣어 선제골을 뽑아냈다. 지단은 긴장된 페널티 킥 상황에서 여유있게 한 박자를 쉬고 오른발로 슛을 시도했고,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골 라인을 넘어섰다.
선취점을 내준 리피 감독이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 뜯으며 그라운드를 응시하던 전반 19분, 이탈리아는 동점골을 뽑아냈다. 동점골의 주인공은 프랑스에 페널티 킥을 내줬던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 마테라치는 안드레아 피를로의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넣었다. 프랑스의 장신 수비수(193cm) 비에라가 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그와 신장이 같은 마테라치의 점프 타이밍은 완벽했다.
1-1 동점이 된 뒤, 두 팀의 중원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후반전 프랑스는 중원에서 적극적인 수비와 함께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던 비에라가 부상으로 빠졌다. 그 뒤, 이탈리아는 이아퀸타와 데로시를 투입해 공격의 물꼬를 트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리피 감독은 노장 델 피에로까지 투입시키며 모험을 걸었다.
연장 전반 프랑스는 트레제게를 교체 카드로 내세웠다. 도메네크 감독은 유로 2000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침몰시키는 '골든골'을 터뜨린 트레제게에 기대를 걸었지만 기대했던 골은 터지지 않았다. 프랑스는 연장 전반 9분 지단이 사뇰의 크로스를 받아 완벽한 헤딩슛을 연결했지만 '거미손' 부폰의 선방에 막혔다.
연장 후반 경기장 분위기는 이탈리아 쪽으로 기울었다. 지단은 마테라치와 신경전을 벌이다 머리로 마테라치의 가슴을 들이받았다. 엘리손도 주심은 선심에게 이 사실을 확인한 뒤 곧바로 지단에게 레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라운드의 감독이자 정신적 지주인 지단을 잃은 프랑스는 흔들렸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에 패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1994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에 패했던 아픈 기억에서 탈출했다. 이탈리아는 피를로, 마테라치, 데로시, 델 피에로, 그로소가 모두 침착하게 승부차기를 성공시켰다. 반면 프랑스는 두 번째 키커인 트레제게가 뼈아픈 실축을 했다.
이탈리아는 12년 전 브라질과의 월드컵 결승전에서 수비의 핵 프랑코 바레시와 로베르토 바조 등이 승부차기에 실패해 2-3으로 브라질에 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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