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김영삼)가 14일 성명을 통해 지난 10일자 뉴욕타임스에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사회주의'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김석중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에게 KBS 시청자위원직을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해 귀추가 주목된다.
노조는 성명에서 방송법 규정에 따르면 시청자위원회는 방송의 공공성에 입각해 다수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회단체와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시민단체,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돼야 한다며 "공영방송 KBS의 안전판 기능을 하는 시청자위원회에 소수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이 참여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의사가 어떻게 왜곡돼 왔는지 그동안 열린 시청자위원회의 회의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신용카드의 사회적 범죄와 주5일근무제에 대한 재계입장 반영 등 "그동안 전경련 김석중 상무가 에 참석해 행한 발언을 보면, 그가 어떻게 재벌단체의 입장을 시청자의 뜻인 양 교묘하게 포장해, 공정방송에 영향을 미쳐왔는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또 "몇몇 시청자위원의 경우, 대표성이나 전문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사회적 명망성이나 경영진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임의적으로 위촉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사측에 "시청자위원회를 더 이상 들러리 기구가 아니라 공영방송 KBS에 시청자의 민의가 투영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시청자 대표기구가 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시청자위원회는 사장과 국장급의 방송사 간부들과 한달에 한번씩 직접 만나서 회의를 열고 그 자리에서 지적된 프로그램이나 보도와 관련된 방송실무진은 문제사항에 대해 서류를 작성해 의무적으로 보고를 해야 한다"며 "이런 기구가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힘 있고 돈 있는 단체나 인사를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일반 시청자의 의견보다는 이번에 물의를 빚은 김 상무처럼 힘 있는 쪽의 의견을 반영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KBS 내부구성원들의 견해는 보도국이나 제작국의 기자나 PD들 사이에서도 확인된다. 보도국의 한 기자는 "위원회에 민주노동당 관계자도 있다고는 하지만 구성원들이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을 보이는 나이 든 인사가 많아 양로원 같은 분위기"라며 "방송법상 기구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라도 일반 시청자들의 열린 사고와 젊은 의견이 전달될 수 있도록 사측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언론노조 KBS본부가 14일 발표한 성명서 전문.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KBS 시청자위원직을 자진 사퇴하라!**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의 이른바 '대통령직 인수위, 사회주의 운운'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석중 상무는 지난 10일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당선자와 인수위의 경제정책에 대해 매우 위험하며, 그 목적은 사회주의적인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지난 12일, 김상무가 뒤늦게 발언 내용을 부인하고, 그가 대변인 노릇을 하는 전경련은 인수위에 공식사과문을 전달하는 것으로 발언파문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기 힘든 법이다. 발언의 진위 여부를 떠나 전경련 김석중 상무의 이같은 해프닝은 노무현 당선자의 개혁정책에 대해 재벌들의 속내를 드러낸 첫 사례로 기록됐다.
***재벌의 대변인이 KBS 시청자 대표?**
우리는 문제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석중 상무가 수년째 경제단체를 대표해 위원으로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문제는 그동안 재벌총수들의 사교클럽, 재벌체제의 보루 역할을 해온 전경련이 어떤 근거로 시청자위원회에 참여하게 됐는가 하는 점이다. 시청자위원회는 지난 2000년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시청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청자 대표기구이다.
특히 시청자위원회는 KBS의 편성과 방송프로그램에 관해 심의는 물론 시정요구까지 할 수 있고, KBS는 시청자위원의 요구사항에 대해 처리결과를 매월 의무적으로 방송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방송법은 규정하고 있다. 시청자 주권을 명문화하고 이를 법적으로 보장한다는 면에서, 시청자위원회는 공영방송 KBS의 존재이유와 그 역할을 확인시켜주는, 없어서는 안될 기구임에 분명하다.
이처럼 공영방송 KBS의 안전판 기능을 하는 시청자위원회에 소수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이 참여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의사가 어떻게 왜곡돼 왔는지 그동안 열린 시청자위원회의 회의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신용카드로 발생되는 사회적 범죄 부분이 마치 신용카드 회사가 잘못해서 그런 것처럼 몰고 가는 부분이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개인이 신용을 세워야 되는 부분이 맞고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또 그 사람들의 책임입니다." (2002년 5월 16일, 김석중 시청자 위원)
"최근 주5일제와 관련해서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저희들도 항의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전경련이 주5일제를 반대하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서 곤혹스런 면이 있는데, KBS에서 취재를 통해서든 보도를 해 주었으면 합니다." (2002년 7월 18일, 김석중 시청자위원)
그동안 전경련 김석중 상무가 에 참석해 행한 발언을 보면, 그가 어떻게 재벌단체의 입장을 시청자의 뜻인 양 교묘하게 포장해, 공정방송에 영향을 미쳐왔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전경련의 김석중 상무가 '공영방송' KBS의 시청자위원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KBS 시청자위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차라리 전경련에 어울리는 다른 사영방송사에서 그 자리를 알아보길 바란다.
***시청자위원회를 시청자위원회 답게! KBS를 KBS답게!**
우리는 사측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재벌의 대변자가 시청자의 대표로 둔갑해 에 참여하게 됐는지 말이다.
방송법 규정에 따르면 시청자위원회는 학부모단체와 소비자보호단체, 여성단체, 청소년단체, 변화사단체, 언론관련 시민단체, 장애인단체, 노동단체, 경제 또는 문화단체 등이 추천한 인물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방송의 공공성에 입각해 다수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회단체와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시민단체 ,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로 시청자위원회가 구성돼야 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를 보면 이같은 법 취지는 온데 간데 없고, 합리적이고 공개적인 선발절차는 생략된 채, 경영진의 편의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인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또한, 지난해 9월부터 활동해오고 있는 제13기 의 구성을 보더라도 몇몇 시청자위원의 경우, 대표성이나 전문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사회적 명망성이나 경영진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임의적으로 위촉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KBS 경영진에게 요구한다.
시청자위원회를 시청자위원회답게 만들라!
이를 위해 우선 현재 시청자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 가운데 부적격자가 있다면 당장 해촉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차제에 시청자위원회를 더 이상 들러리 기구가 아니라 공영방송 KBS에 시청자의 민의가 투영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시청자 대표기구가 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2003년 1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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