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월드] <왕의 남자〉 LE

감독 이준익 | 출연 감우성, 이준기, 정진영, 강성연 시간 119분 | 2006 | 아트서비스 | 화면비율 애너모픽 1.85:1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DTS 지난 4월 18일, 112일 간의 상영을 마치고 종영된 <왕의 남자>가 완성도 높은 초회 한정판 DVD로 출시됐다. 이 영화가 세운 기록은 한국영화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왕이 남자>는 개봉 45일 만에 1천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역대 흥행 1위인 <태극기 휘날리며>를 뛰어넘어 최종 관객 1230만 명을 기록했다. 이미 많은 분석기사에서 다뤄졌듯, 이 수치가 더욱 놀라운 이유는 사극치고는 저예산인 44억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데다 톱스타도 캐스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영화계 일부 대작영화들의 강박증과는 정반대의 조건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기특하게도 수많은 화제를 뿌리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왕의 남자 DVD박스세트 ⓒ프레시안무비

<왕의 남자> 한정판 DVD는 총 네 장의 디스크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첫 번째 극장판 디스크에는 제작진(이준익 감독, 정진완 프로듀서, 안태진 조감독, 장원석 제작실장)과 배우들(감우성, 정진영, 강성연, 이준기, 유해진, 이승훈, 정석용)의 음성해설이 두 가지 트랙으로 담겨 있다. 한국영화 DVD 타이틀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참여한 음성해설은 그리 많지 않은 편. 그만큼 배우와 스탭들은 모든 장면마다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촘촘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두 번째 확장판 디스크에는 극장판에서는 삭제되었던 10분의 장면이 추가된 129분짜리 버전의 영화가 담겨 있다. <왕의 남자>는 워낙 화려한 영화인 만큼 영상의 색감은 비교적 자극적인 편. 콘트라스트가 비교적 강한 편이지만, 다채로운 색감과 디테일의 표현은 상당한 밀도를 자랑한다. 이병우 음악감독의 애잔한 오리지널 스코어와 잔잔한 음향 효과가 어우러진 5.1채널 사운드는 DTS 버전으로도 수록되어 더욱 풍성한 면모를 자랑한다. 세 번째 디스크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 상당한 분량의 서플먼트를 담고 있다. 한국영화 DVD로서는 이례적으로 영화의 모든 제작과정을 아주 세밀하게 구분해 제작 현장 클립과 인터뷰를 적절히 배분해 담았다. '첫째 마당'에는 원작자 김태웅 작가의 인터뷰와 연극무대에 올려진 <이>와 뮤지컬 <이> 리허설 장면('조선, 어느 광대와 왕'), 강승용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심현섭 의상감독이 설명하는 미술 작업 과정('궁, 안과 밖'), 주요 배우들의 인터뷰와 트레이닝 장면('연산의 사람들' '한양 광대패'), 이병우 음악감독의 작업 과정('헌과 타') 등이 담겨 있다.

왕의 남자 ⓒ프레시안무비

더욱 흥미로운 것은 '둘째 마당'에 포함된 내용들이다. <왕의 남자>가 많은 관객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극중 등장인물이 다채로운 해석을 가능케 한다는 점과, 그동안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우리 놀이문화를 다각도로 조명했기 때문. '둘째 마당'에는 바로 영화 속에 담긴 세세한 놀이문화의 안팎을 다루고 있다. 배우와 감독이 실제 놀이패와 함께 춤과 소리를 즐긴다거나('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배우들이 풍물 지도를 받는 모습('노름마치'), 사당패와 궁중광대가 재현된 현장('극중극')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다뤄왔던 연산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는 코너('연산을 위한 변명')도 있다. 특히 놀이패와 풍물패가 배우들을 트레이닝 시키는 현장에 늘 함께 하며 신명나게 즐기는 이준익 감독의 모습('연희의 뒷면')도 매우 인상적이다. '셋째 마당'은 포스터 촬영현장과 제작보고회, 시사회 현장과 뮤직비디오 등 여러 홍보 자료로 구성되었다. 사극의 품격을 살린 아름다운 패키지와 근사한 OST까지, <왕의 남자> LE는 여러모로 소장 가치가 충분한 타이틀이다.